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날씨에 건강히 계신지 모르겠습니다. 실로 오랜만에 남궁현의 폴리스뉴스를 발행하는군요. 아주 극소수의 팬(세명? 네명? 혹은 그 이상?)을 가지고 있는 발행자로서 기다리셨던 분들께는 송구스럽고, 죄송해서 몸둘바를 모르겠다는 말씀을 또 드려야겠습니다.
그간 제게는 약간의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있었습니다. 좋은 소식에 대해서는 차츰 말씀 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 생각되고, 나쁜 소식이라 함은 제가 얼마 전에 감기를 앓은(나쁜 소식이라고 할 수 없나요?) 것입니다. 으슬으슬하다는 느낌으로 소위 말하는 "초기 감기약"을 체내에 투입한 지 하루만에 본격적으로 제 신체를 강타하기 시작한 감기는 거의 10여일을 감기에 치를 떨게 만들었습니다.
당직을 하면서 약간 춥게 잤다는 것 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아서 그 잠자리가 원인이었던 것으로 생각되는데, 정말 감기 무섭다는 것을 오랜만에 실감했습니다. 여러분들도 본격적으로 시작된 이 겨울에 감기 조심하셔야 겠습니다.
얼마 전에는 온 가족들과 함께 변산에 여행 다녀왔습니다. 주말을 이용한 짧은 여행이었지만 모든 가족이 모여 시간을 보냈다는 점, 답답한 도시를 떠나 오랜만에 시원한 바람 맞으며 여유로움을 만끽했다는 점 등등으로 너무 기분 좋은 여행이었습니다. "한 주일 열심히 살고, 주말을 이렇게 보내야겠구나"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여행하기 좋은 이 세상, 한번 주위를 돌아 보시면 많은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조만간에 제 홈페이지에 사진 몇장을 올리겠습니다.)
언제 다시 발행할 지는 장담드릴 수 없으나(제 메일은 "부정기"라고 약속드렸습니다만) 시간과 여유, 그리고 엉성한 단상이 있을 때마다 열심히 키보드를 두드려 여러분과 생각을 공유하겠습니다.
참, 제 홈페이지 주소가 변경되었습니다. 한참 오랫동안 사용하던 채널아이에서 서비스를 곧 중단한다고 해서 부리나케 네띠앙의 계정(추천해 주신 분께 감사드립니다.)을 사용하여 간단히 만들었습니다(http://my.netian.com/~hyonyya). 처음에 만들었던 홈페이지가 html 언어를 하나하나 배워가면서 만들었던 것에 비해 이번에 만든 것은 네띠앙에서 제공하는 마법사라고 하는 기능을 사용하여 간단히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보이기에는 전보다 깔끔하게 보일지는 몰라도 전의 홈페이지만큼 애정은 덜하군요... 아무튼, 앞으로도 많은 방문과 격려를 기다리겠습니다.
다시 한번 건강 조심하시라는 당부의 말씀 드리면서 조만간에 또 뵙겠다는 기약없는 약속을 드리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어제는 전 경찰청장이었던 이무영씨가 구속되는 일이 있었습니다. 대통령이었던 분들도 구속되었었고, 검찰총장이었던 분도 구속되었었으며, 장관이었던 분들도 구속이 되어 재판을 받는, 법적으로 너무나 평등한(?) 대한민국이기 때문에 경찰청장의 구속은 더 이상 그리 충격적인 일이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경찰대개혁을 부르짖으면서, 그 선봉에서 상당 기간 거대한 우리 경찰조직을 이끌었고, 그로 인해 적지 않은 성과도 남겼던 전 경찰청장의 구속은 많은 경찰관에게 허탈감을 주기에 충분한 사건이라고 생각합니다.
사건 당사자간에 진술이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영장실질심사를 담당한 판사는 검찰의 구증자료만으로도 혐의를 인정할 만하고, 증거 인멸 및 도주의 우려가 있다는 점을 들어 구속영장을 발부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여배우 황수정씨의 경우
전 청장의 구속되기 얼마 전에는 잘 알려진 여배우 황수정씨가 마약 투약 혐의로 긴급체포 되어 역시 구속되었습니다. 사실인지의 여부는 확인되지 않은 가운데 황수정씨가 담당 수사관에게 "마약이 아니라 최음제인줄로 알고 술에 타 마셨다"는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지자 초등학생들조차 최음제가 무엇인지 궁금해 한다는 참으로 "세상 잘 돌아가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고 들었습니다.
황씨도 "마약을 술에 탔는지 전혀 몰랐다"며 투약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고, 그 애인으로 알려진 상피의자도 황씨의 진술과 부합하게 진술하고 있으나 결국 구속 수감되어 재판이 진행 중입니다.
코메디언 주병진씨의 경우
또한 "신사"라는 문구가 항상 따라 다니던 주병진씨도 강간치상의 혐의로 재판을 받던 중 항소하여 무죄의 판결을 받았으며, 항상 "재판부가 진실을 밝혀 주리라 믿는다"며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다가, 무죄 판결을 받은 후에는 "진실을 가려 준 재판부에 감사드린다"고 마치 자신의 주장이 진실인 것처럼 말하기도 했었습니다.
