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현 사는 법

숨겨진 보석

남궁Namgung 2020. 9. 13. 07:02

최근 건강에 부쩍 관심을 많이 갖게 되었다. 나이 들어가는 과정에 생길 수 있는 조바심이거나 단순한 조심일 수도 있겠고,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잡다한 정보에도 눈을 돌리면서 초래된 긍정적 변화일지도 모르겠다. 

 

유튜브를 통해서 찾은 몇몇 건강 관련 채널을 시청하기도 하고, 건강 전문 인터넷 사이트도 자주 찾기에 등록해 놓고 신문을 읽듯이 종종 찾아가서 읽는 편이다. 몰랐던 것을 알게 되는 재미도 있으면서, 내가 왜 아직까지도 이런 것을 알지 못했나 하는 자탄을 하기도 한다. 건강에 대한 디딤목 같은 가르침은 이미 알고 있는 것이었지만 실천을 게을리하거나 하지 않았던 것들이었다. 건강한 음식을 찾아 먹고 몸을 부단히 움직이며 긍정적으로 살라는 것인데, 이를 모르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이제는 식상할 수도 있을 이같은 "건강 법칙"에 내가 왜 관심을 갖고 실천을 하려고 노력하게 되었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여름방학 이전에만 해도 너무 많은 시간을 앉아 있는 내 생활에서의 불균형을 보전하고자 조금 걷거나 뛰려고 했었는데, 이제는 좀 더 적극적으로 하자고 생각하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혼란이 최대치에 이르렀을 때 즈음에 샀던 러닝머신은 아직까지도 온 가족이 잘 사용하고 있다. (초기 애용자였던 혜빈이의 사용량이 많이 줄었지만, 나와 아내 그리고 유빈이는 계속 이 뜀뛰기 기계를 사용하고 있다.) 마룻바닥인 1층에서 계속 사용해서 누구 하나가 러닝머신에서 뜀박질을 할 때마다 집안 전체가 흔들리는 듯한 울림이 있었는데, 얼마 전 차고를 치워 자리를 낸 후 그곳에 옮긴 후로는 이런 증상이 없어졌다. 

 

유빈이도 일주일면 두세번은 달리거나 뛰기를 하고 있는 것 같고, 아내도 최근에는 그 정도로 운동을 하는 것 같다. 나는 최근 사용빈도를 조금 높여 가급적 매일 같이 걷고 뛰기를 반복하고 있다. 한번 할 때마다 2마일 정도밖에 되지 않지만 그래도 대개의 경우는 땀을 흠뻑 흘릴 때가 많다. 그나마 이 정도라도 계속하는 것을 스스로 기특하게 생각하고는 있지만, 그래도 조금씩이라도 거리를 늘려야 한다고 다짐하고 있다. 

 

거의 반년이 되어가고 있는데 빨래걸이로 전락하지 않았을뿐더러 집안 물품 중 가장 많이 이용하는 것 중의 하나가 되었으니 최근 들어 가장 잘 산 물건 중의 하나다. 

 

얼마 전 건강검진을 가서 의사와 만나서도 얘기를 했지만(이 또한 내 적극적 건강관리의 일환이었다), 지금의 이 특이한 상황에서도 신기하게 내게는 긍정적인 현상이 더 많은 것 같다는 점이 다소 모순적이기도 하고, 많은 피해를 입은 이들에게 미안하기도 하다. 아무튼 전보다 더 많은 시간을 건강 관리에 투자하고 있고, 이전에 읽지 못했던 책들을 읽는데도 시간을 더 많이 투자하고 있다.

 

이전에도 잠을 많이 잤기 때문에 잠에 대해서는 큰 불만이 없었지만, 지금은 아침 늦은 시간까지 방해받지 않는 수면을 하고 있어서 이런 점도 내 몸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을 것이다. 아마도 아침저녁 출퇴근 시간에 두 시간 이상씩을 차에서 보냈던 시간이 없어졌던 것이 가장 큰 이유일 수 있고, 이 외에도 출퇴근과 관련해서 조금씩이라도 소모되던 자투리 시간들이 없어졌던 것도 한 요인일 수 있다. 그간 수개월 동안의 재택근무로 인해서 이 같은 근무 형식에 많이 적응된 것도 이유 중의 하나일 수 있겠다. 


아침에는 아내가 가까운데라도 산책을 다녀오는 것이 어떠냐는 제안을 하기에, 이전부터 생각만하고 실제로 가보지 않았던 인근 공원(Cherry Creek State Park)을 다녀왔다. (2020. 9. 12.)

