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에 관련된 직종(경찰관, 경찰관련 학과생, 경찰 가족 등)에 종사하시는 분들은 제목에 쓴 Zero Tolerance (지로 톨로런스) 라는 용어에 익숙하실지 모르겠습니다만, 사실 저 개인적으로도 이 용어는 여기에 와서 처음 접한 것입니다.
Tolerance 라는 단어는 아시다시피 tolerate라는 '참다, 인내하다 ... ' 등등의 뜻을 가진 동사에서 파생한 단어입니다. 명사형으로서 '인내, 관용, 용인' 등의 뜻을 가졌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그 톨러런스가 제로가 되었다는 뜻이므로, 좀 살을 붙여 해석한다면 '어떤 것이든 참지 않겠다'는 뜻이 되겠습니다. 그 대상이 무엇이든 참지 않겠다는 뜻으로 사용하려면 위 Zero Tolerance를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예컨대, 학교에서 행실이 나쁜 학생을 그대로 보고만 있지 않고 무조건 처벌하는 식으로 학사를 운영하겠다고 할 때도 Zero Tolerance를 사용할 수 있겠고, 그 외 다른 정부의 정책 집행에 있어서도 사소한 불법을 절대 눈 감지 않겠다는 뜻으로 사용할 때도 Zero Tolerance 를 쓸 수 있을 것입니다.
예상하셨겠지만, 경찰과 관련해서는 사소한 범법 행위도 용서치 않겠다는 뜻으로 사용합니다. 거리에 침을 뱉거나 껌을 함부로 뱉는 행위, 음주소란, 방뇨 행위, 낙서 등 조그만 위반이라고 할 지라도 그것이 경찰관의 법 집행 대상이 되는 한 가차 없이 처벌위주로 경찰권을 동원한다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이 Zero Tolerance 라는 용어의 기원까지는 제가 알 수 없지만 유명해 진 계기가 된 것은 1990년대 초반 미국 뉴욕 경찰(New York Police Department)의 총수였던 레이 말론 (Ray Mallon)이라는 사람에 의해서 입니다. 그는 뉴욕의 범죄를 감소시키기 위해서 뉴욕 내에서 발생하는 아주 사소한 범죄 (위에 말씀 드린 경범을 포함한 모든 종류의 범죄)를 모두 검거토록 하여 결과적으로 1990년에서 1996년 사이에 보고된 범죄(reported crime)가 34.7%가 감소하는 효과를 거두었습니다. 그 이후 영국에서도 위와 같은 방법을 차용하여 비슷한 효과를 거두기도 했었습니다.
이런 Zero Tolerance의 이론적 배경이 된 것으로 '깨진 유리창 효과(Broken Windows Theory)'를 듭니다. 학자 이름이야 굳이 말씀 드릴 필요가 없을 것 같고, 다만 그 내용은 이렇습니다.
한 가구의 유리창이 깨져 있는데 그것을 수리하거나 교체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다른 자들이 지나면서 또 다시 돌을 던져 다른 유리창을 깨고, 그 후로도 비슷한 행동이 반복되어 결국 그 주위에 범법자들이 모여 들게 되고, 그런 반복이 지속되면 그 주위에 거주하던 사람들은 타 지역으로 이사가게 되며, 그 지역의 집값은 하락하고, 다시 잠재적 범죄자들이 그 주위로 몰려 드는 등 악순환이 계속되어 후에는 걷잡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초기에 누가 창문을 깼는지 검거하거나, 깨진 유리창을 신속히 수리해 놓는 것이 그런 악순환을 방지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론 자체로는 그리 큰 하자는 없어 보이지만, 그런 이론을 토대로 한 Zero Tolerance Policing(경찰 활동) 은 실질에서는 약간 다른 형태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우선, 범죄 감소 자체에 대한 의문입니다. 우리나라 경찰의 통계에 대해서도 말이 많지만,(범죄의 90% 이상을 검거하고 있다면 믿으실까요?) 그것은 외국에서도 비슷하게 취급받는 것 같습니다. 경찰에 의해서 통계란 것이 쉽게 조작될 수 있고, 다르게 해석될 가능성이 많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뉴욕 경찰에 의해 범죄가 40%니 50%니 감소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실제로도 그와 같이 범죄가 감소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둘째로, 그와 같은 경찰활동으로 인해 경찰이 반감을 사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즉 경찰에 대한 불평, 불만(complaints)이 증가하고 그에 따라 경찰의 이미지도 나빠진다는 것이죠. 실제로 뉴욕 경찰도 평소보다 월등히 증가했다고 하는 것이고, 이런 현상은 여러분의 경험이나 추측에 의해서도 아실 수 있을 것입니다.
