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봄이다.
어쩌다 쌀쌀한 날이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몸을 움츠리고 몇개씩 옷을 껴 입어야 했던 1, 2개월 전과는 분명 다르다. 가장으로서 집안 살림 도움됨 없이 먹기만 했던 나의 생존본능이 늘 미안하여 "뭔가 눈에 보이는 것"을 생산해 내야겠다고 속으로만 결심했던 것이 몇달 되었다.
그래, 두고 봐라, 내가 먹을 줄만 아는 무능한 학생이 아니라, 번듯하게 농산물을 수확해서 바구니 한 가득 온 식구 먹이고, 옆집 뒷집 앞집 사람들에게도 인심 좋게 나눠주는 인상 좋은 아저씨가 될테니...
아, 저 따스한 햇살을 보니, 이리 반가울 수가 없다. 내가 밭 갈고, 씨 뿌리고, 물 주면 분명 풍년이 올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얼마 전 한 마트에 들렀을 때 눈에 띈 상추, 토마토, 양파 같은 씨앗을 구입했다.
한편으로는, "국민학교" 시절 자연시간에 조그만 솜 위에 물을 뿌린 후 강낭콩을 놓고 그것이 자라는 것을 관찰했던 것을
제외하면 내가, 내 손으로 (수확은 커녕) 씨앗을 땅에 뿌렸던 적은 없었던 것 같은데, 이런 초보가 뭔가 거둘수 있을까...하는 들지 말아야 할 의구심도 생긴다. 더구나 작년에 아는 분 댁에서 옮겨다 심은 깻잎이 "전멸"하는 바람에 약간 자신감이 줄어들어 있는 편인데, 제발 잘 자라서 나의 자존심을 회복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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