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현 사는 법

한 학기를 마치며...

남궁Namgung 2008. 12. 17. 02:40

 

이곳 학교 (특히, 유치원, 초등학교)는 눈이 조금만 와도 '스노우 데이(Snow Day)'라고 해서 학교가 문을 닫는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래서 올 겨울에도 한 두번은 그런 날이 있겠거니 예상을 했었다. 몇 주 전에는 이곳 교육청에서 '일제 전화'를 시험하는 전화도 집으로 왔었다. 앞으로 날씨가 좋지 않아 학교가 문을 닫게 되면 그런 전화를 한다는 내용으로...

 

어제는 새벽녘에 전화가 울려, '밤새 눈이 왔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그 전화가 분명 학교가 문을 닫는다는 '일제 전화'일 것으로 예상을 했었고, 아니나 다를까 그런 내용이었다. 창밖을 봤더니 눈은 오지 않았는데, 날이 꽤 추워서 그랬나 보다.

 

몇시인가 하고 봤더니 새벽 5시! 일찍도 전화하네... 당직하는 양반이 좀 부지런한지, 아니면 일찍 출근하는 학부모들을 위해서 원래 그 시간에 하는지 몰라도, 아무튼 '오늘은 늦잠을 자도 되겠구나' 하는 생각으로 다시 잠자리에 들었다.

 

그런데, 평소에는 늦잠을 자던 이 놈들이 꼭 토일요일이나 쉬는 날이면 일찍도 일어난다. 어제(월요일)도 분명 학교가 문을 닫아 늦잠 좀 자 주면 고맙겠구만, 그런 날은 두 놈 다 일찍 일어나서 침대를 왔다 갔다 하며 단잠을 깬다.

 

저녁에 뉴스를 보니 새벽녘에 또 다시 눈이 온다는 예보였다. 그래서, 혹시 오늘(화요일)도 '스노우 데이'라서 학교를 열지 않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으로 잠을 잤는데, 웬걸... 전화가 없었다. 창밖을 봤더니 눈이 꽤 왔다. 대충 보니 눈이 그대로 쌓인 곳은 5-6센티미터 정도 쌓여 있는 것 같다.

 

이상하네... 저 정도면 스노우 데이여야 할 것 같은데... 혹시나 해서 컴퓨터를 켜고, 이 곳 학교 홈페이지에 들어갔는데도 학교가 문을 닫는다는 얘기가 없다. 이런 날은 남궁유빈이 일찍 일어날리가 없지... 가장 좋은 방법은 "유빈아, 눈 왔어!"

 

역시 계속 자려다가 일어나서 창밖을 보더니 좋아라 하며 침대 밖으로 나온다. 눈 오는날 좋아하는 것은 애들 다 그렇겠고, 유빈이도 예외일리 없다. 생각해 보면 나도 어렸을 적에 그랬던 것 같고...

 

거리에는 눈이 제대로 녹거나 치워지지 않아 미끄러운 곳도 많고, 고속도로의 차들도 예전보다는 조심스럽게 다니고 있다.

 

 

지난 주 금요일을 마지막으로 공식적인 한 학기가 끝났다. 시험을 보고 페이퍼를 제출함으로써 세 과목 모두 수업을 마쳤다. 이제 이곳으로 온지 5개월여가 되어 간다. 그간 학교 생활에 적응하느라 약간 고생한 것이 사실이지만, 그래도 생각보다는 무난하게 적응한 것 같다. 듣던 과목들이 모두 생소한 것들이어서 그 읽을거리들과 롸이팅이 어려움이라면 어려움이었지만, 그래도 이 정도로 마칠 수 있어서 다행이다.

 

제출되는 과제들과 해결해야 할 롸이팅들 때문에 당장 눈앞가림 식으로 공부한 면이 없지 않아, 이번 방학때는 부족한 것을 좀 채우고, 다음 학기 과목의 예습할 여력이 되면 그에 대한 준비를 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학교 스케쥴에 따르면 내년 1월 20일(화요일)에 봄 학기가 시작된다고 하니, 한 달여가 넘는 방학이다. 다음 학기에는 다른 교수님의 강의를 도와주기로 해서 방학 중에는 그 준비도 약간 해야 하니 그냥 한가하게만 보내기는 어려울 듯 하지만, 그래도 넉넉한 마음으로 이 겨울을 보낼 수 있게 되었다.

 

돌이켜 보면, 공부를 꽤 만만하게 생각하고 왔던 것 같은데, 처음 와서 접한 과목에서 접한 생소한 학자들의 이름과, 그들의 글들 속에서 다소 당황스러웠던 것 같다. 내가 잘쓰는 표현으로, 머리 속에 '와꾸'가 짜여지지 않은 상태에서, 빈 창고에 이것 저것 체계없이 물건을 마구 집어 넣는 것 처럼 이런 저런 이론과 정보들이 그냥 던져지는 느낌을 받은 적이 적지 않다. 그래도 간혹 앞뒤를 볼 수 있는 여유가 있을 때에 조금씩 조금씩 그 창고를 정리하는 기회가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학기를 정리하면서 그간 가르쳤던 교수님들을 찾아가 뭐가 부족했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 조언을 듣고, 내 상황을 설명하기도 했다. 모두 듣기 좋은 말로 격려하면서, 조언도 해 주고 앞으로도 필요한 것이 있으면 찾아 오라는 따뜻한 말도 건넨다.

 

쉽지 않게 공부하고 있지만, 그리고 아직은 체계적으로 정리되면서 머리 속에 차곡차곡 쌓이고 있지는 않지만, 그래도 뭔가 새로운 것들이 채워지고 있음을 발견할 때마다 아주 기분이 좋다. 이전 보다 책을 읽는 속도가 좀 빨라지고 있음을 발견할 때나, 글을 쓸 때도 이전 보다는 그래도 좀 더 나은 것 같은 느낌을 받을 때도 기분이 좋다. 빌리는 책마다 모두 읽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책상에 책을 쌓아 놓고 이것 저것 뒤적이는 기분도 꽤 좋다.

 

무엇보다, 아직 가야할 길이 많지만, 지금까지 온 길을 되돌아 보니 그래도 그럭저럭 잘 걸어온 듯 하여 스스로 뿌듯하다.

 

유빈이도 날마다 이것 저것 영어로 말하려 노력하는 모습(일부러 노력하려는 것은 아닐 것이지만...)을 볼 때도 대견스럽다. 앞으로의 이 겨울과 남은 시간들도 지금까지 가졌던 다짐과 자세로 계속 걸어 가야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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