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인트루이스(St.Louis) 정착기

야영, 그 첫번째 이야기

남궁Namgung 2010. 8. 8. 05:43

바야흐로 여름방학의 끝을 향해 치닫고 있다. 유빈이 방학을 생각하면 정말 속시원한 일이면서도, 내 방학을 생각하면 한숨이 절로 나오는 상극의 감정을 갖게 한다. 올 여름 계획 중 하나는 텐트를 사서 인근 캠핑장에서 야영을 하는 것이었다.

 

지난 주 목요일과 금요일, 교수님께는 가족 핑계 (사실 핑계는 아니다. 살제로 가족과 같이 했으니)를 대고 이틀 정도 빼달라고 부탁해서 "쉽지 않게(?)" 허락을 득하고, 여기서 멀지 않은 (그렇다고 그렇게 가깝지도 않은) 오작 호수 (Lake of the Ozarks) 공원에 다녀왔다.

 

 

여기서 여유롭게 운전하면 세시간 정도 가야 하는 곳이다. 구글 지도로 볼 때도 그렇고, 이미 다녀오신 분들의 말씀으로도 꽤 볼만하다고 해서 기대를 한껏 하고 갔었는데, 역시 기대를 충족시키는 곳이다. 특히, 오작으로 가는 길은 너무 훌륭했다. 예전에 많이 다녀 눈에 익숙한 제주도 1100 도로 같기도 하고, 영국 무어 (moor)를 통과하는 것 같기도 한 것이, 이곳 세인트루이스에서는 느끼지 못한 새로운 느낌을 갖게 했다. 아직은 세시간 정도는 장거리로 생각되는 나지만, 거기로 가면서, 그리고 여기로 돌아오면서 운전하는 시간이 전혀 피곤하지 않게 느껴질 정도였다.

 

우리가 선택한 캠핑장은 오작 호수 공원 주립 공원 내에 있는 것이었다. 가기 전 확인한 인터넷 사이트에서 어느 정도 시설에 대한 정보를 갖고 있었는데, 막상 가보니, 생각보다 위치도 좋고, 시설도 (아주 훌륭한 편은 아니지만) 가격에 비할 때는 괜찮다고 생각되었다.

 

아... 그러고 보니, 내가 텐트를 치고 밖에서 마지막으로 잔 것이 언제였던가. 아마 대학 2학년 여름 방학때 수련회가 마지막이었던 것 같은데... 내 기억이 맞다면 10년도 훨씬 전이다. 사실 가기 전에는 밖에서 텐트 치고 자는 것을 애들이 버텨 낼 수 있을 것인지, 족들이 한밤 중에 힘들다고 돌아가자고 조르는 것은 아닐지 은근 걱정을 안한 것이 아니었다. 헌데, 반응은 정반대였다. 

 

 

 

 

 

 

 

둘째날 저녁은 오작 시내 피자헛 (Pizza Hut)에서 먹었는데, 이 집 뒷뜰에서 본 호수 모습이다. 이렇게 좋은 장소를 차지하고 있다면 좀 더 "훌륭한" 시설물이 들어서도 이익이 꽤 남는 비즈니스가 될 터인데, 피자헛, 그것도 안에 식당이 있는 것이 아니라 안에서는 주문만 받는 아주 작은 가게인 것이 의아하게 생각될 정도였다.

 

 

 

위에 사진에서의 노루 (확실히 무슨 종인지는 모르겠음)는 첫날 찍은 것인데, 그 다음날 외출하는데도 저렇게 한가하게 공원 내에서 풀을 뜯어 먹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사람들이 무섭지도 않은지, 웬만한 소리로는 쳐다 보지도 않을 정도.

 

애들은 아마 "익숙한 풍경"인 집에서 잠을 자지 않고, 천막을 둘른 곳에서 잔다는 것이 무척 재밌는 것 중의 하나로 느끼는 것 같다. 밤에 모닥불도 어렵지 않게 피웠었는데, 마쉬멜로우(marshmellow)를 챙기지 않아 좀 미안하게 생각되었다.

 

 

마쉬맬로우 대신 옥수수를 구웠는데, 너무 직화에 구워 불어 들어간 것 중의 1/5 정도만 검뎅을 피할 수 있었다!

 

2박 3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날 아침. 우리가 야영을 떠나기 직전만 해도, 얘들말로 쓰리디짓 (three digit) 온도라고 할 수 있는 화씨 100도 (섭씨 약 36도)가 넘었었는데, 다행 이곳에 왔을 때는 날씨가 좀 선선했다 (섭씨 32도 내외). 새벽에는 텐트 안에서 선선함을 느낄 수 있을 정도였으니, 택일은 무척 잘된 야영이었다.

 

야영장에 가면, 정말 "얘네들은 놀아도 제대로 노는구나" 생각될 정도로 다양한 장비를 갖고 야영장에 오는 것을 알 수 있다. 캠핑차 (camper 혹은 RV, Recreational Vehicle)도 다양한 크기와 모습의 것들을 볼 수 있고, 텐트도 각양 각색의 것들이 있는데, 그 크기가 정말 크다. 우리가 비싸지 않게 산 텐트도 이름은 6인용이었는데, 캠핑장에서 가장 작은 텐트 중의 하나였다!

 

 

 

 

 

 

 

 

 

 

 

 

이리하야 마친 그 첫번째 야영. 아내도 그렇고 애들도 다시 가고 싶다고 오는 길에도 노래를 부른다. 조만간 다시 한번 갈까 고심 중이기는 한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