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lice News

나는 0점짜리 서비스가 싫다

남궁Namgung 2001. 8. 27. 01:21










다시 글을 자주 발행한다고 갸우뚱 하실 분이 있으실 것 같습니다. 이는 제 개인적인 감정과 심적인 여유로 인한 것입니다. 아시다 시피 제 글은 원래 부정기적으로 발행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다음 글은 또 다시 몇 개월 후에 발행될 수도 있고, 내일 발행될 수도 있습니다. 언제 발행되는지 예측 가능하게 하지 못한 점,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날이 전에 비하면 정말 많이 시원해졌습니다. 환절기 감기가 다시 유행하지 않을까 생각되는군요. 건강조심하십시오.










나는 0점짜리 서비스가 싫다.






1층의 그 슈퍼마켓

제가 살고 있는 아파트 단지(SB마을) 앞에는 슈퍼마켓이 두 곳 있습니다. (정확한 수는 알지 못하지만 눈에 띠는 슈퍼는 두 곳입니다.) 한 곳은 지하에 있고, 또 다른 한곳은 1층에서 장사를 하는데, 두 가게의 직선 거리는 넉넉 잡아야 20여미터가 되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직접 재어 보거나 비교해 보지는 않았지만, 두 가게의 규모나 판매하는 물건의 가격은 큰 차이가 없는 것 같습니다.



두 가게 중에서 어느 곳이 소위 "목좋다"는 곳인지, 그리고 실제 어느 가게를 아파트 주민들이 더 많이 가는지 등에서도 아는 바가 없고, 또 알고 싶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제가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에 입주한 지가 2년 정도가 되는 동안 저는 1층에서 장사를 하고 있는 가게에는 입주 첫 해에 단 몇차례 가본 것을 제외하고는 모두 지하에서 운영하는 슈퍼만을 이용했고, 그것은 지금도 변함이 없습니다. 아마 앞으로도 아주 특별한 예외가 없는 한은 그 1층의 가게는 이용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것은 지하에서 장사를 하는 가게가 아주 친절히 대하거나, 물건 값이 훨씬 저렴하거나 하는 등의 비교적 우위에 있어서가 아닙니다. 바로 그 옆에서 장사를 하는 1층 가게의 불친절을 경험해서였기 때문입니다.



그 아주머니의 불친절

당시는 아파트에 입주를 해서 얼마되지 않았을 때였습니다. 그때 1층 가게로 무엇을 사러 갔었는지는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지만 당시 그 가게 주인 아줌마로부터 어이 없는 불친절을 경험하고는 그 후로 다시는 그 가게에 가지 않았습니다.



오래 되어서 그 불친절이 정확히 어떤 것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단지 "장사를 하려는 아줌마가 뭐 저래?"하는 생각이 들었고, 그 후로는 "내가 안가면 되지..."하는 생각으로 가지 않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잘 이용하지 않는 이유 때문인지 제 아내도 그 가게를 잘 가지 않고 있습니다.



고의였든, 아니었든...

하지만 저를 불친절하게 대했던 아주머니도 저에 대한 개인적인 감정이 있어서 "불친절의 고의"를 가지고 저를 대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어쩌면 다른 일로 인해 감정이 상해 있었는데 그것이 제게 간접적으로 표현되었을 수도 있고, 아무렇지도 않은 평소의 태도였는데 제가 불친절하다고 오해를 했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어쨌든 그 가게의 작은 고객이었던 제게, 주인아주머니는 불친절이라고 느낄 수 있을 정도의 기분 나쁜 감정 표현을 했고, 그 후로 저는 그 가게를 다시 이용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국가 행정기관의 하나인 경찰서를 찾는 민원인에게 나는 어떻게 대하고 있나 하는 점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문제일 것입니다.



나는 과연 그들에 친절하고 있고, 그들은 과연 이 경찰서를 나가면서 "내 무슨 일이 있어도 다시는 여기를 오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지는 않을까... "똥이 더러워서 피하지, 무서워서 피하냐"라는 생각을 그들에게 절로 심어주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들 말입니다.



저도 독자여러분들과 마찬가지로 이런 저런 개인적인 일로 다른 경찰서를 찾을 때도 있고, 동사무소를 방문해서 일을 처리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꼭 공공기관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농협이나 은행 같은 금융기관, 여러종류의 대형 할인매장, 패스트 푸드 점 등을 방문해서 일을 처리하거나 물건을 사기도 합니다.



하지만 제가 일을 마치거나 물건을 사고 나서 그 문 밖으로 나올 때의 기분은 그 회사·가게의 브랜드나 물건의 품질 등에 의한다기 보다는 저를 대하는 점원이나 종업원들의 태도와 친절에 훨씬 더 관련이 있습니다.