진실 발견의 어려움
제가 오늘 전 청장과 황씨, 주씨의 예를 드는 것은 "진실"이라는 것에 대해 한번 생각해 보고 싶어서입니다. 과연 "진실"이라는 것은 존재하는지, 존재한다면 왜 그 진실이 밝혀지기 어려운지 고려해 볼 문제일 듯 합니다.
예전에는 신문과 텔레비전 등에서 수사기관에 입건되어 조사 중인(특히 대질을 하고 있는) 당사자들이 "서로 진술이 엇갈리고 있다" 든가, "상반된 진술을 하고 있다"는 뉴스를 들으면 의아해 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왜 같은 시간에 같은 장소에 있으면서, 같은 상황을 경험한 사람들의 진술이 크게 차이가 있을까? 기억에 의해 경험한 사실을 되뇌이면 약간의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어떻게 정반대의 진술을 하고 있을까?"... 이런 의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저의 그런 순진한 생각은 이곳 조사계에서 1년이 되지 않게 근무하면서 180도 바뀌어 이제는 그런 순진한(?) 생각을 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경찰서에 고소를 하거나 고소를 당하게 된 사람들의 진술이 틀리거나 상반된다는 것은 아주 의례적인 일이고, 그런 의례적인 업무를 하다 보니 그렇게 생각이 바뀐 듯 합니다.
A라는 장소에서 갑과 을이 서로 말다툼을 하다가 서로 폭력을 행사하게 되는 일이 벌어졌고, 그 장소에 가, 나, 다라는 사람들이 사건을 목격했다고 하더라도 후에 수사기관에서 그 사건에 대해 조사를 하게 되면 갑과 을의 진술이 틀린 것은 물론이거니와 가, 나, 다의 진술도 틀린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갑과 을이 상호 언쟁 중 서로에게 폭행을 가했다"는 객관적인 진실은 엄연 존재하고 있겠으나, 갑과 을은 서로에게 유리한 부분만을 기억하고 있거나 유리한 부분만을 수사기관에서 진술함으로써 진실을 변경합니다.
가, 나, 다도 갑·을과의 친분이나 이해관계, 금전이나 향응으로의 매수 등으로 역시 진실을 왜곡되게 기억하거나 진술하게 됩니다. 어느 한 사람은 진실을 기억하고 그에 부합되게 진술하는 경우가 있으나 그 사람으로 인해 진실이라는 것이 드러나기가 쉽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오히려 왜곡되게 진실을 말하는 사람들(거짓말 하는 자들)에 의해서 사실과는 다른 것이 사실인 것처럼 세상에 드러나는 경우도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 수사기관에서 형사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은 정말로 쉽지가 않습니다. 사안에 따라서는 시민을 체포하고, 구속하는 등의 강제적인 수단을 사용할 수 있도록(물론 법적 절차를 준수해서) 법적 보장 받는 기관이지만, 진실을 잘못되게 판단하여 무고한 사람이 체포되고, 구속당하는 경우도 있으리라는 점은 항상 생각하고 있습니다.
beyond reasonable doubt
수사기관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사안의 객관적인 진실까지는 발견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많은 참고인과, 과학적인 증거, 합리적인 정황 등을 고려하여 그 진실에 근접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그에 따라 "이것이 진실일 가능성이 높다"라고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 경우에는(beyond reasonable doubt) 수사기관 나름의 판단을 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때로는 매수된 참고인과 (누가보더라도 타당하게 보이도록) 조작되어 제출된 증거 등으로 인해 진실이 왜곡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양 당사자의 이해관계에 금전이 개입하여 치열하게 대립할 경우에 어느 일방이 거짓을 말하고 있는지를 판다하는 것은 정말 쉽지 않습니다. 또 객관적 진실을 발견하지 못한 잘못으로 인해 자신에게 불리하게 사안이 종결될 때에는 그 모든 책임이 수사관에게 귀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그렇게 치열하게 이해관계가 대립되는 사건을 처리할 때는 "과연 무엇이 진실일까?", "과연 누구의 말이 사실일까?"하는 생각을 종종하게 되고, 제 나름의 판단을 하고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때도 "과연 내가 파악한 것이 객관적인 진실일까?"하는 의문을 갖기도 합니다.
엄연히...
하지만 미약한 경험을 토대로 제가 내린 결론은, 그것이 어떤 방법에 의하든 진실은 밝혀지기 나름이고, 사람과 법에 의해서 진실이 엉성하게 밝혀지거나 정반대로 밝혀지는 경우가 있다고 하더라도 객관적 진실은 죽지 않고 엄연히 존재하여 모든 사람의 위에서 우리를 바라 보고 있다는 것입니다.
오늘은 진실이라는 제게 너무 큰(?) 단어를 사용했지만, 제한된 현실 안에서 객관적 진실을 찾는 사람들의 고충을 우리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진실이 왜곡되어 억울하다는 사람, 자신의 주장이 모두 사실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을 지켜 보면서 저와 같은 생각을 한 번 해보시는 것은 어떠실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