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7년전이지만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결혼 후, 1-2년까지는 애를 갖지 않으려 하다가 막상 갖고자 하니 또 생기지도 않았다. 그러다가 유학 시험에 붙어 버렸고(?), 이왕 그렇게 되었으니 애는 유학 중이나 그 이후로 생기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까지 했었다. 그런데, 서서히 출국 준비를 하려던 참에 첫째가 생겼다.
내 생각으로는 아무래도 잘 모르는 타국에서 낳는 것 보다는 편하게 한국에서 출산하는 것이 좋을 듯 싶어, 가서 정착 준비를 다 해 놓고 있을테니 애를 낳고 뒤에 따라 오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비쳤더니, 그럴 수 없다는 것이 아내의 "강력한" 주장이었다. 뭐, 이 문제로 서로 크게 고심한 것은 아니었고, 애를 낳는 당사자의 생각이 그러하니 같이 동반 출국해서 현지에서 한번 경험해 보는 것도 좋겠다는 식으로 결론을 내렸었다.
출산 전에는 장모님께서 직접 현지로 오셨었고, 지금 이름도 잊지 않고 있는 Royal Devon and Exeter Hospital에서 갖가지 방법을 동원한 끝에 자연분만으로 지금 유빈이를 낳았다. 그때가 2002년 12월 30일. 정확하지는 않지만 예정일보다 1-2주 정도 늦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당시 어느 연예인이 수중 분만을 했었다고 해서, 그 방법을 병원에 얘기했더니 그렇게 할 수 있다며 준비해 주었었고, 그래서 상당히 냉소적으로 생각하시는 장모님이 보시는 가운데 시도했지만, 별 "효험"은 없었다. 큰 공도 사용해 보았지만, 그것도 아니었고, 결국 선택해서 출산한 것은 "전통적인" 방법!
아무튼, 당시 조산원이 가까이서 계속 지켜보며 간호해 주던 것도 감동스럽게 잊혀지지 않는다.
벌써 만 일곱살이 되었다는 것이 어떨때는 믿기지 않을 정도다. 우리 사투리로 긴 "기럭지"를 잘 때 보고 있노라면 정말 크긴 많이 컸다는 생각이 들고, 제 생각이 다 있어서 원하는 바, 원하지 않는 바를 모두 표현해 내는 것 보면 어리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어른 같다는 생각이 들때도 있다.
어찌되었든, 이 놈 키우느라 장모님의 고생이 많으셨다. 지금은 떨어져서 저렇게 커 나가는 손주를 보실 수 없어서 안타까워 하시고 있고, 유빈이 이 놈도 떨어져 있는 기간이 조금씩 길어지다 보니 저를 키워주신 외할머니로부터 전화가 와도 예전같이 흥분하지 않고 있어 나와 아내가 항상 죄스럽다. 가까운 시일 내에 다시 "뜨거운 해우" 하실 날 있으리라.
오늘은 가까운 곳에 있는 매직 하우스 (Magic House)를 데리고 다녀왔다. 한번 회원에 가입한 후 두번 정도 다녀와서 좀 질릴만도 한데, 거기를 간다고 하니 혜빈이랑 서로 좋아라 한다.
지금 겨울 방학기간인지라 자녀나 손주들을 데리고 온 사람들이 어찌나 많은지... 이미 한두번씩 다 해보았던 것인데도, 조금씩 컸다고 이전에 놀던 것보다 조금 다르게 노는 것 같기도 하고, 눈길 가는 것도 좀 달라진 것 같기도 하다.
대단한 파티 못해줘 약간 미안한 맘 있기도 하지만, 한국식 빵을 파는 베이커리에서 우리식 케익 사서 촛불을 끄게 해 주었으면, 그래도 어느 정도 부모 노릇 한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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