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버지로서의 자격이 좀 미달되는 것 같다는 생각을 아주 자주 한다.
특히, 요즘처럼 나나 유빈이 모두 방학이라서 (유빈이 개학이 다음 주라니, 이렇게 기쁠수가...) 모든 가족이 집에 있는 날은, 그런 생각을 아주아주아주아주 자주 하게 된다. 그리고 그런 생각은 대개, 목소리를 크게 내면서, 가끔을 길이를 재도록 만들어진 자(ruler)로 애들에게 약간의 고통을 준 후에, 그리고 애들의 서글픈 울음 소리를 들은 후, 죄책감과 함께 찾아 오기 마련이다.
화가 극도로 나 있을 때에는, 애들은 다 그런 것이라면서 역정을 내고, 목소리를 높이는 나를 탓하는 아내도 미운데,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그런 말이 모두 현명한 판단임을 알게 된다.
(** 사실 그런 내 모습을 보면서 이런 생각도 해 봤다. 어찌 보면 이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의 하나가 바로 부모의 교육(parenting)인데, 그런 준비가 되지 않고 부모가 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나를 포함해서... 그래서 자녀에 대한 학대나 방치 등 여러 사회 문제가 발생하고, 범죄의 원인을 연구하는 많은 학자들 중 많은 사람들이 자녀 교육을 그 원인으로 꼽기도 한다. 그래서 범 정부적 혹은 범 사회적으로 부모가 될 사람들에게는 자녀 교육에 대한 교육을 받게 하는 것이다. 약 1-2주 정도, 혹은 20시간이나 30시간 정도의 부모 교육 방법 등에 대한 교육을 시켜서 수료증을 받게 하고, 그 교육을 이수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부모가 못되게 해야하나??? 암튼, 그런 식으로 parenting에 대한 관심을 갖는 것이 사회 발전을 위해서도 좋겠다는 생각을 내 스스로를 돌이켜 보면서 생각해 본다.)
오늘도 낮에 늦잠을 잔 후에 점심 먹기 전에 정리를 하려고 하는데, 집안을 쭈욱... 둘러 보니, 정말 가관이다. 각종 책과 장난감과 학용품과 옷가지들이 집 안에 널어져 있는데, 일부러 그렇게 어지럽히려고 해도 힘들 일을 요놈들 둘이서 잘도 저질러 놓았다. 그래서 그 일당들에게 치우라고 "명령"을 내렸는데, 도대체가 말빨이 먹히지가 않는다. 두 놈다 놀던 일에만 열중하려 하고, 치우라고 하는 것은 치우지를 않는다. 그러다가 목소리를 조금 높이니까 하는 척을 하고, 매를 좀 들으니 좀더 하는 척을 하지만, 진도는 전혀 나가지 않는다.
여기서부터 나의 "열"이 조금씩 오르기 시작했다. 평소에는 그냥 넘어 갈 수 있는 것들이, 화가 나 있는 상태에서 쳐다 보니, 모두 다 눈에 거슬른다. 이 장난감은 벌써 이렇게 되어 있고... 이 가베는 왜 이렇게 어지럽혀져 있고, 이 퍼즐은 왜 이 모양으로 다 흩어져있고, 왜 연필과 볼펜은 다 제각각으로 되어 있고, 장난감은 왜 이런 식으로 정리되어 있는가... 생각이 이렇게 들다 보니, 받던 열에 기름이 조금씩 부어지기 시작하고... 결국은 목소리를 높이면서 화풀이를 이 놈들에게 하게 된다.
와이프가 항상 하는 얘기 중에 하나가 (이제는 하지도 않지만), "남들한테는 싫은 소리도 안하면서 왜 애들한테는 그렇게 큰 소리를 내고, 화를 내고 그러냐"는 것이다. 생각해 보면 맞는 말이이었다. 지금까지 살면서 진심이 담기지 않는 농담이었으면 몰라도, 남에게 듣기 싫은 소리를 하고, 화를 내고 소리를 지르고 했던 적은 별로 없는 것 같다. 그런데, 애들한테는 자주 그런 모습을 보인다. 스스로는 '버릇없어질까봐', '애들 제대로 키우려고' 한다고 하지만, 내가 그런 생각을 갖고 하는 행동들이 과연 내가 원하는 바를 위한 제대로 된 전략인지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혹, 그때 그때 나의 성질이나 마음 상태에 따라서 애들에 대한 태도도 달라지지는 않았는지 돌이켜 보게 된다.
이곳으로 와서 크게 바뀐 것 중의 하나는, 애들 교육을 장모님이나 어머니에게 의지하는 면이 없어졌다는 것이다. 대전에 살때는 내가 직장에 바쁘다는 핑계로 애들에 대한 교육을 시킬 시간도 없었고, 어떻게 생각하면 관심도 그리 많지 않았지 않나 싶다. 그저, 늦게 들어가서 애들 안아주고 이뻐해주거나, 휴일에 영화 보여 주고, 놀이공원 데려가 주고, 외식 시켜 주고... 그렇게 하면서 아버지 노릇을 한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게 전혀 그렇지 않았음을, 그리고 상당 기간 동안 아버지로서의 의무를 상당 부분 해태했음을 반성하게 된다. 여기에 와서 이렇게 여건이 되고, 시간이 되니까 하지, 그렇지 않았으면 내가 얘들에게 책을 읽어주거나, 워크북을 같이 하거나, 게임을 같이 하는 등등으로 함께 시간을 보냈을까... 그렇지 못했을 것이다.
어쩌면 그런 면에서 이곳에서 와서 잘된 것 중의 하나가 되겠다.
한 해 이런 저런 결심도 했지만, 역시 애들 교육을 제대로 시켜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그 교육을 제대로 시키려면 어렵겠지만 나부터 감정 다스리고, 화 내기 전에 한번 더 생각해 보고, 책이라도 한권 더 읽어주고, 워크북 한페이지라도 더 같이 푸는 식으로 함께 하는 시간을 더 같이 가져야겠다는 다짐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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