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도 저물고 있다. 벌써인가, 이제인가...
이 해가 가면 한 살이 더 먹게 되겠네... 낙엽 떨어지고, 바람이 차가워지니 나이부터 생각하는것 보니 나이 먹고 있음이 확실하다.
그런 사람들이 많겠지만, 나도 날씨에 상당히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인지라, 날이 흐리면 기분도 괜히 그저 그렇다. 하지만 오늘같이 해가 반짝 떠서 도서관 안쪽까지 햇살이 비쳐주면 특별한 일이 없어도 기분이 좋아진다.
며칠동안 흐리고 춥더니 오늘은 날씨가 꽤 좋다. 낙엽은 많이 졌고, 기온도 며칠 사이에 꽤 떨어졌지만 오늘 같이 맑기만 하면 괜찮겠다.
지난 주에는 미국 범죄학회(American Society of Criminology)의 정기 학회가 이곳 세인트루이스에서 있었다. 그 덕에 한 주동안 수업이 없어서 아주 편안하게 보냈다.
외국 학회라는 것을 한번도 가보지 않아서 어떤가 했더니...
그리 대단한 것도 아니었고, 솔직히 말하면 실망스럽기까지 했다. 수요일부터 토요일 오전까지 다양한 주제로 미국 전역은 물론 영국, 캐나다와 다른 아시아 국가에서도 범죄와 관련한 업무나 공부를 하는 많은 사람들이 참석한 것 같은데, 내가 참석했던 세션들은 모두 그저 그랬다.
대단한 행사에 참석하는 기분으로 8시부터 시작하는 회의에 참석하려고 시간 맞춰서 갔는데, 어떤 회의장에는 발표하는 사람을 포함해서 네다섯명이 앉아 있기도 했다.
엊그제 이곳 친구와 얘기 나누면서 그 친구도 비슷한 말을 하던데, 발표하는 사람들에 대한 선별 작업 없이 원하는 사람 누구나 참석하게 하는 것이 그 주요 원인이 아닌가 싶다. 주제별로 수십, 아니 수백여개의 프리젠테이션이 있지만, 대부분의 프리젠테이션이 발표자 당 15분 정도 밖에 주어지지 않으니, 대단한 얘기를 하기도 어려운 실정일 것이다.
그 친구는 이 학교 교수로부터 주제를 보지 말고, 사람을 보고 프리젠테이션에 참석하는 것이 좋다는 조언을 들었다고 한다. 그럴싸 해보이는 주제를 찾아 가서 듣는 것 보다는, 이 분야에서 이름 난 교수가 있으면 주제에 상관없이 그 교수의 발표를 듣는 것이 더 안전한 선택이라는 말이겠다. 이제와 생각하니 미리 알았으면 아주 도움이 되었을 정보다. 나는 국제 범죄 등 국제적인 주제나, 경찰 관련 주제 중 좀 끌리는 주제를 선택해서 찾아 갔었는데, 그것이 내 잘못된 선택이었다.
다행, 학회를 위해 같은 주면서 가까운 도시인 캔자스 시티에서 학회를 위해 참석하신 고향선배이면서 대학선배를 만나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큰 도움이 되었다. "회사"에서는 퇴직을 하시고, 여기서 교수님으로 하고 계신데, 특별한 인연인지 그 형수께서는 나와 같은 성씨이셔서 더 친근감이 간다. 여기 사셨던 내용과 공부하셨던 내용, 그 이외에 여러 정보와 조언을 들었다.
그 선배 덕에 여기에 와서 처음으로 한인 식당에 가서 저녁을 먹기도 했다. 한국에서처럼 식당에서 고기를 굽고, 소주잔을 기울이는데 전혀 낯설지가 않고, 분위기 적응에 전혀 시간이 걸리지 않았던 것을 보면 체질화된 회식문화는 이 몸에서 빠져나가지 않았음이 확실하다. 이틀 후에는 누추하지만 우리 집으로 선배 가족을 초대해서 저녁을 대접해 드리기도 했다.
아무튼, 학회는 그렇게 지나갔다. 우리나라도 비슷하겠지만, 여기서도 느낀 것이 학회라는 것이 무슨 대단한 학술 정보의 교환이라기 보다는 이 분야 사람들을 한 군데 모아 놓고, 서로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했다. 같은 대학을 졸업했던 사람들과 만나고, 평소 만나고 싶었던 교수 등을 찾아가 인사하고, 알고 싶었던 내용이나 정보를 직접 만나 묻고 공유하는, 그런 공식 비공식의 네트워킹을 위한 자리 역할이 더 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다음 주는 또 다시 추수감사절 (Thanksgiving Day)로 학교가 문을 닫는단다. 도서관과 일부 시설 등은 수요일까지는 문을 열지만 그 마저도 공식적인 추수감사절은 목요일과 금요일은 문을 닫는다. 유빈이 킨더와 학교도 다음 주 목요일부터 쉰다는 통지문이 왔다. 그렇게 한 주가 가겠고, 그 후 다시 한주 수업을 하면 시험 주간 후 한 학기가 마무리 된다.
정신 놓고 있으면 금새 금새 흘러가는 세월인 것은, 학생일 때도 역시 마찬가지이고, 어쩌면 학생때가 더 빠르게 느껴지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벌써 다음 학기 수강 신청을 받고 있다. 선택의 폭이 넓지는 않기 때문에 과목 선택에 있어서 그리 큰 고민을 하지는 않아도 될 듯 싶다.
유빈이는 하루 하루 사용하는 영어 단어나 발음이 눈에 띄게 성장하고 있다. 나는 그간 어떤 성취나 성과가 있었는지 가만 생각해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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