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좋은 글

소설가 김훈의 서재 중

남궁Namgung 2009. 8. 19. 04:10

 

 

 

자꾸만 사람들이 책을 읽어라 읽어라 하잖아요.

그게 틀린 말은 아닌데,

가령 <근사록>이란 책을 봐도 그런 얘기가 나와요,

공자의 <논어>를 읽어서 읽기 전이나 읽은 후나 그 인간이 똑같다면은

구태여 읽을 필요는 없는 것이지요.

그러니까 책을 읽는다는 것 보다도

그 책을 어떻게 받아 들여서 나 자신을 어떻게 개조시키느냐가 훨씬 더 중요한 문제죠.

책에 의해서 자기 생각이 바뀌거나 개조될 수 없다면 구태여 읽을 필요 없는거죠.

-  소설가 김훈의 서재 중 (NAVER Book, 지식인의 서재)

 

 

하루에 한번 쯤은 다음, 네이버 포털에 들어가서 (제일 중요한??) "환율"이나 우리나라의 다른 정치, 경제, 사회, "연예" 뉴스를 쭉 훑어 보는 편이다. 아무래도 여기 뉴스보다는 눈에 확 들어오는 편리함이 있고, 나라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단편적으로나마 알아 두고 있는 것이 여러모로 유익할 것이며, 다른 한국분들과 만나도 대화 소재로 삼을 수가 있다.

 

얼마 전부터 네이버 첫 화면에 "지식인의 서재"라 해서 소설가 김훈 씨의 얼굴이 계속 올라와 있었는데, 관심없이 몇번을 지나치다가 엊그제는 무심코 클릭해서 쭉 훑어 보고, 인터뷰 동영상도 한번 봤다.

 

 

동영상 (http://book.naver.com/bookshelf/story.nhn?startmonth=200908)

 

인터뷰를 보다가 김훈씨가 말하는 윗글을 들으면서 내가 갖고 있던 생각을 잘 표현하시는 듯 하여 옮겨 봤다. 어찌 생각하면, 우리가 책을 읽고, 다른 유명인의 강의를 듣고, 영화를 보고, 음악을 듣는 일 등이 어떤 기능적인, 실용적인 목적만을 위한 것은 아닐 것이다. 단순히 복잡한 머리를 식히기 위해서, 남는 시간에 어쩌다가 접한 계기로 인해서, 혹은 어떨때는 정말 아무런 이유없이 접하게 되어서 독서를 하고, 음악을 감상하는 일 등을 경험할 수도 있다.

 

하지만 많은 경우, 책을 손에 잡을 때는 뭔가를 기대하는 경우가 많고, 실제 책을 덮을 때는 평소 생각하지 못했던 정보나, 논리나, 주장 등에 감동을 받기도 하고 큰 깨우침을 받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난다면? 책을 덮은 후에도 나는 똑같이 이기적이고, 남의 감정에 구애받지 않으면서, 남에게 상처를 주고, 사회에 해악이 되는 크고 작은 행동을 일삼는다면? 소설감 김훈씨의 말대로 그렇다면 "구태여 책을 읽을 필요는 없"을 것일지 모른다.

 

대개의 경우, 거리낌없이 부정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책을 늘 가까이 하지는 않을 가능성이 많겠지만, 일부의 경우 그런 사람이 있다면 오히려 책을 가까이 하지 않는 것이 저자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다. 같은 물을 마셔도 독사에게는 독이, 젖소에게는 우유를 만드는 재료가 된다고 하지 않던가. 오히려 책을 통해 자신의 부정적이고 옳지 못한 행동을 정당화 시키는 억지 논리를 제공받는다면, 차라리 책장을 열지 않는 것이 나을지 모른다.

 

사실, 저 김훈 씨의 말이 계속 마음에 와 닿았던 것은, 많은 부분 위선적일 내 모습에 대한 반성 때문일지도 모른다. 이런 저런 글이나 책이 좋았다, 감동적이었다고 말하고 글쓰지만, 실제 내가 사는 모습은 그런 독서 후의 반성이나 감동을 반영하고 있을까? 그렇지 않다. 어떨때는 전혀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 따라서, 다시 김훈 씨의 말을 그대로 빌리자면, "책을 읽는다는 것 보다도 그 책을 어떻게 받아 들여서 나 자신을 어떻게 개조시키느냐"는 점을 책장 펼칠 때마다 의식적으로 생각해 내는 습관까지 가져야 할 듯 싶다.

 

(아내에게 농담으로 자주 하는 말이 있다. "교회에 다니는 사람이 그러면 돼?" 그러면 항상 돌아오는 명답은 "그나마 교회 다녀서 이정도 되는 거야." 어쩌면 내가 그나마 이 정도 되는 것은 "그나마 몇권 되지 않는 그 책들을 읽었기 때문에 이 정도 되는 것"일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