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현 사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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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Namgung 2013. 11. 17. 07:43

결전의 날. 


내가 그렇게 길고도 긴 시간 동안 맨투맨을 보고, 성문영어를 보고, 해커스토플을 보고, EBS 아침 방송을 들었던 것은, (조금 과장하자면) 모두 이 날을 위해서가 아니었던가. 별로 되지도 않는 돈 탈탈 털고, 그렇게 안정적이다는 공무원 신분 모두 뒤로 한 것 또한 모두 이 날을 위해서가 아니었던가. 


학교마다 다르지만, 내가 5년간을 다녔던 미주리 주립대학-세인트루이스에서는 박사 학위를 받기 위한 과정은 (아주 당연히도) 어드미션을 받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학교에 입학해서는 평균 약 3-4년 정도 걸리는 코스웍을 마쳐야 하고, 그런 후에는 박사 자격 시험을 치르게 된다. 코스웍이야 수동적인 과정이라고 할 수 있어서, 그냥 수업 듣고 해야 되는 과제 열심히 제출하고, 시험 준비해서 치르면 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그런 후에 치르게 되는 자격 시험은 돌이켜 생각하니 그 과정에서 겪어야 하는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았다. 일단, 나의 실력을 두 개의 페이퍼에 모두 보일 수 있어야 하는데 그렇게 한다는 것이 쉬운 일만은 아니고, 일단 이 과정에서 실패 하게 되면 그간 투자한 모든 것들이 물거품이 되기 때문에 위험 부담 또한 무척 큰 투자이다. 


그래서, 최종으로 페이퍼를 제출하고서는 얼마나 떨었는지 모른다. 어쨌든, 그렇게 자격시험 통과하면 소위 ABD (All But Dissertation)라고 해서, 논문만 쓰면 되는 사람이라는 비공식적인 타이틀이 붙게 되는데, 그것이 작년 9월 이었다. 


그리고, 그 "타이틀" 덕에 이곳 저곳 학교에 지원할 수 있었고, 그 덕에 지금 이 학교까지 올 수가 있었다. 


하지만, 논문을 끝내고 PhD라는 더 보기 좋은(?) 타이틀을 달아야 한다는 부담감은 항상 갖고 있었다. 또 내가 이 학교와 계약을 하면서 조건 중의 하나 또한 내년 봄 학기 말까지 그 학위를 취득해야 한다는 것이 포함되어 있었기에 이 학위 취득은 빠른 시일 내에 당연히 이뤄야 할 과업 과도 같은 것이었다. 


그리해서 이곳에 이사 온 후로도 지도 교수님과 계속 이메일을 주고 받고 전화로 연락을 하면서, 내 논문을 조금씩 조금씩 가다 듬어야 했다. 허나, 본격적으로 학기가 시작되니, 이 논문을 쓰는 일은 뒤로 미뤄질 수 밖에 없었다. 


티칭을 위해 준비하는 일도 만만치 않았고, 일주일 티칭을 하고 나면 주말에서는 녹초가 되어 책과 글은 보기 싫어질 정도였다. 그러다가 날이 조금씩 선선해 지면서 올해 (2013년)에는 반드시 졸업해야 한다는 나의 원래 계획을 되새기게 되었고, 컴퓨터 하드 한쪽 구석에서 오랫동안 묵혀 있던 화일을 다시 열어 작업하기 시작했다. 


올 겨울에 졸업하려면 11월 중순까지는 지도 교수님들 앞에서 발표를 하고, 심사 (defense)를 거쳐야 했기 때문에 그 이전부터 교수님들과 더 자주 연락하면서 페이퍼를 조금씩 다듬기 시작했다. 그리고, 네분의 교수님들 스케쥴을 잡다 보니 다소 한가할 수 있는 금요일이 아닌, 주중 한 가운데 수요일 (11월 13일)로 논문 심사일을 잡게 되었다. 


학생들과 학과장님에게는 나의 중요한 논문 심사가 있음을 알리고 화요일에 덴버를 떠나 저녁에 세인트루이스에 도착할 수 있었다. 





5월 말에 이곳으로 이사 온후로 약 6개월 정도 만에 정든 도시 세인트루이스를 방문한 것이었다. 다행 이곳에서 살때 가까이 지냈던 분께서 공항으로 픽업도 나와 주시고, 집에서 잠도 재워 주셔서 맘 편하게 묵을 수가 있었다. 


먼길 왔다고, 다른 분들도 권 선생님 댁에 찾아 주셔서 함께 저녁 식사를 하고 두런 두런 얘기도 할 수 있었는데, "아... 이런 것이 세상 사는 맛인가 보다..." 라는 생각이 들게 모두 반갑게 맞아 주셔서 다시 한번 인연의 소중함과 감사함도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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