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이렇게 해서 이번 주의 강의를 모두 끝냈다. 어려운 점이 없지 않았지만, 그래도 많은 실수는 없었던 것으로 평가하고 싶다. 일주일의 "노동"을 쉬운 말로 요약하면, "무슨 일을 하든 쉬운 일은 없다"는 것이 될 것 같고, "먹고 살기 쉽지 않다"는 생각도 든다. 그래도 (일주일 밖에 하지는 않았지만) 이 정도로 선방을 했다는 것에 대해서는 스스로에게 어깨를 두드려 주고 싶다.
우선은 아침 8시에 있는 수업을 위해 일어나야 한다는 것이 제일 어려운 일이었다. 얘네들이야 8시부터 문을 여는 관광서도 많고, 중고등학교는 이보다 훨씬 더 일찍 시작하는 곳도 있다. 허니,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모두 새벽 공기를 헤치며 출근을 하고 있을 터인데, 평생 모닝 퍼슨 (morning person)이 될 수 없었던 나는 일주일에 두번씩이나 있는 8시 시작 수업을 위해서 6시에 일어나는 강행군을 해야 했다.
일어나는 것은 무척 힘들지만 그래도 출근을 준비하다 보면 잠이 깨지기는 하고, 또 전철을 타러 역에 가보면 아무렇지 않게 서 있는 사람들 (왜 아무렇지 않겄어... 다 속으로는 죽을 맛이겠지...ㅎㅎ)을 보며 기분 전환을 하곤 했다. 앞으로 한 학기 내내 이 시간에 출근을 해야 하는데, 새벽이 깜깜할 때에는 얼마나 더 괴로울지... ㅠㅠ
하루에 한 시간 십오분씩 있는 두번의 수업도 사실 쉬운 일이 아니었다. 수업을 영어로 해야 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지만, 거의 쉬지 않고 계속 말을 해야 하는 것이 나 같이 목이 약한 사람에게는 큰 도전이었다. 지금도 약간 목이 잠기었다. 하루에 이 정도로 목을 쓴다고 해서 힘든다고 하면 하루 종일 학생들을 상대로 하는 초중고 선생님들은 코웃음도 치시지 않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목이 약하셨던 어머니를 타고 나서 그런지, 아니면 소싯적 노래방에서 하도 고래고래 소리지르며 노래하다가 성대를 다쳤는지, 길게 말을 하면 쉽게 목이 잠기는 편이다.
이 또한, 이번 학기 내내 극복해야 할 일인진데, 계속 사용할 수록 더 단단해졌으면 하는 소망을 갖고 있지만, 임시적으로라도 목을 보호할 수 있는 캔디나 다른 음료도 준비해 놔야 하지 않나 아내와 상의하고 있다.
수업을 준비하는 것은 다행 그럭저럭 하고 있다. 한 시간은 수업 소개였고, 제대로 된 진도는 한번 밖에 하지 않았으니 무슨 수업 준비를 했다고 하기에도 우스운 정도이기는 하다. 그래도 두번 수업 모두 허둥대지 않으면서 평정을 잃지 않으려고 했고, 나의 긴장이 밖으로 새 나가지는 않은 듯 싶다.
다행인것은, 내가 가르치는 과목이 일전에 세인트루이스에서 했던 과목이고, 그 당시에 수업을 위해서 준비해 놓은 자료를 응용할 수 있는 방법이 있기에 그나마 적은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하고 있다. 그래도 매번 수업을 진행하면서 느끼는 것은, 좀 더 갈고 다듬고, 무엇보다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학교, 이 과에 완전 "신입 직원"인지라 여러 교수님들이 방 앞을 오가면서 필요한 것 있으면 언제든지 물어 보라며 친절한 말을 건네주고 있다. 학교 행정이나 학과가 돌아 가는 일에 익숙해지려면 시간이 좀 더 걸리겠지만, 그래도 주위에서 도와주고 지원해 주는 분들이 많아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내일 학과에 교수 회의가 있다고 하는데, 거기에 참석한 후에 다음 주 수업 준비를 좀 더 하고, 목을 좀 쉬고, 애들과 좀 더 시간을 보내 주는 일... 그런 일들이 남아 있다.
이렇게 월요일부터 시작된 나의 본격적인 새 직장 생활이 지나고 있다.
(가만, 그러고 보니, 여기는 새로 왔는데도 삼겹살 집에서 회식을 하자는 말이 없네... 사무실에 나 같은 직원이 또 있어야 분위기를 잡곤 하는데 ^^)
사무실이 어느 정도 정리가 되어 가고 있다. (적어도 책상 주위는...)
이름표가 없었는데, 아까 사무실을 나가다 보니 이름표를 꽂아 놓았다.
벽도 휑해서 얼마 전부터 내가 (혹은 유빈이가) 찍은 사진을 현상해서 액자에 꽂아 벽에 걸고 있다. 지금까지 여행 다니면서 직접 찍은 사진으로 조금씩 조금씩 채워 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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