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lice News

아빠의 청춘

남궁Namgung 1999. 10. 7. 17:19









그간 안녕들하셨습니까? 여러분의(?) 남궁 현입니다. 날이 많이 쌀쌀해졌는데 어떻게들
지내시고 계신지 모르겠습니다. 주위에도 감기 드는 친구들이 있던데 여러분께서는 건강히
잘들 지내시는지요... 저도 얼마 전에 감기 들어보니 그거 참 귀찮은 일이더라구요... 가까
운 동네 약국에서 독한 약을 한 두 번 먹으니 감기가 손을 들기는 하더군요.


저는 요즘에도 다른 때와 마찬가지로 '조사교육'을 받고 있고, 이제 12주의 교육 중에서 7
주차 교육입니다. 조금씩 끝이 보이죠... 촌놈이 처음에는 서울생활이 무척 낯설게 느껴졌
는데 한달이 넘어가게 생활하니 사람이 살만하기는 한 것 같네요... 그래도 이 복잡한 서울
에서 지하철을 탈때, 내릴때, 그리고 사람들로 붐비는 거리를 걸을때면 서울사람들은 이렇
게 사람과 부대끼면서 어떻게 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친구 중에는 이런 생활을
즐기는 애들도 있더군요...



오늘 보내드리는 글은 저의 장래 장인의 이야기입니다. 보내드렸던 글중에도 다른 사
람의 이야기를 소재로 해서 쓴 것이 있었는데 아무래도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쓴다는 것은 뒷
탈도 많고 또 부담이 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제 주위 사람들의 이야기를 쓰
면 혹시 저의 글을 읽는 가까운 사람들도 자기가 글의 소재가 될까봐 혹시 저를 꺼리지는
않을까(아직 그정도의 영향력은 없고 앞으로돌 그럴것으로 생각이 되기는 합니다만...) 걱정
이 되기도 합니다. 아무튼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렇고, 또 저의 능력도 따라주지 않기
때문에 제 글을 생활하면서 보고 듣는 중에 느끼는 생각들을 글로 옮길것입니다. 생각이
짧다고 느끼시는 것이 있거든 많이 가르쳐 주시고, 좋은 의견있으면 서로 나눠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참고로 저의 e-mail 주소는 hyonyya@channeli.net입니다..



어제 밤부터 비가 오더니 지금 창밖은 잔뜩 찌푸려있네요... 막 퍼부어서 이 먼지 가득한
서울 공기좀 잠시라도 씻어 주었으면 좋겠네요...



그럼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남궁현 홈페이지
(http://namgunghyon.pe.kr) 위문방문 하기...










아빠의 청춘



첫 인사

대학 3학년때 지금 여인의 집에 처음 인사를 드리러 갔었다. 가기 전에는 농담으로 '나 가
면 씨암탉 잡아주는 거냐'고 묻기도 했었지만 막상 간다고 약속을 정하니 여간 긴장이 되는
것이 아니었다.


가서 절을 올려야 할지 아니면 그냥 고개 숙여 인사드리고 앉으면 되는 건지, 그리고 앉을
때도 편하게 양반자세로 앉아야 할지 무릎을 꿇고 앉아 있어야 할지 이것저것 걱정이 많이
되었다. 시간은 되어 그녀 집에까지 갔었고, 그녀가 살고 있는 집은 마당이 있는 집으로
마당 옆에는 텃밭도 있어서 거기에 이것저것 키우고 계셨다. (몇몇 친구들한테도 말했었는
데 내가 가장 꿈꾸는 집이 바로 그런 집이었다.)


미리 얘기를 많이 들어서 부모님의 모습을 머리속으로 그렸었지만 직접 뵈니 생각했던 것
보다는 연세가 꽤 들어 보이셨고 따님을 늦게 나셔서 참 애지중지 키우셨겠구나 생각이 들
었다. 특히 아버님은 철도공무원을 하시다가 정년퇴임을 하셨다고 했는데 첫인상은 참 엄
하시겠다는 생각도 들었다.(물론 실제로는 그렇지 않으시다)


가기 전에는 이리 저리 생각을 많이 했지만 막상 들어가서는 나 스스로도 내가 어떻게 하
는지 모르게 정신없이 행동했던 것 같다. 후에 가만 생각해보니, 처음에 뵙고 방에 들어가
서 부모님께 인사를 드리고,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서 말씀을 듣다가 편하게 앉은 듯 하다.



사위 사랑은...

그녀의 집에 처음으로 인사를 드리고 난 후로도 가끔 놀러도 가고 부모님께 인사 드리러도
가고 그랬다. 첫날에는 씨암탉 먹어보지 못했지만 그 후에는 정말로 옆뜰에서 직접 키우신
씨암탉도 잡아주시곤(한번이 아니라는 소리) 했다. 이제는 거의 내 집 드나들 듯이 다니고
있고, 그녀의 부모님은 이제 나의 부모님과 다름이 없으시다.




오늘은 위에서 말한 우리 아버님 얘기다.



나와 그녀의 아버님

처음 아버님을 뵈었을때는 무척 건강하신 것으로 생각을 했다. 물론 건강하시기는 한데,
아버님께서 직접 하시는 말씀, 그리고 어머님께서 하시는 말씀을 들으시니 아버님이 직장
생활을 하시면서 약주를 참 많이 드셨다고 한다. 그래도 술로 누군한테 흔히 말하는 져본
적이 없으시고, 약주를 많이 드신 다음 날에도 늦게 출근해보신 적도 한번 없으시다고 한
다. 그렇게 건강하게 몇 십년을 사셨는데 연세가 드시니 아버님 속에서 탈이 나신 모양이
다. 병원을 가보니 속이 많이 좋지 않으시다고 해서 그 후로는 그렇게 잘 드시고 좋아하시
는 약주도 많이 못하시고 음식도 맵고 짠 음식을 잘 드시지도 못하고 계시다고 한다.



