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lice News

남궁현의 "범죄피해자가 되지 않는 법"

남궁Namgung 2000. 12. 7. 08:34









날이 무척 춥습니다. 말하기가 좀 챙피한 일이지만 어제, 오늘 바지 안에 내복을 입었습니다. 그런데도 종아리가 쌀쌀하군요. 오늘은 사무실에서 근무를 하는 날입니다. 저녁에 사무실로 볶음밥을 시켜서 먹고, 오랜만에 전에 약속했던 것을 지켜야겠다는 생각으로 글을 썼습니다. 별로 도움이 되지는 않겠지만, 제 성의를 생각하셔서라도 한번 읽어 보셨으면 합니다.



12월도 천천히 가고 있습니다. 저는 요즘 밀린 사건 처리를 하느라고 여간 바쁘고 힘든게 아닙니다. 여러분들께서도 연말을 정리하느라고 고생이 많으시겠죠. 시간이란 것이 쭉 이어진 것일진데, 그래도 12월과 1월은 끝과 시작이라고 생각되지 않을 수 없네요. 다른 것은 몰라도 아프지 않게 보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겠죠...



오늘 글은 정말로 오랜 만에 보내드리는 것입니다. 지난 호를 발행하고 거의 한달만에 쓰는 것 같습니다. 말씀드렸듯이 사무실에 있을 때는 업무에 바빴고, 오후와 주말에는 술한잔 기울이느라 바빴습니다. 모처럼 생긴 여유에 이렇게 글을 쓰는 것이니 제 게으름을 너무 탓하시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메일을 발행하지 못하는 동안 제 메일을 아주 열렬한 독자 중의 하나인, 까만인간 규호의 독촉이 아주 심했습니다. 전에 자주 발행할 때는 제발 발행하지 말라고 하더니 발행되는 메일이 뜸하니 이제는 "왜 발행하지 않냐"고 재촉하더군요. 그리고는 퇴고를 잘해서, 오자나 문법적인 오류를 줄이라는 아주 전문가다운(?) 충고도 했습니다. 저도 남의 글을 읽을 때는 오자나 문법을 따지는 편이지만 막상 글을 쓰고 제가 쓴 글을 스스로 따져 보니 그것이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더군요. 제 나름으로는 "이 정도면 됐어"하고 발행했는데 발행한 후에서야 틀린 것이 보일때가 한두번이 아닙니다. 그런 것이 있으면 저에게 알려 주셔서 제가 좀더 분발 할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그리고 다음 글은 제 짧은 조사계 근무를 통해서 몸으로 배운 것으로, 특별한 법률이론이나 다른 법적 지식을 바탕으로 한 것이 아닙니다. 따라서 제 부족한 지식으로 인해 틀릴 수도 있으니 그 점 주의하시고, 참고할 수 있을 정도로만 읽어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저는 법률전문가는 아니니 다른 법률 상담도 전문사이트를 이용하시기 바랍니다.




건강하시고, 또 뵙겠습니다.



남궁현의 홈페이지(http://namgunghyon.pe.kr)


남궁현의 이메일(hyonyya@channeli.net, hyonyya@npa.go.kr)













남궁현의 범죄 피해자가 되지 않는 법






1. 믿지마라.

제가 날마다 보는 사람들이 대부분 "그런 사람들"이어서 인지는 모르지만 저는 누구든지 믿지 말라는 말을 제일 먼저 드리고 싶습니다. 고소장을 손에 쥐고 경찰서에 들어 올 때는 얼마나 큰 마음을 먹고 오시겠습니까마는 경찰서까지 오게 되는 대부분의 이유가 가까운 사람을 너무 쉽게 믿었기 때문인 경우가 많습니다. 몇 십년 동안 알고 지낸 동네 후배, 가깝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멀지도 않은 친인척, 아주 친하게 지냈던 직장 동료 등, 순식간에 견원지간으로 변하는 경우가 (적어도 이 사무실에는) 적지 않습니다. 그들의 대부분이 의심 없이 쉽게 믿은 죄(?)로 큰 고통을 당하지요.



