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명절 잘 보내고 오셨는지요? 지역마다 다르기는 하겠지만, 전국적으로 눈도 많이 왔고 아주 추웠던 설 연휴라고 들었습니다. 고향에 모두 잘 다녀오셨는지 궁금하군요.
저희는 설날 저녁에 가깝게 지내시는 분이 집으로 오셔서 같이 포도주를 마시며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며 나름대로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오늘도 다른 가족분들이 오셔서 그간 있었던 이야기를 나누고, 애들 크는 얘기를 하며 한 나절을 보냈습니다. 어디든 사람 사는 곳이란 이렇듯 서로 왕래하고 정을 주고 받으며 사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무언가 정리를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요즘 들어 글을 쓰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때로는 전문적인 얘기도 있을 수 있고, 때로는 사소하고 잡다한 글일 수도 있습니다만 여러분께 가볍게 읽힐 수 있었으면 합니다.
그럼 건강하시고, 또 뵙겠습니다.
이메일 (hyonyya@korea.com)
홈페이지 (http://hyonyya.netian.com)
최근 영국 경찰과 관련한 뉴스 중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바로 ‘대마초’의 등급 하향 조정과 관련한 것입니다. 경찰이 법집행을 하기 때문에 제가 경찰과 관련한 뉴스라고 했지만, 마약에 관한 문제는 좀 더 넓은 정치, 사회적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대마초는 이곳에서 카나비스 (cannabis)라고 불립니다. 쉽게 재배할 수 있고, 또 담배처럼 종이에 말아서 피기만 하면 되는 등 그 편리성 때문에 현재 많은 영국인들이 쉽게 이용하고 있는 마약 중의 하나이고, 청소년들의 이용도 많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합니다. (아래에서는 편의상 ‘카나비스’라고 칭하겠습니다.)
영국에서의 마약 처벌에 관한 법률은 마약 남용에 관한 법률 (The Misuse of Drugs Act 1971)에 거의 대부분 규정되어 있는데, 이 법에서는 마약이 초래하는 위해 (harm)에 따라 A, B, C 이렇게 세 등급 (class)으로 분류해 놓았습니다. Class A는 가장 해롭다고 하는 마약, 예컨대 헤로인이나 모르핀과 같은 마약이 해당되고, Class B는 그 보다 약간 덜 해로운 암페타민 등이 해당되며, Class C는 법에 규정된 마약 중 가장 약한 것들이 규정되어 있습니다. 이 등급의 구분은 바로 처벌에 차이를 두기 위함이었고, 물론 Class A의 처벌이 가장 크고, B, C 순으로 처벌이나 강제집행에 있어서 차이가 있습니다.
최근 논란이 된 것은 바로 카나비스가 Class B에서 Class C로 하향 조정되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등급만 바뀐 것이지, 그 소지, 판매, 재배 등 예전에 불법이던 행위가 합법으로 바뀐 것은 아닙니다. 다만 등급 하향 조정으로 인해 그 처벌이 감경될 수도 있게 되었고, 경찰의 재량도 커진 것입니다. 바로 이와 같은 하향 조정이 타당한 것인지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고, 더 나아가 위해가 크지 않은 마약은 합법화를 하는 것이 적절치 않은가 하는 문제로까지 번지고 있습니다.
카나비스는 진정 작용이 있다고 하는데, 이로 인해 혈압이 내려가고 식욕을 증진시키며, 안도감과 사회성을 향상시키는 효과 있습니다. 그러나 단기간의 기억력 손상을 가져 올 수 있고, 체내의 조절 작용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습니다. 처음 이를 사용하는 사람은 혼란스러워 하거나 걱정스러운 감정을 가질 수 있고, 장기간 사용하는 사람에게는 폐암이나 다른 호흡기 관련 질환을 유발될 수 있다고 합니다. 카나비스가 담배보다 더 해로운 것인지에 대해서는 불명확하지만, 카나비스 흡연자는 담배 흡연자 보다 더 깊게 들이 마시고, 타르 (tar) 함유가 더 높다고 합니다.
이에 대한 우리나라 자료 참고를 위해 인터넷에서 검색해 본 결과, 국가 정보원에서 발간한 ‘마약류 용어 해설’에는 카나비스 (대마초)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설명해 놓았습니다.
대마초는 대마의 잎과 꽃 부분을 건조하여 담배형태로 흡연할 수 있도록 만든 것으로 THC라는 환각성분 을 포함하고 있어 약물학상 환각제로 분류 된다. 대마는 마(麻) 또는 삼이라고도 불리 며 오래전부터 의약재 또는 도취제로 사용 되어 왔다. 특히 재배삼의 암그루 꽃이삭과 잎에서 얻은 것을 간자(Ganja), 야생삼에 서 얻은 것을 마리화나(Marijuana)·브항(Bhang)이라 한다.
마리화나라는 명칭은 포르투칼어로 ‘취하게 만드는 것’이라는 의미 를 가진 Mariguango에서 유래하였다고 한다. 대마는 흥분작용과 억제작용을 동시에 지 니고 있으나 일반적으로 환각제로 분류된 다. 소량의 대마를 흡연할 경우 순한 흥분 제의 효과가 나타나고 다량을 흡연하면 공 중에 뜨는 기분, 빠른 감정의 변화, 환상· 환청 효과가 나타나며 지나치게 많은 양을 흡연할 경우에는 중독성으로 인해 정신이상 상태를 유발하기도 한 다.
