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인트루이스(St.Louis) 정착기

벼는 농군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자란다

남궁Namgung 2010. 4. 5. 06:46

 

벼는 농군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자란다고 했던가.

 

오늘 일주일여를 기다려, 보일락말락 하게 고개를 내밀고 있는 호박 새싹을 보고 그 말이 절로 생각났다.

 

고작 씨 뿌린 후 싹이 나온 것만 확인한 것 뿐지만, 지난 일주일 동안 저 싹이 과연 나오기는 할 것인지, 아니면 내가 뭔가 또 잘못한 것인지 계속 걱정된 시간이었다. 매번 문 열고 나올 때마다 모종판으로 가서 쳐다 보고, 아침에 일어 나면 또 나와서 쳐다 보곤 했는데, 그런 나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새싹이 나왔는지 모른다.

 

아침에 일어나 화분에 작게 나와 있는 싹을 보니 어찌나 반가운지... 그러고나서 모종판에 가득 뿌려 놓은 상추씨 모종판을 보니, 거기도 조그맣게 싹이 보이는 것이 있다. 야호... (방금 자식을 그렇게 정성 들여 키워보라는 아내의 핀잔... 그러고 보니 그렇네...)

 

 

 

일기예보에 오늘 저녁부터 비가 온다는 소식이 있다.

 

 

그렇다면 밭을 갈아 놓아야 한다. 이번 주중에 하려고 했었는데, 도대체 싹이 나올 기미가 보이지 않아 미루고 있었는데, 내일 날씨고 그렇겠다, 오늘 좀 개간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바로 삽을 들었다. 원래는 뒷뜰 펜스 안으로 하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여름 동안 나무 그늘로 인해 해가 잘 들지 않을 듯 하여 펜스 밖 언덕 쪽으로 자리를 잡았다.

 

 

 

 

와, 삽으로 일일이 풀과 잔디가 나 있는 것을 뒤집어 엎는데, 이것 장난 아니다.

 

해가 쨍하여 날도 더운데다, 그간 맥주와 학습(?)으로 인해 나약해진 체력이 급격히 고갈되는 것을 나의 숨결과 굵은 땀방울을 통해 느낄 수 있었다. 땀을 뻘뻘 흘려 한 평(지금은 제곱미터로 표시해야하나??) 정도 되는 밭을 만들어 놓았다.

 

욕심 같아서는 더 하고 싶건만, 그러다가는 상추도 먹어 보기 전에 내가 먼저 쓰러질듯한 예감이 들어 그만 뒀다. 

 

그래도 중고등학교때 농업을 선택해야만 했던 것이 도움이 되는 것인지... 나의 농업선생님셨던 유진돈 선생님도 생각나고, 안병갑 선생님도 생각난다. 그때 삽질 좀 더 잘 배워둘 것을...

 

 

 

 

 

유빈, 혜빈은 아빠가 저희들 "먹여 살리려고" 이렇게 삽질하며 땀 흘리는지도 모르고, 같이 축구하자고 한다.

 

 

 

 

 

 

 

나의 감시를 피해 카메라를 가져가 찍은 유빈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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