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앞뜰에 있는 나무에 새집이 있는 것을 본 것은 한참 전이다. 내가 저 새집으로 새 들이 들락나락 하는 것을 본 적이 없어, 지금도 살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내 관심이 미치기 전까지는 저 집을 짓기 위해 잔 가지들을 부단히 옮겨다 놓았으리라.
엊그제 유빈이를 학교에 데려다 주기 위해서 차를 태우려는데, 아직 시간이 좀 남았기에 우리 집과 옆 집, 앞 집 등 집 앞에 서서 보이는 나무들 마다 새집들이 달려 있는지 세어보기도 했었다.
그런데, 어제. 유빈이의 절친이라고 할 수 있는 루카가 놀러 오기를 손꼽아 기다리던 유빈이가 새가 죽었다며 소리를 지르며 들어 온다. 속으로 "또 무슨 장난을 하려고 그러나..." 하면서 나가 봤더니, 정말로 우리집 문 앞 화단에 작은 새가 한마리 떨어져서 죽어 있었다.
루카가 올 시간도 다 되었고, 속으로 "이 기회에 애들과 같이 죽은 동물을 묻어 줘야겠다" 싶어, 그대로 두었다가 루카가 집으로 돌아 간 후 뒷뜰에 새를 묻어 주었다.
펜스 안쪽으로 작게 묻었는데, 유빈이와 혜빈이는 편지도 쓰겠다며, 조그만 노란 종이에 그림과 기도문을 작성해서 같이 묻었다. 다 묻고 난 다음, 바닥에 뒹구는 작은 나뭇가지를 실로 묶어 십자가로 만들어 애들에게 줬더니 그 자리에 십자가를 꽂는다. 혜빈이에게 기도를 해 보라고 했더니, 그 앞에 제 오빠와 서서 눈 감고 두 손 모으로 제법 말을 지어 내서 기도를 한다.
작은 것이지만 (아니다. 저 새 어미에게는 대단히 큰 비극이겠다), 이런 소소한 경험을 갖을 수 있는 것이 지금 집에 살면서 느끼는 크고 작은 행복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제 봄이 다가 오고 있는데... 이런 저런 야채와 과일을 수확하기 위한 파종도 해야 하는 것인가...
이 봄, 다시 바빠지겠다. 농군이 되랴, 학생 하랴, 아빠 하랴, 남편 하랴...
오늘은 혜빈이 생일이었다. 몇달 전부터 뭐 사달라고 졸라대면 나나 아내나 단골로 써 먹는 메뉴가, "혜빈이 생일되면 월마트 가서 그것 사줄께..." 였었다. 그런데, 정작 생일이 되니 하나에 모두 1불씩 하는, 우리 식으로 말하면 천원숍이라고 할 수 있는 달라트리(Dollar Tree)에 가서 뭐 하나 사달라고 조른다.
어제 곧 문을 닫는 보더스 (Borders)에서 세일을 하기에 거기서 장난감 하나를 사주기는 했지만, 애들이 대개 그러듯 관심의 지속 기간이 짧아 금새 그것도 잊었고, 제 생일인데도 아직은 대단한 선물을 요구하지 않아, "근검절약하는" 아빠는 천원짜리 (지금은 환
율이 올라 1,200원 정도) 스티커로 생일을 보내게 한다.
저 조그만 컵케익 하나, 저 작은 풍선 하나로도 좋아서 싱글벙글인데, 나는 언제부터 사소한 것에 대한 고마움을 잘 인식하지 못하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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