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lice News

죽은 시인의 사회

남궁Namgung 2003. 4. 2. 06:41
어제 밤 늦게 이곳 텔레비젼 ITV1 에서 죽은 시인의 사회(Dead Poets Society)이 방영되었습니다. 아주 예전 고등학교때 제가 다니던 고등학교가 위치한 충남 부여에서는 가장 큰(?) 극장에서 보았던 영화인데, 여기서 다시 보게 되니 감회가 새로왔습니다. 당시에도 감명깊게 보았고, 많은 것을 생각케 한 영화였었죠.




어제 애기를 재우고 같이 자느라고 끝까지는 보지 못했습니다. 자기가 좋아하는 연극을 더이상 하지 못하고, 아버지의 뜻에 따라 자기 삶이 살아져야 함에 좌절하여 아버지의 권총으로 한 학생(이름은 모르겠습니다)이 자살하는 장면까지만 보았습니다. 아마 거의 마지막 부분이었던 것 같은데요...













영화에서는 인상 깊은 대사들과 장면들이 꽤 있습니다. 그 중 인상 깊은 말을 고르자면 카르페 디엠(Carpe Diem)이란 말이 있습니다. 한 인터넷 사이트(http://www.videokorea.com)에 올려진 영화 중 대사는 다음과 같습니다.






If you listen real close, you can hear them whisper their legacy to you, Go on, lean in. Listen.



You hear it? Carpe, Carpe. Carpe Diem. Seize the day boys. Make your lives extraordinary.





개인적인 얘기이지만 어찌 보면 제가 살고 싶은 삶의 방법도 '카르페 디엠'입니다. 과거를 후회하지 말고, 미래를 걱정하지 말고, 현실에 충실하고 현실을 즐기는 태도... 저 뿐 아니라 많은 분들이 원하는 것일 것이고, 그래서 당시 이 말이 꽤 유명했고, 유행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위에서 말씀드린 내용 중 자식이 아버지의 뜻을 따를 수 없어 권총으로 자살하게 되는 장면은 아버지가 된 후로 또 다른 생각을 갖게 합니다. 제가 돌아가신 아버지의 자식이었을 때에는 그 입장에서만 생각하게 되었는데, 아버지가 되어 아들을 키우고 있는 입장에서는 앞으로 저 아들을 어떻게 키워야 할지 진지하게 고민케 하는 장면이었습니다.





그 중 제가 제일 인상 깊게 본 장면은 극중 키팅 선생님으로 나오는 로빈 윌리암스가 교탁에 올라서서 학생들에게 교탁에서 보는 세상은 또 다르다며 학생들 모두를 교탁 위로 올라와서 바라보게 하는 장면이었습니다.




중고등학교때 개구장이였기 때문에 친구들과 장난하면서 몇번은 교탁에 올라갔던 적이 있었겠지만 기억은 잘 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다른 경험에 의해서 분명 학생들이 책상에 앉아 바라 보는 세상과 교탁 위로 높이 올라가 바라 보는 세상은 다를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알고 계신 분도 계시겠지만 저는 1997년부터 1998년까지 정확히 1년간 제주도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습니다. 그때 아내와 함께 제주도 곳곳을 많이 다녀서 아직도 '노후에'는 둘이 함께 제주도에서 사는 소박한(?) 꿈을 갖고 있기도 합니다.




당시 아내와 여행을 다니면서 제일 처음 구입했던 자동차가 기아의 프라이드였습니다. 조그만 자동차였지만 전혀 조그맣게 느껴지지 않았고, 아주 행복하게 그 자동차로 여행을 즐겼습니다. 또한 해안선 경비와 봉사 활동 등으로 제주도의 구석진 마을까지 흔히 말하는 '닭장차' (경찰 버스)로 돌아다니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느낀 것은 제 작은(낮은) 자동차에서 바라 보는 제주도의 경치와 큰(높은) 경찰 버스에서 바라보는 그것은 큰 차이가 있다는 것입니다.




바라볼 수 있는 범위와 거리가 다르기때문에 당연할 수도 있겠지만 가슴으로 느껴지는 차이는 생각보다 아주 큽니다. 그래서 저는 제주도를 여행하시는 분이 있다면, 특히 혼자 여행하실 계획이 있다면 시내 버스를 이용할 것을 적극 권해드립니다. '아래 사람들'이 보지 못하고 느끼지 못하는 것을 분명히 보고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키팅 선생님도 그런 의미에서 학생들에게 교탁 위로 올라 갈 것을 권했을 것입니다. 세상은 보는 위치에 따라 제 각각으로 보인다는 것을 가르치기 위한 것이었을 것입니다.




우리도 세상을 지금의 눈높이에서만 바라 볼 것이 아니라 다른 위치, 다른 각도에서 바라 볼 필요가 있습니다. 내가 바라 보는 것만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남이 바라보는 시야도 경험하고, 그들의 관점을 이해해 주는 것은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항상 필요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얼마 전 새로운 경찰청장이 임명되었고, 각 지방경찰청장들이 임명되었으며, 곧 각 경찰서장들의 인사가 있을 것입니다. 그에 따라 각 부서의 과계장들의 인사도 잇따를 것입니다.




관료조직이라는 피라미드에서는 위로 올라간다는 것이 반드시 더 폭넓게 바라 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혹자는 계급 높으면서도 우물 안에서 하늘 바라 보기를 하는 사람이 있었고, 앞으로도 있을 것이며, 어떤 사람은 계급은 낮지만 매사를 거시적으로 바라 보고 넓은 관점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경찰 조직에서는 리더의 영향력이 다른 어느 조직보다 크다는 것을 경찰관 뿐 아니라 일반 시민도 익히 알고 계실 것입니다. 새로 임명되었고, 임명될 우리의 리더들은 -키팅 선생님이 학생들로 하여금 같은 세상의 다른 모습을 바라 보게 했듯- 이 조직을 다양한 관점과 폭넓은 사고로 이끌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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