같은 일을 하면서도 (설령 그것이 기계적이고 학습된 것이라 할지라도) 웃음으로, 친절하게 대하는 종업원으로부터 서비스를 받는 것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로부터 일처리를 받는 것 보다는 훨씬 더 기분이 좋은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기도 할 것입니다.



그들에게의 친절...

저는 많은 경우 하루에 10여명에 가까운 민원인(고소인, 피고소인, 참고인 등)들과 대화를 나누고, 질문을 하고, 대답을 듣습니다. 묻고 그딜이 하는 대답을 서류화 하는 일은 그리 쉽지는 않은 일이고, 특히 제가 사무실에서 처리하는 일은 직접적으로 민원인에게 서비스를 제공한다기 보다는 치열하게 이해가 상반되고 있는 고소인과 피고소인들을 조사하는 것임을 고려할 때는 오히려 친절이라는 단어가 허무한 말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무죄추정을 받고 있다고 하더라도 어떤 민원인(피고소인, 피의자)들은 정말 경찰서나 검찰청에서 혼을 내 주어야 이 나라의 사법정의 구현에도 도움이 된다고 주제 넘게 생각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피해자에게 엄청난 물질적, 정신적 피해를 준 저 사람에게 내가 친절해야 해?" 이런 회의감이 들 때가 적지 않다는 것입니다.



그들의 권리와 우리의 의무

그러나 그런 몇몇 경우를 제외하면 경찰서라고 할지라도 여전히 많은 대다수의 방문객은 경찰관으로부터 당연히 친절한 서비스를 받아야 할 권리를 가지고 있고, 저를 포함한 경찰관은 당연히 그런 친절을 베풀 의무가 있습니다.



그들은 저를 만나 대화를 나누고 돌아 가면서 제가 베푼 친절에 흐뭇해 하며 당연한 친절에도 감사할 수도 있고, 그저 그렇다며 아무런 느낌없이 돌아가기도 할 것이며, "무슨 저런 놈이 다 있어"하고 침을 퉤 뱉고 돌아 가기도 할 것입니다.



이는 모든 경찰관들, 아니 모든 공무원, 더 나아가서는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모슨 사람들이 염두에 두어야 할 것입니다. 내가 그들을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그들의 하루가 기분 좋을 수 있고, 그들의 좋았던 기분을 망칠 수도 있다는 점을 말입니다.



얼마전에 경찰 고위 간부께서 펴내신 책 중에 그런 말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제로의 법칙

경찰의 서비스는 제로의 법칙에 해당한다는 요지로 기억되는데 예를 들면 이렇습니다. 한 사람에게 A라는 경찰관이 50점의 서비스 제공했고, B라는 경찰관은 40점, C라는 경찰관은 0점의 서비스를 제공했다면 그 사람의 경찰에 대한 이미지는 50+40+0=90점이 아니라, 50*40*0=0, 이렇게 해서 0점이 된다는 것입니다. 제복을 입는 대표적인 공무원으로 뽑히는 경찰은 남궁 현이라는 그 개인의 이름으로 기억되는 것이 아니라 항상 경찰이라는 대표이름으로 인식되기 때문에 어느 한사람에게서라도 0점의 서비스를 받는다면 그 사람의 경찰에 대한 인식은 (그 전의 서비스가 100점이었다고 하더라도) 0점으로 남는다는 말씀이었습니다.



약간의 비약이 포함되어 있는 것 같기도 하지만 그래도 상당히 설득력 있는 비유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서 정부기관을 비롯한 많은 기업체들이 그들의 이미지 관리를 위해서 많은 피고용자들에게 친절을 생활화하도록 지속적으로 교육시키고, 그를 관리하고 점검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다시는 가지 않는다.

제가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에서 언제 다른 곳으로 이사할 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앞으로도 그 1층의 슈퍼마켓은 가지 않을 것입니다. 전에 몇번 그 가게를 들렀을 때의 저에 대한 주인아주머니와 아저씨의 서비스가 10, 20, 15, 30... 이런 식으로 점수가 누적 되었을지는 몰라도 마지막에 (의도했던, 의도치 않았던 간에) 아주머니의 0점짜리 서비스에 그 간 누적된 모든 서비스가 0점이 되었고, 다시는 같은 돈을 주고 그 0점의 서비스를 받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한번 잃은 친절에 대한 이미지는 회복하기가 어려울 것입니다. 많은 점수를 모았지만 일순간에 0점이 되면, 다시 점수를 모아야 하고, 그 점수를 획득할 기회도 전 같이 많이 주어지지가 않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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