사람 사는 모든 인간관계를 불신하라고 말씀드리는 것은 아닙니다. 적어도 돈이 관계된 일, 예를 들어 돈을 빌린다거나 대출이나 자동차 구매 등의 보증을 선다거나 하는 등등의 거래에는 그 누구도 믿지 말라는 것이 제가 드리고 싶은 제일 첫 번째의 말입니다.



2. 뭐든 남겨라.

너무 순진하게 남을 믿는 분들은 정말로 순진하게 아무것도 남기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몇 천만원이나 되는 돈을 빌려 주면서도 아무런 차용증도 받아 놓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너무 믿었기 때문이고, "그 애가 그럴 줄은 몰랐기 때문"입니다. 우선은 누구에게든 돈을 빌려 주지 않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어디 세상이 그렇습니까), 혹 피할 수 없이 돈을 빌려 주게 된다면, 되도록 제3자가 있는 자리에서 차용증(현금보관증이라는 이름으로 작성하기도 합니다만)을 받아 놓으시고, 그것도 받기가 어렵다면 은행의 계좌를 통해서 보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가까운 법률사무소에서 돈을 빌린다는 내용으로 공증을 하면 더할 나위가 없겠습니다만 그렇게까지 하시는 분들은 많지 않더군요.



후에 돈을 빌린 사람이 돈 빌린 사실을 부인할 때는(가까운 사람끼리 그런 경우가 있겠냐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그런 일을 닥치는 분들은 가슴을 치시더군요...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혹시라도 남에게 돈을 빌려 주시는 분들은 반드시 그 근거를 남기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그 반대로 돈을 갚으신 분들은 꼭 차용증을 되돌려 받으시기 바랍니다. 위의 반대 경우도 있더군요. 돈을 갚았는데 차용증을 되돌려 받지 않았더니 돈을 두 번 갚으라고 하는 경우 말입니다. 요지경 세상이죠...



3. 싸움에는 절대로 끼지마라.

폭력 사건 등은 대부분 경찰서의 형사계에서 처리합니다만, 진단서를 끊어서 고소장과 함께 제출하는 사건은 제가 속한 수사과 조사계에서 거의 대부분을 처리합니다.



상대방에게 맞았다면서 고소장과 진단서를 제출하는 대부분의 경우는 거의 서로 쥐고 박은, 말 그대로 "싸움"으로 인한 것들입니다. 몇몇 사건을 취급해 보니 싸움 중에 상대방에게 조금 더 맞은 사람이 먼저 고소를 하고, 고소를 당한 것을 안 후에는 조금 덜 맞은 사람이 또 고소를 하더군요. 대부분의 폭력 사건은 그래서 맞고소로 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조금 더 맞은 사람은 나는 정당방위였다, 그 사람이 때리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나도 때릴 수 밖에 없다고 항변하지만 법적으로, 그리고 일관되게 형성된 우리나라 대법원의 판례에 의할 때도 정당방위가 성립되기 위해서는 대단히 까다로운 조건이 필요합니다. "저 놈이 때렸으니 나도 할 수 없이 때렸다"는 등의 경우에는 정당방위가 성립되기는 아주 어려운 것 같습니다. 그러니 법으로 보호받기 위해서는 좀 무식한 말이지만 아무리 때려도 맞기만 하는 것이 최상입니다.



상대방이 아무리 주먹으로 때리고 발로 차도 가만히 맞고 있다가 신고를 하거나, 나중에 진단서와 함께 고소장을 제출하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이라는 것입니다. 좀 말이 되지 않는 소리죠. 그래서 제가 정한 제목이 싸움에는 절대로 끼지 말라는 것입니다.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남의 주먹이 자기 몸을 건드릴 경우 참을 수 없이 흥분되니 자기도 모르게 주먹이 나가지 않습니까. 바로 그런 경우가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입원할 정도로 크게 다치거나 어디가 뿌러지는 싸움이 아니라면 상대방이 아무리 괘씸하고 나쁜 놈이어도 구속되는 것은 쉽지 않으니 서로 벌금 많이 내고 감정만 상할 바에는 처음부터 그런 기회를 만들지 말라는 것입니다.



