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eally, educators play a key role in determining the nature of the learning experiences available to their students, and they can also shape their students' inclination and capacity to take advantage of their learning environment." (How People Learn II, p. 136)
여전히 온라인으로만 진행되고 있는 이번 학기도 벌써 4주 차에 접어들었다. 학생들에게 월요일마다 지난 주에 있었던 일을 요약하고 이번 주에 해야 할 일을 정리해서 간단한 메일을 보내 주고 있는데, 이번 주의 메시지 첫 부분에는 "Yes, we're already in Week 4!"라는 문장을 넣어 분위기 전환을 노렸다. 나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학생들에게도 이 답답한 시간은 빠르게 흐르고 있을 것이다.
이번 학기에 가르치고 있는 과목에서 지금까지 간단한 두번의 실수는 있었다. (한번은 시험이 오픈되는 날짜를 착오했고, 또 다른 것은 시험 문제의 정답을 잘못 입력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 정도의 실수는 지금까지 계속 있어왔기 때문에 놀랍지 않다. 이 두 번의 실수도 (만나보지는 않았지만 분명히) 부지런한 학생들이 메일로 문의를 해와서 확인한 후에 수정할 수 있었다.
어떤 이들은 교수의 작은 실수와 이를 수정하는 절차가 교수들의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에 긍정적인 작용을 한다고도 한다. 물론 자기 실수에 대한 정당화로 들릴 수 있지만 나도 동의하는 편이다. 실제 교수들이 (몇 주동안 잘못된 과목을 가르치는 식의) 아주 엄청난 실수가 아니라면 학생들도 대수롭지 생각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교실에서 가르치는 수업에서도 종종 실수를 했지만, 그때는 학생들을 직접 만나서 내가 저지르게 된 실수의 원인과 바로 잡는 계획을 설명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학생들의 반응을 직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는데, 이때도 학생들의 거센 항의나 불만 표시는 (적어도 내 앞에서는) 없었다.
온라인 과목에서는 이런 때 학생들의 불만 사항이 어떤지 확인할 길이 없지만, 아직까지는 적극적으로 항의하며 좀더 구체적인 해명을 요구하는 메일은 없었다. 다행스러운 일이기는 하지만, 내 딴에는 철저하게 살펴보고 강의를 오픈하는데도 이렇게 구멍이 생기는 것은 나 스스로도 신기할 따름이다.
이번 학기에는 과목마다 새로운 도구를 하나 도입해서 사용하고 있다. 바로 학생들에게 매주마다 배운 내용을 회고해 보라는 과제이다. 나는 "Reflection"이라는 제목을 달아서 봄 방학과 마지막 기말고사 주간을 제외한 모든 주에 동일한 질문을 던지고 여기에 약 150개의 단어를 사용해서 답하도록 했다.
나도 지난 학기부터 온라인으로 교수법 강의를 듣고 있는데, 거기서 배운 것을 실제 활용해 보기 위해 시범적으로 도입해 본 것이다. 매주 있는 대부분의 과제는 논문이나 신문/잡지 기사, 다큐멘터리 등을 읽거나 시청한 이후에 내가 올린 서너 개의 질문에 답해야 하는 다소 진지하고 공식적인 과제이다. 이에 반해 Reflection 과제는 비공식적이고 대화하는 듯한 내용으로 답하도록 하고 있다.
이 같은 장치는 이른바 상위인지, 혹은 메타인지라는 용어로 번역되는 "metacognition"을 활용한 교수법이다. 상위인지는 흔히 "생각하는 바에 대한 생각," 또는 "배우는 것에 대한 배움"이라는 식으로 해석되곤 한다. 즉, 내가 알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는지에 대해 생각해 보는 과정이 배움의 중요한 부분이라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다. 예를 들어, 지난주에 조사방법론에 대한 윤리적 문제점을 배웠다면 이 주제에 대해서 내가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점에 대해서 실제로 얼마나 알고 있는지 돌이켜 생각해 보는 과정을 갖는 것이 배우는 과정에서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물론 시험이나 에세이 등 다른 과제물을 통해서도 학생들의 성취도를 평가해 볼 수 있지만, 이 같은 평가 도구보다 좀더 자주 사용할 수 있으면서도 학생들에게 큰 부담이 되지 않는 방식이 있다면 더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도입한 것이 바로 Reflection 숙제였다. (구체적인 배경과 사례는 이 사이트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질문도 내가 고안해 낸 것이 아니라, 이 방법을 사용했던 다른 교수들의 몇몇 사례를 취사선택해서 만들었다.)
학생들에게 보통 세개에서 네개의 질문을 던지고 이에 답하도록 하고 있는데, 아직까지는 학생들이 제출하고 있는 과제물의 내용이 긍정적이다. 일부 최소 요건을 채우지 못하고 급하게 제출하는 학생들이 있지만, 이는 다른 과제물의 경우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새로 도입한 이 과제의 문제인 것 같지는 않다. 그리고 온라인 수업이라 학생들의 반응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운 단점이 있었는데, 이 과제를 통해서 학생들의 매주마다의 반응과 도전, 질문 등을 확인하는 것도 꽤 도움이 많이 되고 흥미롭다.