대마초를 자주 피우는 사람은 옷이나 몸에서 풀 냄새, 연기냄 새가 나며 행동은 본래 성격보다 수다스럽거나 다소 흥분한 상태 가 되고 때로 꿈꾸는 듯 멍한 상태 또는 우울, 운동실조(運動失調, 근육에 이상이 없는데도 각 근육간의 조화장애로 인해 일정한 운동을 할 수 없는 증상) 현상을 보이기도 한다.
대마의 最古기록은 BC 2737년 중국의 신농제 시절 목초서인 ‘중국 의학개론’에서 찾아볼 수 있으며 BC 1500년경 인도의 경 전에는 대마초를 행복의 근원 또는 웃음을 일으키는 약물이라 기 록하고 있다. 10세기 이전까지 중국, 인도 등지에서 주로 도취제 로 사용되었고 그후 중동, 이집트를 거쳐 19세기초 미국에 전파 되었다.
우리나라에는 월남전이 한창이던 1965년 이후 전파되었 으며 주한미군들이 주로 흡연하다 이들과 접촉하는 미군부대 인근 유흥업소 종사자, 악사, 가수들이 흡연을 시작하여 연예인, 대학 생, 청소년까지 파급되었다.
카나비스의 등급 조정으로 인해, 예전에는 소지가 적발되기만 하면 바로 체포되었던 것이 이제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현장에서의 경고 (on-the-spot warning)와 카나비스 압수만으로 종결될 수 있게 됩니다. 여기에서 특별한 경우란 공공 장소 (public view)나 어린이들 앞에서 혹은 어린이들이 모이는 놀이터, 학교 등에서 피우는 경우, 17세 이하의 청소년에 의한 사용 등을 말하고, 이런 경우에는 여전히 체포될 수 있습니다. 즉 일선 경찰관의 재량이 커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이 등급 재조정을 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다른 마약에 비해 위해가 그리 크지 않으면서도 적발되는 경우가 많아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아) 경찰이 그 소지자나 끽연자를 반드시 체포하여야 했고, 그 이후의 서류 작업 등에 소모되는 시간이 많았는데, 이를 하향 조정함으로써 경찰관이 판단하여 경미한 사안에 대해서는 현장에서 경고 등으로 조치를 취하게 하고, 그럼으로써 생기는 시간에 보다 더 해가 큰 헤로인, 코카인, 크랙 등의 마약에 노력을 집중토록하자는 것입니다. (영국에서는 한해 평균 약 8만여명의 성인이 카나비스의 소지로 체포되거나 벌금에 처해지고 있다고 합니다.)
만약 이와 같은 등급 재 조정이 2004년 1월 29일 의회의 동의를 구하게 되면 그와 동시에 효력을 발하게 됩니다.
문제는 이와 같은 등급 재조정으로 인해 많은 국민들이 카나비스가 해가 없다거나 이제 더 이상 불법이 아니라고 생각하게 되는 등의 혼란을 초래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많은 국회의원들과 마약에 반대하는 단체들의 걱정도 바로 이 점입니다. 실제 브릭스톤 (Brixton) 지역에서 실험적으로 실시한 예에 의하면 카나비스에 관대한 접근을 하게 된 후로 시민들은 카나비스가 합법화 되고 있다는 인상을 갖게 되는 부작용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와 같은 혼란은 경찰과 다른 관계 단체들이 이를 어떻게 설명하느냐에 달려 있는 것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정부에서는 현재 이와 같은 홍보를 위해 1백만 파운드 (약 2천억원)를 사용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현재 야당인 보수당 (the Conservative Party)에서는 이와 같은 조치를 비난하며, 자신들이 집권하게 되면 이 법을 다시 되돌려 놓을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습니다. 영국 의학 협회 (British Medical Association)에서도 심각한 우려를 표하면서, 이런 조치로 인해 시민들이 마약을 사용해도 안전한 것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갖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현재 영국에서 보통 담배 흡연으로 인한 사망자는 매년 12만 명정도인데, 카나비스는 타르 양이 많고 다른 유해 화학 물질이 많아 훨씬 더 위험하다는 것이 이 단체의 주장입니다.
어쨌든 위와 같은 영국 정부의 실험적인 등급 변경의 효과가 어떻게 될지는 시행이 되어봐야 알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등급 조정 과정을 통해 사회가 마약을 어떻게 보는지는 시대에 따라, 그리고 그 사회의 문화나 풍속의 변화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다만 우리나라에서는 카나비스에 대해 영국과 같이 관대한 접근법을 쓰게 될 날이 아주 멀 것으로 보입니다.
<관련 자료, 사이트>
English, J. & Card, R. (2001) Butterworths Police Law, London:Butterworths
Q&A Cannabis guidelines (BBC, 2004. 1. 22.)
http://news.bbc.co.uk/1/hi/uk/3103416.stm
Cannabis: the facts (BBC, 2002. 1. 13.)
http://news.bbc.co.uk/1/hi/uk/1757591.stm
Torries would reverse cannabis reform (BBC, 2004. 1. 22.)
http://news.bbc.co.uk/1/hi/uk_politics/3418219.stm
Cannabis policing relaxed (BBC, 2003. 9. 12.)
http://news.bbc.co.uk/1/hi/uk_politics/3100854.stm
Doctors' fears at cannabis changes
http://news.bbc.co.uk/1/hi/health/3414285.stm
마약류 용어 해설 (국가정보원, 2003. 10.)
http://www.nis.go.kr/kr/pdf/data/drug_term.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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