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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lice work is, after all, work.

남궁Namgung 2009. 4. 16.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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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대학 시스템 중의 좋은 것 하나는, 일전에 어디선가 쓴 듯한데, 아무나 출입해서 아무나 자료를 찾아 보고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른 주나 다른 지역의 대학은 어떤지 모르겠으나, 아마도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여기 엄슬은 도심에서 좀 떨어져 위치해 있어서 그런지, 지역 주민이 많이 활용하는 것 같지는 않지만 가끔 와슈 (Washington University)에 가 보면 잡지나 신문 등을 읽으러 온 듯한 나이 지긋한 분들을 가끔 볼 수 있다. 뭐, 꼭 그 분들이 교수님이나 직원이 아닌 지역 주민이라고 확실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분위기는 그랬다. 다른 대부분의 우리나라 대학과 마찬가지로, 집 바로 옆에 있어도 아이디가 있어야만 출입할 수 있어서 가까운 그곳을 가지 못하고, 대부분 시립 도서관을 가야만 했던 한때 내 상황과 비교하지 않을 수가 없게 된다.

 

이번 주 수업을 위해 책의 일부를 읽어 가야했는데, 이미 우리 도서관에서는 그 책이 대출되었다. 내일 확인이 되겠지만, 아마도 같은 수업을 듣는 다른 학생이 자기 발표를 위해서 빌린 것이 아닌가 싶다. 어쩔까나... 롸이팅도 제출해야 하는데... 생각하다가, 혹시나 싶어서 와슈 대학의 도서관 홈페이지를 검색했더니, 반갑게도 그 책이 와슈 대학에 소장 중이고, 다행 대출되지도 않았다. 그래서 지난 토요일부터 일요일까지 학교에 가서 그 책을 읽었다. 그 (비싸고 유명한) 학교의 학생이 아니기 때문에 대출할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도서관 안에서라도 읽을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빌려 나갈 수 없다는 점만 빼면 집 가까이 있는 와슈 도서관까지 "내" 도서관으로 만든 듯 하여 뿌듯하기도 하다. 여기 엄슬 대학도 미주리 주립대의 다른 캠퍼스 (여기 포함 총 4개)에서 운영하는 도서관의 책을 모두 빌려 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여기 세인트루이스 도서관에는 없더라도 캔자스나 롤라, 콜롬비아에 있는 미주리 주립대 도서관에 책이 있으면 엄슬 도서관의 책을 이용하는 것과 똑같은 기간동안 이용할 수 있다. 그러니, 아주 희귀하거나 아주 최신 책이 아니라면 웬만한 책은 미주리 시스템을 이용해서 대출할 수 있다.

 

하지만, 혹 이 대학 시스템 전체에 없는 책이라도 세인트루이스 지역의 다른 도서관과 엄슬이 서로 책을 빌릴 수 있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빌려 볼 수 있는 책의 범위는 한층 더 넓다. (다만 이 경우 대출 기간은 3주인가... 정도로 짧다.)

 

어쨌든 그렇게 하여 지난 주 봐야했던 책 중의 한 권은 와슈에서 소화했다.

 

1975년에 발간된 Albert J. Reiss (1975) 교수의 The Police and the public. (New Haven, CT: Yale University Press)이라는 책인데, 그저 아주 유명한 책이라고만 소개해도 될만한 책이다. 물론 제목에서 보이는 것 처럼 경찰에 관련된 책이고, 책은 1975년에 발간되었지만, 그 책이 근거로 하는 자료의 대부분은 60년대 중반의 자료를 분석한 것이기 때문에 실은 40년도 더 된 책이라고 볼 수 있겠다.

 

 

 

 

40년전 미국의 경찰 활동을 분석하면서 쓴 책인데, 한 구절 한 구절 모두, 우리나라의 지금 모습과 비교해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발견하면서 한장 한장 무척 흥미롭게 읽었다.