우선, 상당히 오랜 기간 가르쳐 온 과목들이기 때문에 내게는 당연하거나 쉽게 생각하던 것들이 처음 이 과목을 배우는 학생들에게는 어떤 점이 어렵고 쉬운지를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 즉 학생들의 입장에서 과목들의 주제와 그 난이도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일부 자세히 답하는 학생들을 통해 매주마다 배우는 주제와 다른 과제를 통해서 학생들이 어떤 점을 느끼고, 지금까지 배워왔던 것과 어떻게 관련이 있는지 등을 알 수 있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성격에 따라 침묵하거나 조용히 수업을 "참관"하기를 선호하는 학생들조차도 무언가를 말해야 하는 기회를 갖게 됨으로써 그들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기회를 주게 된 점도 긍정적인 변화로 생각한다. (장기적으로는 교실 수업에서도 이 방식을 사용할 필요가 있지 않나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이 좋은 교수법 도구도 단 한가지 단점이 있으니, 내가 학생들이 제출한 것을 읽고 답하는데 시간이 꽤 많이 소요된다는 것이다. 학생들의 배움의 과정을 묻는 것이니 당연히 그들이 어려워하는 점과 각 주의 주제에 대한 질문을 하도록 요구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 일일이 답을 하는데 상당히 많은 시간이 소모됨을 알게 되었다.
나의 온라인 수업은 거의 매 주마다 과제가 있고 마감은 매 주의 일요일 자정인데, 따라서 일찍 제출되는 과제들은 주중에 두세 번 채점하는 과정에서 미리 처리가 된다. 하지만 놀랍지 않게도 거의 대부분의 학생은 일요일 오후에 과제물을 제출하기 때문에 나는 월요일 오전이 제일 바쁜 시간이다. 이전 학기까지만 해도 월요일 오전에 두어 시간 정도를 투자하면 모든 과목의 전주 과제 채점을 마무리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그보다 훨씬 많은 시간이 들어간다. 모두 Reflection 과제 때문이다. 물론 주중에 채점하는 것도 Reflection 과제 채점에 훨씬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
하지만 이 과정을 통해서 학생들과 훨씬 더 인간적이고 친밀한 대화를 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갖을 때가 많다. 그리고 매주 학생들이 이 과제를 통해서 그들이 불확실하게 생각하는 내용이나 다른 질문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내게 이메일로 하는 질문이 대폭 감소했다. 정확히 숫자를 기록하고 있지는 않지만 학생들의 문의 이메일이 이전의 1/3도 되지 않는 것 같다. 달리 생각하면, 학생들의 이메일 답변에 사용했을 시간을 이 Reflection 과제를 채점하는 데 사용하고 있으니, 어쩌면 이전과 큰 차이가 없을지도 모르겠다.
지난 학기에 이어 이번 학기에도 계속 듣고 있는 교수법 강의(Effective Teaching Practices)는 나의 학교에서 비용을 지불하고 있으며, 학교 교수들에게 좀더 나은 교수법을 사용할 수 있도록 고안된 온라인 강의이다. 25주 동안이나 진행되기 때문에 그리 간단한 수업은 아니고, 더구나 학교의 일을 모두 하면서 동시에 진행되고 있어서 어떤 때는 부담이 되는 점이 없지 않다.
몇 학기 전에도 유사한 온라인 강의를 수강한 적이 있어 그래도 적응하는데 어렵지 않았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학생의 신분으로 돌아가 온라인으로 공부하는 것에 대한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큰 도움이 되고 있다. 그리고 이 강의는 믿을만한 기관에서 개발되었기에 강의 내용이 매우 충실하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 그리고 학생들을 가르친다는 것이 그저 시간만 지나면 자연스레 익혀지는 기술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천만한 것인지를 매번 깨닫게 된다. 연구를 통해 증명된 교수법을 사용하고, 그 교수법을 꾸준히 평가하면서 가다듬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생각하게 된다.
단점이나 문제를 굳이 꼽자면 이 강의에서는 유용하고 도움이 될만한 교수법이나 도구 등을 너무 많이 설명하고 가르쳐 주고 있다는 것이라고나 할까. 이 강의에서 소개하고 가르쳐 주고 있는 대부분의 것들을 내 과목에서 한꺼번에 도입하자면 처음부터 재설계하는 것과 다름없을지도 모른다고 생각이 들 정도이다. 그래서 일단 내가 생각하기에 큰 부담이 없고 지금의 과목 설계에서 작은 변화로 도입할 수 있는 것부터 시도하려고 한 첫번째 것이 Reflection 과제였다. 앞서 말한 대로, 내가 투자해야 하는 시간이 약간 늘어난 것 외에는 아직까지 별다른 문제는 없어 보인다. 설령 훨씬 더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사용하게 되었더라도 학생들을 위한 나의 투자는 오히려 득이 되는 변화라고 받아 들여야 할 것이다.
이 글을 시작하면서 인용한 문장에서 말하는 것과 같이, 교수가 어떻게 하는냐에 따라 학생들의 학습 경험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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