처음에 이곳에 왔을때 이것저것 우리 가족을 챙겨서 도와주신 분께서 하시는 말씀이, 이곳은 장을 보려면 한곳에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우리 음식에 맞는 식재료를 구입해야 한다고 하신다. 처음에는 '그냥 대충 맞는 것으로 한곳에서 사면되지, 뭘 번거롭게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 생각했는데, 지금은 그 말씀에 공감한다.
여기에서 우리나라 이마트나 홈에버 같은 마트라면 슈넉스 (Schnucks)나 디어벅스 (Dierbergs) 같은 것이 있고, 우리나라에도 있는 코스트코 (Costco), 코스트코와 비슷한 회원제 매장으로 샘스클럽 (Sam's Club) 등이 있는데, 이런 마트를 두루 돌아 다니며 골라야 우리가 해먹는 음식에 맞는 식재료를, 적당한 가격에 구입할 수가 있는 것 같다. 물론, 한군데서 사더라도 아쉬운대로 구입할 수는 있지만, 여기 사시는 아내와 아주머니들이 하는 말씀을 옅들으면 (직접 대화에 참여하기 어려워서), 대략 그런 말씀을 하시는 것 같다. 이 외에도 좀 더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하는 마트들도 있고, 유기농만 판매하는 마트들도 있다.
물론 가장 중요한 곳은 일전에도 한번 사진과 함께 올린 한인 마켓이다. 큰 규모의 가게는 아니지만 그래도 내가 세곳에서 웬만한 우리 음식이나 재료를 살 수가 있다. LA에서 온 후배 얘기를 들어 보니, 그곳에 있는 한인마켓에 비교하면 여기에 있는 것은 구멍가게 정도라고 하지만, 그래도 웬만한 재료를 사서 밥 해먹고 살 수 있다는 환경이 얼마나 고마운 일이겠는가. 교보문고 같은 대형서점에 간다고 대단한 책을 고르는 것이 아니고, 동네 작은 서점에서도 내게 필요한 책을 대부분은 사서 읽을 수 있는 것과 비슷할까.
암튼, 좀 전에도 일주일 혹은 열흘 정도 버틸 수 있는 장을 봐 왔다. 잘은 몰라도 여기서 장을 봐서 음식을 해 먹으면 한국에 있을때 보다 알차게 해 먹는 것 같다. 우리집만 그랬던 것은 아니겠고, 대부분의 가정이 그런 것으로 알고 있지만, 장을 보고 냉장고에 넣었다가 꺼내지도 않고 버리는 음식이 얼마나 많던가. 특히나 검정색 봉지에 이런 저런 음식을 냉동실에 넣었다가 다시 확인 안하고 1, 2개월 후에 그대로 휴지통에 버리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그것에 비하면 여기서 해 먹는 것은 버리는 것이 거의 없이 산것은 정말 "알차게" 해 먹는 것 같다.
특히, 한인 마켓에서 장을 볼때는, 애들이 좋아하는 과자, 아내가 좋아하는 과자,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과자를 사서 돌아오는 찻속에서 먹는 재미가 아주 쏠쏠하다. 오늘은 유빈이가 "홈런볼"을 골랐고, 혜빈이는 조그만 막대에 꽂힌 쵸코렛, 아내는 "캬라멜콘과 땅콩", "꼬깔콘"을 골랐으며, 나는 "매운 새우깡"을 골랐다. DNA 때문에 어쩔수 없는지, 아니면 환경 때문인지 애들도 한인마켓 간다면 그 마켓 이름을 입에 노래로 부르며 좋아한다. 물론 저런 한국 과자, 한국 아이스크림 고르는 재미 때문이겠다. 나도 몇년 전부터는 과자를 즐겨 먹는 편이 아니었는데, 여기와서는 이상하게 한인마켓 장보고 돌아가는 길에 먹는 그 과자맛이 일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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