 

물론, 자연과학 분야와는 달리, 정치 경제 사회 문화를 연구하면서 외국과 우리나라를 비교하는 것은 무척 위험한 일이 될 수 있고, 한쪽의 일방적인 주장과 수치를 그대로 다른 쪽에 빗대어서 자신의 논리에 끼어 맞춰 넣는 것은 더더욱 위험한 일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공부하면서 내가 좋아하게 된 단어 중에 'context' 혹은 'situation'이 있다. 같은 지역, 같은 나라, 같은 그룹, 같은 조직을 연구하더라도 그 연구 대상이 어떤 상황, 어떤 처지에 놓여 있었는지에 따라 비슷한 대상이 전혀 다른 연구 결과를 나타낼 수 있다. 따라서, 비슷하게 사회경제적 수치가 낮고, 비슷한 지리적 위치에 있더라도, 그 지역을 구성하는 사람들이 흑인인지 백인인지, 혹은 그 상황이 1960년대인지, 혹은 2000년대인지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를 보일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비슷하게, 미국의 경찰과 우리의 경찰을 간혹 비교하는 경우가 있지만, 일방적인 비교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우리 경찰이 걸어왔던 역사와 미국 경찰의 역사가 전혀 다를 것이고, 미국 경찰의 무기 사용 방법이나 우리의 그것이 전혀 다를 것이며, 구성하는 조직원이나 처우, 사회적인 대우도 모두 다르다. 또한, 경찰이라는 전문 직업의 특성을 떠나서 이 나라 사람들이 일반적인 조직 생활을 하는 방법도 틀릴 것이기 때문에, 그들이 경찰관으로서 일하는 태도와 우리나라 경찰관의 그것과 비교하는 것도 무리다.

 

그래도, 그런 여러가지 차이점에도 불구하고 외국의 제도나 조직을 연구하는 것은, 비슷한 직업에서 발견할 수 있는 어느 정도의 공통점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경찰관으로서 시민을 접하면서 교통스티커를 발부하고, 범죄르를 예방하고 검거하는 등의 업무를 수행하며, 때론 부패나 무능력 등의 문제로 비판 받는 등 상당 부분 공유하는 점도 있다.

 

그렇기에 그런 비슷한 점을 공부하면서 우리나라와 혹은 다른 나라와 비교하고 서로 배울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 내는 것이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바로, 컨텍스트와 시츄에이션이 전혀 다르다는 점이겠다.

 

암튼, 별로 도움이 되지도 않을 혼자만의 주장은 이 정도로 하고...

 

그 책을 읽다가 아주 "인상적인 구절"이 몇개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다음과 같은 단락이다.

 

To understand this, one must bear in mind that, for policemen, police work is, after all, work. Much that police officers do not do on their routine tour of duty can be easily explained by simple platitude. Like all jobs, police work includes restriction of output and avoidance of work that cannot be easily assessed or observed. Police, not unlike factory workers, as Collins, Dalton, and Roy, among others, have consistently noted, avoid work as well as do work. (p. 14)

 

 

간단히 말해, 경찰의 행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경찰의 업무도 다른 공장 노동자의 일과 마찬가지로 그저 "일 (work)"이라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다른 공장 노동자들이 그렇듯이, 경찰관도 일을 하기도 하지만 일을 회피하려고도 한다고 적고 있다.

 

아무것도 아닐 것 같은 저 단락에 인상 받은 이유?? 우리 대부분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기 때문이다.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지만, 지금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경찰관에게 특별한 "나라사랑"을 요구하면서 고도의 공직 윤리와 희생을 요구하지만, 사실 그런 점을 주장하기 위해서는, (비록 미국 사람 주장이기는 하지만, 전 세계 경찰관의 공통점이 아닐까 하는 섣부른 추측하에) 경찰의 업무도 그저 "일"이라는 것은 염두에 두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사실, 경찰이라는 공공 조직을 갖고 있는 나라라면 그 나라가 어디든지, 경찰이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위해 몸 바쳐 보호할 것을 요구할 것이다. 하지만, 그런 요구 이전에 경찰관 한명 한명은 그 경찰관의 업무를 "priviledge"나 "honor"로 생각하기 보다는 단순히 "work"로 생각할 수도 있다는 점을 생각하고, 그럴 경우에 시민들이 요구하는 모습과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 어떤 점이 필요한지 생각해 봐야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사실, 내가 여기서 공부하는 것도 "work"라고 생각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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