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많이 남아(?) 이것 저것 쓸데 없는데 시간도 많이 보내고 있는 것 같다. 엊그제는 YTN 사이트를 훑어 보다가 시각을 잃게 된 이동우씨와의 인터뷰 프로그램을 봤다. 평소에도 남을 웃기던 사람에게 앞을 볼 수 없는 병이 생겼다는 것을 듣고는 안타깝게 생각되었는데, 그 인터뷰를 보니 이제는 자신의 처지에 대해서 받아들이고, 그 나름대로 행복하게 사는 법을 찾아 열심히 살고 있는 것 같았다. (http://www.ytn.co.kr/_comm/pop_mov.php?s_mcd=0130&s_hcd=18&key=201007151146206417)
아주 익숙한 말이지만, 사람은 잃은 후에 가졌었던 것을 감사하게 되고, 남의 불행을 봐야 나의 행복을 생각하게 되며, 내가 불행하다가도 나보다 더 불행한 사람을 본 후에야 자기가 그나마 행복한 편이라는 것을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 "누구나 장애인이 될 수 있다"지만, 사실 내가 나의 "사지온전"함에 감사하는 날이 얼마나 되던가. (하긴, 사지가 온전한 것도 아닌 것 같다. 가끔 허리도 쑤시고, 피곤도 자주 느끼고, 맥주 많이 마신 다음 날에는 숙취도 오래가고...)
절망하고, 남을 원망하면서 보낼 수도 있을터인데, 자신의 처지에 순응하면서, 그 장애에도 행복과 감사를 찾는 모습은 정말 존경하는 마음이 생길 정도였다.
그 중에서도 이동우씨가 인터뷰 중의 한 말이 아주 길게 여운이 남는다.
"눈으로 보이는 것에 늘 현혹되면서 살았었던 것 같습니다. 이광현 앵커님은 그냥 예쁜 사람, 뭐... 헤헤헤... 그 분이 전하는 소식에 귀기울이지 않고... 그렇게 산 경우가 더 많았던 것 같아요. 근데 지금은, 음... 그 사람의 말과 그 말 속에 섞여 나오는 길고 짧은 호흡들, 그런 것들을 통해서 진심이나 본심, 이런 것들을 좀더, 그 전보다는 쉽게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일종의 초능력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구요. 정말 감사할 노릇이지요."
어디선가, 한 기관의 감각을 잃게 되면 다른 감각이 더 발전하는 경우가 있다고 하는데, 이동우씨도 그런 경우가 아닌가 싶다. 보이지는 않지만, 내가 하는 말의 호흡을 통해서 내가 하는 말이 거짓말인지 참말인지 알 수도 있다니...
그러고 보면, 우리는 정말 신체의 어느 한 기관이 전하는 정보에 지나치게 의존하거나, 치우쳐서 잘못 판단하는 경우가 있을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특히나, 음식의 모양을 보고 그 맛을 미리 추측해 보는 작은 것에서부터, 얼굴의 잘생기고 못생긴 것을 보고 그 사람의 인격까지 판단하는 큰 오류를 범하는 경우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눈에 보이는 것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이동우씨의 경우처럼, 어쩌면 보지 않고 숨소리와 호흡이라는 정보만 있다면 더 정확한 판단과 결정을 할 수 있을텐데도 말이다.
이동우씨도 그간 자신의 눈에만 너무 신경을 써서 신체의 다른 기관들에 미안한 생각까지 들기도 했었다며, 지금은 이런 저런 운동도 하고, 음식 조절도 하고 있다고 한다.
사실, 우리 가족도 이번 여름 동안 가까운 Fitness Center에 등록해서 운동을 다녔다. 여름 방학에 돌입하는 유빈이와 혜빈이의 남는 시간에 수영이라도 실컷 시켜주겠다는 생각에, 가까운 곳에 시설을 새로 한 곳이 있다기에 그곳으로 등록을 했다. 싼 편은 아니지만, 우리 가족이 이용할 것을 생각해 보니 그리 비싼 것도 아니어서 큰 맘 먹고 등록을 했고, 그 후로 지금까지 열심히 다녔고, 그 결과가 애들 피부 색으로 나타났었다. 또, 부페집과는 달리, 같은 돈을 낸 후에 많이 이용할 수록 오히려 건강에 더 좋을 수 있는 것인데, 아직까지 우리 가족이 이용한 것으로 봐서는 그 값을 충분히 해내고도 남는 것 같다.
센터 안에는 라켓볼 코트며, 실내 실외 수영장, Fitness Center, 다목적으로 쓸 수 있는 실내 경기장 등 다양한 시설들이 있다. 그래서 우리 가족도 수영 뿐만 아니라, 내가 부족한 실력으로 유빈이 농구도 좀 가르쳐 주고, 유뷰브에서 라켓볼 관련한 영상을 찾아 보고, 라켓볼도 좀 가르쳐 주고 했었다. 물론, 아직까지는 수영이 애들에게 주 종목이었고...
애들을 데리고 가는 터에, 나도 고등학교 이후로 접은(?) 농구도 좀 해 보고, 아직 실력이 죽지 않은 수영도 좀 해보고, 라켓볼도 혼자 헉헉 거리면서 하고 있다. 짐 위로 실내 트랙도 있어 달리기도 하는데, 여러가지 운동을 오랜만에 해 보니, 역시 기분이 상쾌해지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수년 동안 잠자고 있던 나의 여러 신체 기관들을 사용하는 것 같아 내 몸의 주인으로써 뿌듯한 맘이 드는 때가 많다.
그간 운동을 거의 하지 않은 것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 중 제일은 나의 게으름이었는데, 이번 기회에 이렇게 몸 구석구석을 사용하게 되었다. 운전이나 하고, 어쩌다가 길지 않은 거리 걷기만 하면서 몸 중 아주 일부만을 사용했던 것 같은데, 어느 한 기관, 어느 한 감각을 맹신하지 말고, 혹사시키지 말고, 골고루 활용하리라...
'세인트루이스(St.Louis) 정착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제대로 치른" 두번째 야영, St. Joe State Park (0) | 2010.08.23 |
---|---|
야영, 그 첫번째 이야기 (0) | 2010.08.08 |
Castlewood State Park (0) | 2010.07.10 |
경제적이면서 즐거운 선택 (0) | 2010.07.09 |
농작물 성장 리포트 - 3 (0) | 2010.07.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