4. 원시적으로 거래하라.

인터넷을 통한 전자상거래가 그 규모가 급성장하고 있다는 소식, 많이들 들으셨을 것이고, 인터넷으로 제 글을 보실 정도이면 인터넷을 통해서 책을 사셨거나, 음반 혹은 다른 물품 등을 한 두번 정도는 구입해 보셨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저도 이름있는 인터넷 서점 등을 통해서 책도 사보고 음반도 사 봤습니다만, 개인적으로 다른 익명의 아이디와 거래를 한 것은 아주 오래 전에 두 세번 외에는 없습니다.



경찰서에 접수되는 고소장도 시대의 흐름을 반영하려는 듯이 인터넷에서 다른 사람에게 속아 피해를 본 분들 많습니다. 특히 인터넷 머그 게임이라는 리**에서 아이템 거래를 하려다가 피해를 봤다는 분들은 제 개인적으로도 네 명 이상의 사건을 처리한 적이 있습니다. 그 게임에서 아이템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투망이니 반지니(물론 실존하는 것도 아닌) 하는 것들은 실제 금반지나 투망보다 훨씬 비싸게 거래 되더군요.



돈을 보내면 분명히 아이템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직접 상대방과 통화하고, 상대방의 계좌로 돈을 보내지만 결국엔 피해를 보는 분들이 많습니다. 후에 그 전화 가입자나 계좌의 개설자를 살피면 그분들 또한 단지 신분증을 잃어 버려서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자기 명의로 가입이 된 경우도 있습니다. 따라서 제가 감히 말씀드리는 것인데 직접 옆에서 확인이 되지 않는다면 그런 확실치 않은 거래는 하시지 않는 것이 피해를 미리 방지하는 길입니다.



그리고 음반이나 책 등을 구입할 때는, 많이 아시겠지만 후에 피해가 보상될 수 있는 믿을 수 있는, 믿음직한 큰 회사의 인터넷 사이트를 이용하시는 것이 좋다는 것 쯤은 다 아시겠죠...




5. 고소하지 마라.

제가 해야 할 일이고, 무고한 시민을 친절히 도와야 하는 경찰이 고소를 하지 말라고 하니 의아해 하시겠고, 제 상관들이 보시면 직무를 유기하는 말이라고도 하시겠지만, 표현이 약간 과장되었을 뿐입니다. 제가 고소를 하지 말라고 하는 것은 모든 분들에게 말씀 드리는 것이 아니라 수사기관에의 고소를 자신의 이익을 위한 단순한 수단으로 생각하시는 분들에게 하는 말입니다.



남편이 간통 했다고 고소하지만 실상을 들여다 보면 남편의 외도에 대한 법적 처벌을 바래서가 아니라 이혼 소송시 더 많은 위자료를 받기 위한 경우가 많습니다. 믿던 사람에게 돈을 빌려 주었다가 받지 못했는데, 돈은 갚지 않고, 어디에 있는지 모르니까 "사기를 당한 것"이 아니면서도 고소장에는 정말 나쁜 놈처럼 써서 고소를 합니다. 경찰은 바로 우리의 이웃이고 바로 옆에 있기 때문에 별로 중요하지 않게 생각하고, 한두장으로 된 고소장을 제출하는 경우가 많지만 고소장이 경찰서에 접수되어 고소인, 피고소인, 참고인 등을 소환한다는 것은 국가 형벌권을 작동하기 위한 수단 중의 하나이고, 형법과 기타 특별법에 의해서 범죄가 인정되면 처벌하는, 정말이지 단순한 일이 아님에도 그것을 모르는 분들이 있습니다.



고소 당한 사람이 혐의가 없다고 밝혀 진다면 고소를 한 사람은 그와 반대로 무고죄의 처벌을 받을 수 있음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무엇보다도 고소란 것은 장난이 아니다라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결론적으로는 경찰서나 검찰청, 법원 등을 찾지 않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만약을 위해서 항상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한다는 말씀, 이 햇병아리 경찰이 말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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