내가 꽃게탕을 무척 좋아해서 그녀 집에 가면 어머니께서 자주 해주시는데 그 맛있는 것이
맵기때문에 아버님께서는 드시지도 못하고 나만 혼자 먹을때는 무척 죄송하다. 김치도 고
춧가루가 발갛게 묻혀져서 ?있게 생긴 것도 아버님께서는 드시지 못하고 어머님께서 따로
담그신 허연 김치를 드신다. 그래도 계속 조심하시면서 관리도 하시고 치료도 하셔서 그런
지 요즘에는 동네 어르들과 약주 한두잔 정도는 하시는 것 같다.



아버님의 경우와 직접적으로 비유를 할 수는 없고, 또 아버님께서 젊으셨을때 너무 잘못하
셨다는 얘기는 아니지만 옆에서 아버님의 모습을 뵈니 우리 경찰의 현실과 흡사한 점도 있
구나 싶어서 서론을 장황하게 썼다.




고질적인 경찰의 부패

고질적이라고 하는 우리 경찰의 부패는 그 역사가 거의 경찰의 창설 이래부터가 아닌가 싶
다. 학문적인 글을 보았다거나, 개인적으로 이 문제에 대해서 연구한 바는 없으나 부패의
가장 대표적인 것은 역시 '돈(money)' 문제가 아닌가 싶다.


경찰 조직의 말단부터 위의 수뇌부까지 연결된 그 부패의 고리. 얼마전까지만 해도 경찰
내부 자체에서도 인사나 보직 등에 대해서 '돈'에 관한 잡음이 많았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고, 또 무엇보다도 시민과 상대하면서 실로 그들의 피땀 어린 돈을 받아 먹어 사회적으
로 문제가 된 것이 한두번이 아니다. 최근으로는 수사권 독립 문제가 한참 사회적 이슈로
떠오를때 경찰청의 정보국장께서 수뇌혐의로 검찰에 구속되어 또 다시 검찰의 경찰죽이기가
시작되었다는 얘기가 있었는데, 그 구속 시기가 어떻다는 것을 떠나서 경찰의 고위층에서
그러한 일이 있었다는 사실이 하위직 경찰들에게는 무척 충격이었고 실로 허탈감을 던져주
기에 충분했었다.



현직 경찰서장까지...

또 바로 엊그제는 현직 경찰서장이 다시 2000여만원의 수뢰혐의로 구속되는 일도 있었다.
그 경찰서장이나 동급 이상의 상사들께서는 그런 뉴스를 들으시면 그럴 수밖에 없는 현실
등으로 이해를 하실지는 모르지만 나 같은 중하위직 경찰관들은 그런 소식을 들으면 도대체
가 이해가 되지를 않는다. 서장 정도 되시는 분이 도대체 뭐가 부족해서 그러셨을까 하는
의문에 우리의 상식으로는 대답이 잘 나오질 않는다. 정확한 액수는 모르지만 급여가 그리
적지도 않을것이고 사회적 신분으로 볼때도 돈의 유혹을 이기기가 쉽지 않을까 생각이 드는
데, 그런 계급에만 있는 어떤 불가피성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나쁜 음식

이렇듯 과거부터 지금까지 우리 경찰은 나쁜 음식을 너무 많이 먹었다. 그래서 계속 고생
을 하고 있다. 나쁜 것을 먹어도 우리 조직, 우리 사회가 겉으로는 표 안나게 견디어 내던
때가 있었다. 그런데 이 나쁜 것이 너무 많이 쌓여서 이제는 탈이 난 것이 아닌가 한다.
이제는 나쁜 음식을 조금만 먹어도 쉽게 탈이 나고 그 나쁜 음식의 양이나 출처를 떠나서
큰 몸살을 앓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 경찰은 힘겨운 식이요법과 치료를 하고 있다. 때로는 외부의 의사가 와서 진
단을 하고 처방도 해주고, 우리 자체로도 증상의 원인과 타당한 치료법을 계속 생각해 내고
있다. 과거에 몸 생각해서 조심하고 근신했으면 지금의 이런 일은 없었을텐데 너무 늦지는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하는 경우도 있다.



힘겨운 치료

하지만 우리 경찰내외로 이 문제에 관해서 자성의 목소리가 높고 또 그 동안 앓던 피가 젊
고 싱싱한 피로 많이 바뀌어지고 있다. 너무 성급한 말이지만 이제 우리 경찰도 건강을 회
복해 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이 든다. 완치가 되었다거나 상당부분의 건강이 회복되었
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래도 각 부분에서 이 문제에 대한 자성의 의지가 높으니 우리 경찰
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바라보아도 좋지 않을까 싶다.


그러나 한 가지, 몸이 좀 나아졌다고 해서 다시 혹사 시키면 안된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
실테다. 어쩌면 치료 불가능할 정도로 다시 악화될수도 있으니 말이다.



아버님께서 건강하시기를...

내 여인의 집에 3학년때 처음 갔었으니 지금까지 4년여를 드나들었는데도 아직까지 아버님
께 술한잔 따라 드리지를 못했다. 워낙 조심을 하셔서 집에서는 술을 드시는 경우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 점이 서운하거나 안타깝지는 않다. 아버님의 건강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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