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의 뒤 트렁크 핸들이 한참 전에 고장났다. 무언가 부러졌는지, 손잡이 부분이 떨어져서 덜걱거리는 소리가 나고, 그래서 뒷문을 열수가 없었다 (전문 용어로는 '해치핸들 (hatch handle)'이라고 하는 것을 카서비스에서 알게 되었다). 뒷문이야 짐을 싣고 내리는 일일 경우에만 대부분 사용했고, 평시 차를 이용할 때는 별 문제가 없어서 천천히 고치겠노라 생각하다가 얼마 전에 집 가까운 곳에 있는 서비스센터에 들렀었다.
손잡이 하나 부러진 것이니 비싸야 50불 내외 정도나 되지 않을까... 하는 것은 나의 비전문가적인 짐작일 뿐이었고, 그 센터 아저씨는 200불이 넘는다고 한다. 부품비는 얼마 되지않지만, 뒷 해치를 떼고 어쩌고 하는 비용이 비싸단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그날은 한번 생각해 보겠다고 말하고 그냥 돌아 왔고, 오늘 아침에 다른 카 서비스센터에 가 봤다.
웬걸... 더 저렴할 것으로 생각되었던 그곳에서는 더 많은 액수를 부른다. 그래서 바로 원래 갔었던 그 곳으로 갔었다. 이전부터 엔진오일을 갈거나 할 때는 항상 들렀던 곳이고, 토요타 자동차 회사에서 운영하는 (것으로 보이는) 곳이어서 더 안심되기는 했다. 이전과 비슷한 가격을 불렀고, 한두시간 정도 기다려야 한다고 해서 대기실에서 기다리던 중... 그 접수를 봤던 아저씨는 기술자가 앞 바퀴의 브레이크 패드 상태가 좋지 않아 그것도 교체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을 제시한단다.
아... 우리나라나 여기나 카 센터의 비슷한 점이다. 그냥 간단히 점검을 하러 가거나, 엔진오일만 갈러 갔었는데, '체크해 보니 어디어디가 이상하다. 그냥 두면 안전하지 않을 수 있다'면서 다른 서비스를 권유하는 모습!
하긴 브레이크를 밟을 때마다 핸들이 흔들려서, 사실 지난 번에 이곳에 왔었을때 물어 보기도 했었던 부분이기는 하다. 그때도 가격이 비싸서 다음에 하마 결심하고 되도라 왔었다. 어차피 언젠가 고쳐야 할 것이면, 지금 미리 고치자 생각하고, 그것까지 해 달라고 했다.
다 끝나고 견적을 보니 400불이 넘는다. ㅠㅠ 10년 넘게 운전을 하고, 이런 저런 이유로 차를 바꾼 것도 대여섯번은 될텐데, 지금까지 새차를 구입해 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이럴 때마다 슬프다. 아... 언제 이런 자질구레한 수리 받으러 다니지 않아도 되는 것인지... 어찌되었든, 열쇠를 되받아 차를 몰고 나오는데, 돈을 많이 써서 그런지, 이전보다 엔진소리가 더 낫게 들린다. (혹은 내가 그렇게 들으려고 노력했거나)
유학을 준비하면서, 몇년간 지낼 "재정운용계획"을 세우는 것은 내 공부 계획을 세우는 것 보다 어떤 면에서는 더 중요한 것이었다. 내가 갖고 있는 재산 상황은 뻔한 것이었던 반면, 이곳으로 와서 공부하면서 어떤 식으로 지출이 될지는 손에 잡히지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막연히 매달 어느 정도 지출하는 것으로 하자고 추측하면서, 그렇게 하기 위해서 내가 조달해야 할 액수는 얼마나 되는지지 3년, 5년 단위 정도로 계획을 했었다.
돌이켜 생각하면 처음 와서 여러 방법으로 초기 정착 비용을 꽤 줄였다고 생각되지만, 뜻하지 않은 경제위기, 그로 인한 환율 상승은 출국 당시 우리가 전혀 생각할 수 없었던 요인이었고, 그러면서도 우리 집 재정계획에 가장 큰 영향 (타격이라고 해야나?)을 미쳤다.
실컷 먹고 마시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어디 대단히 여행 다니는 것도 아니며, 생각해 보면 정말 알뜰살뜰 살고 있는 것 같은데도, 환율 상승이라는 그 단 하나의 환경 변화로 인해 애초 계획보다 지출이 더 되었다.
그런데, 이런 사실은 최근에 정확하게 알게 되었다. 출국 당시 1달러당 1,000원하던 것이 한때 최고 1,500원 정도까지 했으니, 계획보다 반 정도를 더 썼겠다고 생각은 했었는데, 그간 송금 받은 내역을 엑셀 프로그램에 정리하면서, 정확하게 어느 정도인지 현황 파악이 되었다.
<우리가 출국했던 7월 이후로 가파른 상승을 하는 1달러당 환율.
아! 내 혈압 올라가는 그래프 같다. 출처: 네이버 환율정보>
역시 정확한 수치를 통해 파악하는 것은 나의 위치와 앞으로의 대책을 세우는데 가장 좋은 방법이다. 그래서, 송금 받은 내역 외에도 얼마전부터 자동차로 인해 지출되는 비용, 특히 기름값 (gasoline)과 매달 지출되는 유틸비를 같이 정리하고 있다. 한달에 자동차 개솔린으로 얼마나 사용하고 있는지, 매달 전기, 가스, 통신비 등으로 얼마나 지출되는지 등을 알고 있는 것은 그렇지 않을 때보다 훨씬 더 생활하는데 큰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아! 내 인생에서 이렇게 꼼꼼하게 돈 관리한 적이 있었던가???>
이전에 한 모임에서 가까이 지내시는 (남자) 분께서 매달 지출되는 것을 이런 식으로 정리하시고, 어떤 때는 그래프로 그리신다고 하셔서 웃었었는데, 참으로 지혜로운 방법이 아닐 수 없다는 것을 최근에야 깨닫게 된 것이다.
이제 이곳 온지 1년 반 정도지만, 연차로는 3년차에 접어 든다. 아직도 이곳 생활에 미숙한 면이 많이 있지만, 어느 정도 안정되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앞으로도 이렇게 나의 씀씀이를 정확히 알고, 그에 따라 나의 생활을 수시로 재조정하는 것이 원래 계획에 조금이라도 맞추는 일일 듯 싶다.
한해를 정리하면서, 여러가지 측면에서 정리하고 다시 계획해야 할 것이 많지만, 오늘 갑자기 지출되는 목돈을 보면서 '마른 수건도 짜라'는, 그 말도 안되는 것 같았던 어르신들의 말을 되짚어 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