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인트루이스(St.Louis) 정착기

이런게 화이트 크리스마스?

남궁Namgung 2010. 12. 25. 06:33

 

정말 한가로운 크리스마스 이브다.

 

오늘 아침 늦게 일어나 밖을 보니 함박눈은 아니지만, 그래도 꽤 많은 눈이 계속 내리고 있었다. 아마도 오래전부터 내리고 있었는지, 쌓인 눈도 꽤 되었고...

 

지금 오후 세시 반경인데, 끊이지 않고 계속 눈이 내리고 있는 것 같다.그래도 추운 느낌 보다는 포근한 느낌이다. 어디 나가지 않고, 집에만 있는데, 그래서 더 여유롭고 한가한 날이다.

 

요 앞 디어벅스 (Dierberg's) 매장 앞에 있는 디브이디 대출 기계 (Redbox)에서 아이언맨 2를 빌려 왔는데, 좀 있다가 애들하고 이 영화나 볼까 생각 중이다. 애들도 방학, 나도 방학이니 더 없이 가벼운 기분으로... 

 


 

 

지난 해, 가까이 아시는 분이 쓰시던 크리스마스 트리를 주셨다. 진짜 나무는 아니고, 플라스틱으로 되어서, 4단으로 조립할 수 있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크리스마스라고 이런 것 설치할 필요가 있을까 싶은 생각도 있었는데, 막상 작년에 처음으로 설치 해 보니, 그래도 꽤 포근한 느낌을 주었고, 무엇보다 애들이 무척 좋아했다. 오너먼트도 많이 주셔서, 조립한 후에 이것 저것 주렁주렁 달아 놓으면 그럴싸 해 보인다.

 

좀 아쉬운 것은, 작년에는 4단 중 1단의 불이 들어오지 않았는데, 올해는 또 1단의 조명이 들어오지 않는다. 이번에는 그냥 저대로 설치해 놓고, 내년에는 전구만이라도 사서 장식의 "품격"을 높여볼 계획이다.

 

 

오너먼트에 내가 사진을 찍는 모습도 나왔다...ㅎㅎ

 

 

동네가 온통 눈으로 뒤덮였고, 그 모습이 너무 포근해 보인다...

 

내가 사진 찍는 것을 보고 재빠르게 따라 나온 유빈이의 반팔 티셔츠에는 아직도 "SummerQuest"라고 씌여 있는데... 모르는 사람이 보면 우리 집이 아주 따뜻한 것으로 오인하겠다...

 

 


 

이렇게 한해가 기울고 있다. 음악 사이트에서 오래된 우리 가요 몇곡을 골라 들으며 키보드를 투닥투닥이고 있다. 시인과 촌장의 "가시나무," 정태춘의 "촛불," 유익종의 "그저 바라볼 수만 있어도," 이범용 한명훈의 "꿈의 대화," 소리새 "그대 그리고 나," 배따라기의 "비와 찻잔 사이" 등등을 골라서 리스트에 넣었다.

 

그러고보면 어릴 적 어머니를 오랫동안 졸라서 샀던 그 하늘색 금성 마이마이에 테이프를 넣어 들을때 나왔던 노래들이 저런 노래가 아니었었나... 예전에는 잘 몰랐는데, 연말에는 저런 노래도 좋은 것 같다.

 

아내는 부엌에서 이런 저런 해물을 넣은, "해물김치전"을 만들고 있는데, 이 밤도 맥주잔을 기울이며 (거창하지만) "고국"과 고향과 나의 옛적과 우리 가족의 올 한해를 추억해 보며 이 밤을 보내야겠다.

 

 

"촛불만 하염없이 태우노라, 이 밤이 다 가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