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다. 시간이 해결해 준다.
그렇게 답이 풀리지 않던 과제를 "끝내기는" 했다. 제대로 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전혀 답이 보이지 않던 상황에서 어찌 저찌 하다가 결국 몇장의 글과 표로 옮겨 놓기는 했다. 피드백을 받아 보면 당연하면서도 미처 보지 못했던 "지적"들이 수두룩 하겠지만, 그래도 어쨌든 했다는 뿌듯함(?)이 생긴다.
SPSS라는 통계 프로그램이 신기하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걸 한시간 정도 뚝딱뚝딱하는 것을 보여주더니, 그것을 이용해서 간단한 통계를 분석해 오라는 교수"님"의 지도 방법도 탁월(!)하다. 나만 고생하는 것은 아닌 것 보니 단순한 언어의 문제는 아닌듯 하다. 파워포인트 작성법을 한시간 동안 강의하고, 스스로 사용법을 터득해서 간단한 프리젠테이션 화일을 만들어 오라는 것과 비슷하려나... 아니다. 그것보다 더 정도가 심하다.
어쨌든, 프로그램의 메뉴 이것저것을 수십번 (과장이 아니라 정말 수십번) 클릭해 보고서 감으로 자료를 산출해서 과제물을 만들어 내기는 했으니, 아... 이것도 러닝 프로세스인가!
오늘 아침에도 유빈이를 데려다 주고 학교로 왔다. 아침에 학교에 가면 킨더 어린이들은 학교 바로 입구 앞에서 세개 벽을 따라 세개의 줄을 나눠서 서 있다. 미세스 카터 반과 다른 두 선생님의 반이 나눠서 서 있다가 선생님이 나와서 데리고 들어간다. 보통 8시 25분경에서 8시 30분 사이에 학교에 도착하면 미리 와서 운동하는 아이들, 놀이터에서 노는 아이들이 꽤 많다. 그러다가 8시 30분 정각이 되면 종이 크게 울리고, 그러면 초등학교 어린이들은 모두 교실로, 킨더 어린이들은 항상 서는 줄로 서게 된다.
내가 아침마다 학교에 가야하기 때문에 아침에는 내가 대부분 데려다 주고, 끝나서 집으로 돌아올때는 아내가 항상 유빈이를 픽업해 온다.
기다리고 있는 줄에는 아이들을 데리고 온 아빠, 엄마들이 같이 옆에 서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어떤 어린이들은 부모없이 혼자 기다리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의 경우는 아빠나 엄마가 옆에서 들어갈때까지 기다리고 있다가 어린이들이 들어갈때 "바이..."하고 손을 흔들고 제각기 흩어진다.
부모들이 기다릴 때는 서로 안부를 묻기도 하고 그렇지만, 내가 먼저 다가가서 말을 하는 스탈...은 아니기 때문에 대개의 경우 혼자 서서 들어갈때까지 기다린다. 얼마전처럼 어쩌다가 같은 반에 아이를 보내고 있는 중국인 아저씨가 "하이.."하고 말을 걸면 이런 저런 얘기를 하는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그리 많지는 않다. 머나먼 타국에서는 같은 인종끼리면 친근감이 느껴지니...
오늘 아침에는 항상 보던 그 아저씨, 유빈이와 같은 반에 있는 이쁘장한 중국인 여자애를 아침마다 데리고 오는 그 아저씨가 어쩐 일인지 나에게 다가와 "하이..."하면서 말을 건다. 아주 자주 얼굴을 마주치기는 했지만 서로 말을 나눈 것은 오늘이 처음이었다.
내가 데리고 온 애가 유빈이 맞냐며, 그 여자 애가 집에 오면 유빈이 얘기를 아주 자주한다고 말을 건넨다. 듣기 좋으라고 하는 말일 수도 있겠고, (제 아빠 닮아) 인기가 좋아서 벌어지는 "당연한" 현상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인사치레로 한다는 말이 "저 애 할아버지시냐?"고 물었다. 애는 어린데 평소에 느낌이 나이가 꽤 들어 보여서, 아마도 50대 초반 내지 40대 후반, 그렇게 물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게 물어서는 안되는 것인데, 돌아 오는 답이 "No, I am her Dad." 이런...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아임쏘리"를 서너번 했지만 너무 당황스러워서 그 자리를 빨리 뜨고 싶은 생각 밖에 들지 않았다. 자기가 좀 나이 들어 보인다고 하는 것인지 뭐라고 하기는 하는데, 그 말도 들리지 않는다...
평소 얼굴을 보고 나이를 맞추는 일에는 제법했는데, 그래서 '전국 노래자랑'할때 화면에 사람이 나오면 그 사람이 몇살인지 3살 정도의 차이를 두고 맞춘다고 자신하고 있는 난데, 오늘 이런 호러블한 실수를 벌인 것이다. 어쩔 수 없지, 뭐... 미안하다고 했고, 그 아저씨도 괜찮다고는 했지만, 그 아저씨는 오늘 아침부터 별꼴을 다 당해서 기분 안좋았겠다. 핸드릭이라고 하시는 것 같던데, 다시 "쏘리... 핸드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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