 

집에서 차로는 5분 정도 밖에 걸리지 않는 곳에 위치한 공원인데 시내나 학교 등을 갈 때는 항상 그 공원 옆으로 난 큰길을 지나야 하기 때문에 공원 옆으로는 수천번을 왔다 갔다 했다고도 할 수 있다. 처음 이곳으로 이사 왔을 때 지인들과 캠핑을 한번 했었고, 최근에는 유빈이가 제 친구들과 뮤직 비디오 촬영을 이곳에서 한다고 해서 다녀오기도 했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그 정도가 이 공원을 이용한 전부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등한시 한 곳이기도 하다. 덴버에서는 꽤나 알려진 곳임에도 불구하고, 가까운 곳에 있기에 시간을 내어 "탐험(?)"할 욕구가 별로 생기지 않았던 것이다. 그저 언제든지 차의 핸들을 돌려 몇 분만 가면 찾아볼 수 있다는 특별한 친숙감이 오히려 이 공원으로 발길을 돌리지 않게 했던 것 같다. 

 

그러다가 오늘 마침내 이 공원의 자연과 환경을 제대로 만끽하는 기회를 만들었다. 동네를 빠져나오면 만나는 친숙한 길을 따라 1킬로미터 정도만 내려가면 바로 공원 옆을 지나는 길과 교차되는 곳인데, 이 교차로의 한쪽 켠에 가구상가 등이 쭉 이어져 있는 곳이 있다. 이 앞에 있는 커다란 주차장의 한 곳에 차를 주차해 놓고 횡단보도만 건너면 바로 이 공원으로 들어가는 샛길이 있다. 이 길을 한 번도 이용해 보지는 않았지만 차로 오가면서 산책 복장을 하거나 자전거를 타고 이 곳으로 들어가는 사람들을 많이 보아왔기 때문에 여기를 찾기는 쉬웠다. 

 

 

그리고 공원 안으로 들어 갔는데 이전에 차를 타고 한두 번 왔을 때와는 분위기가 크게 달랐다. 공원으로 들어가는 산책로는 널찍하게 포장이 되어 있어 산책하는 사람들은 물론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에게도 무척 편리하게 되어 있었다. 무엇보다 얼마 전 근처에서 난 큰 산불로 인해 육안으로도 확인이 될 정도로 좋지 않았던 공기가 무척 맑고 상쾌했다. 이전에 이곳까지 퍼졌던 산불 연기로 인해 가려졌던 록키 산맥도 그 윗자락에 눈 덮인 모습까지 보일 정도로 가시거리가 멀었다. 

 

토요일 아침 10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는데도 생각보다 사람이 많지 않아 한적하게 산책을 할 수 있었다. 일부 산책 코스는 포장이 되어 있지 않아 흙길을 밟는 유쾌한 기분과 소리를 즐길 수 있었다. 그리고 이 길 중 상당 부분은 그리 크지 않은 나무들이 양쪽으로 늘어서서 그늘까지 만들어 주고 있어서 마치 험하지 않은 숲길을 산책하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집에서 10분(길이 막히지 않으면 5분)도 채 되지 않는 곳에 이처럼 보물같은 공원이 있었는데도 거의 7년 만에 처음 와본다는 사실이 허무할 정도로 좋은 시간을 보내고 왔다. 인생에 있어서 가장 소중한 것들(예컨대 가족)은 정작 공짜라고 한 글을 얼마 전에 본 적이 있는데, 이 공원도 돈 한 푼 내지 않고 이용할 수 있음에도 멀리 있는 것들만 다니려고 지도를 그렇게 찾아왔다는 사실이 후회될 정도였다. (차를 타고 들어가는 경우에는 9불을 내거나 회원권이 있어야 한다.)

 

 


그러고 보면 정말이지 가까운 곳에 있다는 이유 만으로, 아니면 언제든지 찾아 보거나 접근할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소홀히 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당장 내 등 뒤에 있는 책장에도 보석 같은 책들이 많이 꽂혀 있는데 새로운 신간이나 내가 갖고 있지 않는 책들을 사거나 빌려 보려고 인터넷을 뒤져 보는 일이 적지 않았다.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더 많은 시간과 마음을 투자하지 않는 것도 비슷한 이유가 아니었나 싶다. 오늘 만난 저 공원이 내게는 마치 숨겨진 보석을 만난 듯한 느낌을 주었는데, 사실 찾으려 하지 않으면 보석이 숨겨져 있는지 알 수 없는 일이다.

 

보물이든 허접한 폐물이든 무언가를 찾으려고 부지런히 움직이지 않으면 아무 것도 찾을 수 없다는 자명한 원리를 다시 생각하게 된 아침이었고, 항상 지나치면서도 찾아보려 하지 않았던 이 보석을 우연히 만나는 행운을 잡게 된 아침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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