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에 도착한 TIME을 뒤적이다가 꽤 맘에 드는 구절, 그리고 지금 내게도 어느 정도 해당되는 내용일 수 있는 구절이 생각나서 두세번 읽어 보았다. 유명한 칼럼리스트인지는 몰라도 글 내용에 의하면 한때 New York이라는 잡지의 편집장까지 지냈다는 커트 앤더슨 (Kurt Andersen)의 글이다.
특히, 초심 (sho-shin이라는 일본식 발음을 썼다)에 대한 동양적 사고와 미국이 여태까지 발전하게 된 이유를 연관지은 부분이 특히 흥미로웠다.
I like paradoxes, which is why, even though I'm not particularly religious, Zen Buddhism has always appealed to me. Take the paradoxical state that Buddhists seek to achieve, what they call sho-shin, or "beginner's mind." The 20th century Japanese Zen master Shunryu Suzuki, who spent the last dozen years of his life in America, famously wrote that "in the beginner's mind there are many possibilities, but in the expert's mind there are few." Which sounds to me very much like the core of Boorstin's amateur spirit. "The greatest obstacle to discovery is not ignorance," Boorstin wrote, "but the illusion of knowledge."
이 글의 필자는 미국이 아마추어, 특히 열정적인 아마추어 (passionate laymen)에 의해 세워진 나라라고 단정짓는다. 즉, 아마추어는 이미 정해진 규율을 걱정하거나, 완벽성을 추구하는 것을 걱정하기 보다는 그들이 원하는 바대로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고, 그런 과격하고 엉뚱한 (wild and crazy) 투기적 사고가 현재의 미국을 만들었다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저자는 초심 (beginner's mind)을 강조한다. 일본의 선(禪) 전문가의 말을 빌어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가능성은 많으나, 전문가에게는 그리 많지 않다"는 점을 강조한다. 또한 "어떤 발견에 있어서 가장 큰 장애물은 무지(無知)가 아니라 알고 있다는 착각 (illusion)"이라는 점도 인용한다.
우리도 초심이라는 말을 자주 쓴다. 직장에서도 중간중간 "초심"을 강조하는 분들이 있고, 꼭 누가 뭐라고 말하지 않아도 때때로 이런 저런 계기에 의해 초심을 생각하게 된다. "내가 대학 입학 했을때는 이런 다짐이었었는데..." 혹은 "내가 직장 생활을 하면서 가졌던 생각은 이런 것이었는데..." 하면서 현재의 자기 모습과 시작할 때의 생각들을 비교하곤 한다.
어제 새로 도착해서 이곳 생활을 시작하신다는 분의 이삿짐을 다른 분들과 나르면서, 그리고 차를 타고 어딘가를 다녀 오면서, 나도 그런 생각을 문뜩 하게 되었다. 1년 밖에 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작년에 여기 오면서 얼마나 큰 다짐을 했었던가. 얼마나 감사하고, 모든 것이 고마웠던가. 그런 "초심"을 아직도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는가.
정말 맞는 말 같다. 나에게 가장 큰 장애는 내가 많이 모른다는 점도 있겠지만, 좀 알고 있다는 착각일 수도 있다. 이제 곧 새 학기가 시작되려는 이때, 다시 한번 초심을 되새기고, 이것저것 재지 않고, 따지지 않는 아마추어 정신으로 신발끈을 다시 매보자!
기사 (The Avenging Amateur) 원문:
http://www.time.com/time/magazine/article/0,9171,1913776,0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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