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좋은 글

Immature poets imitate; mature poets steal.

남궁Namgung 2011. 2. 5. 14:42

 

그간 날이 참 다이내믹했다. 눈이 꽤 많이 와서 며칠을 집에 가두어 놓더니, 어제는 영하 10도를 넘나드는 추위로 겨울을 제대로 실감나게 했다. 다행 일기예보에 따르면 당분간은 영상의 기온을 보이면서 햇살을 볼 수 있는 날이 많다고 한다.

 

눈치우는 삽이나 기계가 없어 제대로 눈을 치우지 못해, 차가 빠져나가는 길도 꽁꽁 얼어 있는데 얼른 날이 풀려 눈이나 녹았으면 좋겠다. 동네에도 그렇고, 차를 몰고 어디를 가도 저렇게 녹지 않고 쌓여 있는 눈들이 많다. 이제 2월로 접어 들었고, 겨울도 막바지에 접어 들었다고 하겠으니, 이 추위와 불편도 조금만 참으면 다 지나겠지...

 

 

학기가 시작된지도 몇주가 지났다. 한 과목 듣고 있는 수업은 눈이 많이 와 학교가 문 닫는 바람에 수업을 진행하지 못해 지금까지 두번 밖에 진행되지 못했고, TA를 하고 있는 과목은 월요일 수요일에 있어 한참 많이 진행된 것 같기는 하지만, 아직까지는 일이 많다고 느낄 정도가 되지는 않고 있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새로 옮긴 5층 사무실은 좀 외진 곳에 있는데다가 혼자 사용하는 곳이라서 이모저모 맘에 들고, 이전 교수님의 일을 도울 때와는 달리 내가 개인적으로 스케쥴을 조정할 수 있는 여지가 많아, 그 점도 좋다.

 

다만, 올 내에로 박사 자격 시험이라고 할 수 있는 양질의 페이퍼 두 점을 써 내야 하는 점이 부담이기는 하다. 아직 연초이고, 시간이 많이 남아있다는 생각때문인지 크게 마음 졸일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이런 저런 책과 저널들을 읽으면서 아이디어를 짜내야겠다는 생각으로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다.

 

특히, 이 프로그램을 시작하면서 계속 가졌던 "writing"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학문적 글쓰기에 대한 책을 많이 대출해 놓았고, 특히 리서치 분석 보고서를 쓰는 방법을 다루고 있는 실용적인 책들을 훑어 보고 있다. 다른 모든 언어에 대해서까지 일반화 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영어와 우리 말로 글을 써서 읽는 이를 설득시키려는 과정은 유사한 점이 많이 있는 것 같다. 다만, 그 표현을 영어로 해야 한다는 점이 당연한 큰 차이인데...

 

최근에 펼친 한 책에서는 글 잘쓰는 방법 중의 하나로, 명작을 모방하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글쓰기 뿐 아니라, 음악 미술 체육 어느 분야에서건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전문가나 명장들의 작품이나 기술을 흉내내도록 권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글쓰기도 예외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T.S. Elliot이라는 유명한 미국 작가의 글을 인용하고 있다. (사실은 이름만 낯익지 이 작가가 얼마나 유명한 사람인지는 모른다.)

 

 <위키피디아에서 찾은 그분 사진. 솔직히 처음 "뵙는다">

 

 

 "서투른 시인은 단지 흉내낼 뿐이고, 유능한 시인은 도적질을 한다. 무능한 시인은 자신이 받아 들인 것을 더 좋지 않게 만드는 반면, 유능한 시인은 그들이 받아 들인 것은 더 나은 것, 혹은 최소한 뭔가 색다른 것으로 만든다 (Immature poets imitate; mature poets steal; bad poets deface what they take, and good poets make it into something better, or at least something different.)"고 옮길 수 있을지 모르겠다. 잘은 모르지만, 아마도 영어권 사람들이 많이 인용하는 문장인가 보다.

 

요점은, 다른 이가 쓴 것을 보고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내는 것이 유능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라는 점이다. 나의 창작이라는 것도, 결국 남의 창작품에서 좋은 점을 본 받고, 그렇지 않은 점을 따라 하지 않으면서, 자신의 스타일을 가미하는 것이라는 말이겠고.

 

사실, 저널이나 책을 읽으면서 지금까지는 내용에 충실했는데, 이제는 분야에서 유명한 학자들이 쓴 글을 읽을 때 어떤 식으로 글쓰기를 했는지 더 신경을 쓰게 된다. 논문의 첫 문장은 어떻게 시작했는지, 문단과 문단은 어떻게 전환시키고 있는지, 결과는 어떻게 제시하고 있고, 결론을 낼 때는 어떤 식으로 정리하는지 등 형식에 좀 더 관심을 갖고, "따라하기 연습"을 해 봐야겠다.

 

그러고 생각해 보면, 사는 것 자체도 "따라하기 과정" 중 하나일수도 있겠다. 나의 롤 모델, 내가 존경하는 사람, 나의 부모님, 나의 친구, 나의 주위 사람들, 내가 발견하는 책 속의 인물들이 사는 점을 보고, 들으면서, 그들의 장점을 본 받으려고 노력하고, 그렇지 않은 점은 따라하지 않으려는 것이 살아 가는 과정 아닐까...

 

....

 

근데, 그렇다면... 내가 어제 맥주캔 비우는 그 모습은 누구를 따라한겨...

 

 


 

 

One of the surest tests [of the superiority or inferiority of a poet] is the way in which a poet borrows. Immature poets imitate; mature poets steal; bad poets deface what they take, and good poets make it into something better, or at least something different. The good poet welds his theft into a whole of feeling which is unique, utterly different than that from which it is torn; the bad poet throws it into something which has no cohesion. A good poet will usually borrow from authors remote in time, or alien in language, or diverse in interest.

 

 

http://nancyprager.wordpress.com/2007/05/08/good-poets-borrow-great-poets-steal/

http://www.bartleby.com/200/sw1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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