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인트루이스(St.Louis) 정착기

Dental Visit

남궁Namgung 2010. 11. 8. 07:08

부끄러운 얘기지만 지금 입 안의 이가 성한 것이 많지 않다. 어려서부터 관리를 잘 안해 줘서 치과도 참 많이 다녔고, 그 덕에 분에 넘치는 골드를 이에 씌우는 호강도 하고 있다. 

 

무식한 얘기지만, 실은 어려서부터 이 닦는 방법을 제대로 몰랐던 이유가 가장 컸다. 나는 하루 세번, 즉 매끼 후에 세번, 3분 동안만 이를 닦으면 되는 것으로 알았고, 실제 그렇게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했었는데, 이상하게도 충치가 줄어들지 않았다. 그래서 치통도 많이 앓았고, 치과에서 그 공포스러운 드릴 소리도 많이 경험했으며, 신경치료를 받으면서 치아로 인해 겪을 수 있는 웬만한 통증도 많이 겪어 봤다. 

 

그러다가 대학시절, 학교 내의 치과선생님이 특강을 한 때가 있었는데, 그때가 내 치아 관리의 터닝포인트였다. 그 분 말씀을 간략히 말하면... 이는 매끼 후에 닦고, 취침 전에 닦는 것이 중요하고, 바빠서 그렇게 못하겠다면 아침 먹고 닦은 후에 잠자기 전에 닦는 것은 잊지 말고, 그것도 바빠서 못하겠다면 최소한 하루 한번 취침 전에는 반드시 이를 깨끗이 닦고 자라는 말씀이었다. 깨어있는 동안은 그래도 혀의 운동과 침의 영향으로 이가 상하는 것이 좀 덜 할수도 있지만, 잠자기 전에 닦지 않고 잘 경우, 충치균이 아주 왕성히 활동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는 것이, 내가 지금까지 기억하고 있는 그 분의 말씀이다. 사실, 이 말이 의학적으로 맞는지는 확인해 보지는 않았지만, 상당히 신빙성 있는 말씀이었고, 그제서야, 거의 20년 동안 모르고 치아만 고생시켰던 나는 머리통 뒤를 크게 맞는 듯한 깨달음을 갖게 되었다.

 

그런 후로는, 그분 말씀대로 나는 무슨 일이 있어도 잠자기 전에는 이를 반드시 닦게 되었다. 어쩌다가 (혹은, 아주 자주) 술이 만취하게 되어 정신이 왔다 갔다 할 때도 집에 가서 이는 반드시 닦고 잤었고, 이 점에 대해서는 내 스스로도 놀랍게 생각하는 점이다. 그래서 인지는 몰라도, 그 후로는 다행 치아로 크게 고생한 적은 없었다.

 


 

애들이 자라고, 유빈이와 혜빈이이 입에 치아가 나면서, 부모로서 해야할 의무 중의 하나는, 당연히 잠자기전 이를 닦이는 것이었다.

나의 무지함으로 고생한 것은 나의 세대에서 끝내도록 하는 것은 어느 부모라도 생각할 일.

 

애들 이도 참 부지런히 닦여 주었었다. 잠 자기 전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닦이려고 했었고, 내가 아무리 피곤하고 취해도 내 이를 닦았듯, 아무리 피곤하고 취해도 애들 이는 반드시 닦여 주려고 노력했었다. (이래서 부모의 과거가 애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그런데, 그것만으로는 충치를 완전히 예방하기는 어려운가 보다. 이곳 오기 전에 유빈이 치아에서 약간 거뭇한 것들이 보여 치과에 들려 치료를 하고 왔고, 다행 충치가 크지는 않아 간단한 치료만 받고 왔었다. 혜빈이는 치아가 꽤 깨끗한 편이었는데, 작년인가 부터 앞니에서 약간 충치가 보였었다. 아주 심하지는 않았고, 언젠가 갈아야 할 것이기에 좀 방심하고 있었는데, 그 상한 부분의 크기가 좀 더 커지기 시작했고, 어금니도 약간 거뭇한 것이 보이기 시작했다. 유빈이도 어금니에서 충치가 보이기 시작해 치과를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던 터에, 아내와 어제 (11. 6) 다녀왔다.

 

옆의 주 일리노이에서 한국분이 운영하시는 치과를 소개받았는데, 연세 지긋하신 여자분께서 (어느 교회 장로님이라고 하신다) 한국인들을 상대로 저렴하게 치료를 해 주셔서, 한국사람들은 이곳을 많이 이용하고 있다고 한다.

 

여기서 약 한시간 가까이 되는 곳이지만, 어차피 치료를 해야 할 것이었고 날씨도 좋아 드라이브 삼아 가벼운 마음으로 다녀왔다. 그 인근에 짬뽕을 잘 하는 한국음식점도 있다고 하여 그곳에 들러 오랜만에 얼큰한 짬뽕도 먹고...

 

다행 애들은 큰 어려움 없이 치료를 받고 왔다. 유빈이의 어금니에 보였던 충치는 이미 신경에 닿은 것 같은데, 치료가 쉽지 않아 좀 생각해 보셔야 겠다고 하셔서 다른 부분만 치료를 하고, 다음 주에 다시 오기로 예약했다.

 

무엇보다 혜빈이가 치료를 잘 받을 수 있을까가 걱정이었는데, 의사 선생님이 깜짝 놀라실 정도로 치료를 받았다. 입을 벌리라면 벌리고, 다물라면 다물면서, 전혀 울거나 징징거리지 않아, 그 치과 선생님께서는 "애들 치료를 이렇게를 다 해본다"시며 유쾌해 하셨다. 일전에 침대에서 떨어져서 이마 부분을 꼬맬때도, 병원 의사선생님이 울거나 움직이지도 않는 혜빈이가 놀랍다고 하시더니, 어제도 그랬다. 그런 치료나 주사를 무서워하는 유빈이와는 달리, 혜빈이는 기다릴 때는 좀 무서워하다가도 막상 닥치면 미동도 하지 않는데...

 

내가 그랬나...

 


 

돌아 오는 길에 유빈이가 나 몰래 카메라를 빼서 이곳 저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