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다. 저 비가 내리면 날이 더 선선해지려나...
이곳 집들은 왜 그리 난방이 시원찮은지, 집에서 긴 옷을 입고 생활하고 잠 잔것은 벌써부터이고, 간혹 아침에 추워서 움추렸던 적도 있다.
특히나 내가 살고 있는 동네는 집들이 모두 오래되었고 (누구 말로는 100년을 얘기하던데, 그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50-60년은 된 듯 하다), 그러니 당연히 난방설비가 잘 되어있을리가 없다. 최근에 새로 지은 집들이 있는 동네는 그래도 좀 낫다고 하는데, 그런 집들도 좀 춥다는 얘기를 하는 것 보니, 이 나라는 집 지을때 우리나라 아파트와 같이 '따땃'하게 설계하고 자재를 사용하는 것은 아닌가 보다.
아침에는 일어나기가 어려워 시계를 맞춰놓고 그 소리에 깼다가 다시 쓰러져 10-20분은 지나야 일어나게 된다. 어려서부터 잠이 많았는데, 언제나 되어야 이 놈의 잠에서 벗어날 수 있는지 모르겠다. 대단한 종교인은 아니지만 아내를 따라 교회에 가면 성경책 중에서 "잠언"을 주로 읽는 편이다.
인물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대부분 잘살라는 '인생지침'이 담겨져 있어서 아무데를 펴서 읽어도 무난한데, 이 잠언에도 잠에 대한 얘기가 많이 나온다. 물론 잠 많이 자면 좋지 않다는 취지로... 잠에 대한 얘기가 많아서 "잠언"인가???
33. | 네가 좀더 자자, 좀더 졸자, 손을 모으고 좀더 누워 있자 하니 |
34. | 네 빈궁이 강도 같이 오며 네 곤핍이 군사 같이 이르리라 |
(잠언 24장)
아무튼, 오늘도 역시 잠이 많은 유빈이를 깨워서 같이 밥을 먹고, 같이 책가방을 메고 데려다 주고 학교에 왔다. 이번 주와 다음 주는 아마도 지금까지의 생활 중에서 가장 부담이 많이 되는 주가 될 것 같다. 다음 주에 발표가 있는데다가, 그 발표 주제에 대해서 롸이팅을 제출해야하고, 다른 과목도 제출해야 할 것이 있다. 또 그 다음 주에도 중요한 롸이팅이 있어서 그 준비를 계속 하고 있어야 하니 부담이 이만 저만 아니다.
엊그제는 한참 먼저 미국으로 오셔서 학위를 받으시고, 이곳 미주리 주의 한 대학에서 교수님을 하고 계신 선배님과 오랜만에 통화를 했다. 대학 선배이면서 나중에 알고 보니 고향 선배이기도 하셔서 더 친근감이 느껴지는 선배인데, 미국으로 오기 전부터 도움을 많이 받았다.
선배님은 이런 저런 조언을 해 주시며 "직장 다니던 것에 비해 어때?" 물으시기에 직장 다니는 것 보다는 훨씬 낫다고 말씀드렸더니 "그럼 됐지..."라고 답해 주신다.
맞다... 그럼 됐지, 뭘 더 바라냐... 물론 지금도 회사(?) 다니면서 함께 일하는 직원들과 같이 스트레스 받고, 술자리 함께 하며 몇몇 대상을 놓고 안주 삼아 스트레스도 풀고 웃던 기억들이 무척 그립다. 하지만 그 생활이 행복했느냐고 물으면 과감히 그렇다고 말하지는 못할 것 같다. 하지만 누군가가 지금 내 생활은 만족스럽냐고 물으면, 집은 춥고 잠은 오고 숙제 부담은 많지만 서슴치 않고 그렇다고 답할 것이다.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다. 어디에서 어떤 상황에 있든 그때 그때 순간에 행복해 하면 가장 좋을 것이다.
얼른 책 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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