셋째로, Zero Tolerance Policing은 많은 예산과 인적 자원을 필요로 합니다. 길거리의 모든 사소한 경범까지 색출해서 법을 집행한다는 것은 훨씬 많은 경찰관이 거리에서 근무를 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고, 그에 따라 다른 부서에서 다른 일을 해야 할 경찰관까지 동원되게 되어 업무의 지장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신규로 경찰관을 대거 채용한다고 하더라도 그에 따른 예산의 증가는 막대하고, 또한 모든 범법자를 검거함으로써 발생하는 추가적인 사법 비용 (경찰, 검찰, 법원, 교도소 등의 비용) 또한 무시할 수 없는 것으로서, 차라리 다른 식으로(범죄예방, 교정 강화 등) 그런 비용을 투자하는 것이 더 효율적일 수 있다는 비판이 있습니다.
네째로, Zero Tolerance Policing이 범죄 척결의 최상의 방법이냐는 것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합니다. 뉴욕의 경우에도, 비슷한 시기에 다른 식의 경찰활동(예컨대 Community Policing[지역경찰제도], 후에 다시 쓸 기회가 있을 것 같습니다.)을 펼쳤던 샌 디에고(San Diego) 에서도 범죄가 크게 감소했다고 합니다. 다시 말하면, 당시의 정치 경제 등 제반 분위기에 따라 범죄가 감소하는 분위기였고,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다른 식의 경찰활동을 펼침으로써도 비슷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상은 이론과 그를 바탕으로 했던 경험에 대한 서술이었고, 이제 우리나라에서의 그와 같은 방식을 적용하는 것은 어떨지 한 번 생각해 볼 일입니다.
만약 여러분이 경찰관에게 검문을 당하거나, 다른 미미한 잘못으로 인해 경찰관에게 법집행을 당하는 사람이 되었을 경우를 생각해 보십시오.
정말 부득이한 사유가 있어서, 꼭 그럴만한 일이 있어서 어쩔 수 없이 법을 어기게 되었는데 그 사정을 설명해도 경찰관이 스티커를 발부하거나, 파출소 혹은 경찰서로의 동행을 요구하거나, 극단적인 경우 갑자기 체포 운운하며 연행한다면 어떻게 생각이 되실까요.
물론 법은 법대로 집행하는 것이지만, 법이 완벽하지 못한 것은 법 기술상의 문제와 더불에 일정 부분 법 집행자에게의 재량을 행사할 수 있는 여지를 인정한 것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일부 학자는 경찰활동(Policing)은 재량권의 행사라고도 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할 정도입니다. 즉, 경찰관은 사정에 따라 합리적으로 판단하여 법을 집행하는 것이지, 모든 상황과 대상을 동일하게 법 적용하는 기계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위에서 Zero Tolerance Policing에 대한 일반적인 비판으로 제기되었던 모든 내용이 우리나라에서도 똑같이 제기될 수 있습니다. 국민의 비난도 높아질 것이고, 그에 따라 경찰의 위신이 더 추락할 것이며, 실질적인 범죄의 증감은 큰 차이가 없으나 경찰의 '조작 (manipulation)'에 의해서 통계는 항상 긍정적으로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Zero Tolerance Policing은 절대 사용해서는 안되는 것이냐 하면 꼭 그렇다고도 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많은 학자들도 Zero Tolerance Policing은 다른 방식의 경찰활동과 함께 사용하면 효과가 있을 수 있다는 단서를 달기도 합니다.
실제 영국에서도 현재 공공장소에서 일어나는 경범 (Public Disorder)을 뿌리뽑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고, 그 노력 중의 일환으로 Zero Tolerance 방식을 사용하려고 있다는 뉴스도 최근에 있었습니다. 따라서 책임자의 합리적 판단으로 다른 경찰활동과 함께 효율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이상, 제가 몇몇 글을 읽은 것을 바탕으로 간단히 적어 보았습니다. 관심있으신 분들은 아래 링크를 활용해 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다만 영문 자료라 죄송스럽고, 아쉽습니다. 제 목표 중의 하나지만 후에 기회가 되면 참고가 될만한 자료는 번역해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http://www.aic.gov.au/publications/tandi/ti102.pdf
http://news.bbc.co.uk/1/hi/uk/36107.stm
http://www.iss.co.za/Pubs/ASR/9No3/Zerotoler.html
'Police News' 카테고리의 다른 글
대한민국 검사와 대한민국 가수 (0) | 2003.07.21 |
---|---|
영국 경찰 소식 - CCTV의 운용에 관하여 (0) | 2003.07.05 |
옷이 생각을 지배한다 (0) | 2003.04.30 |
죽은 시인의 사회 (0) | 2003.04.02 |
런던 여행기 (0) | 2003.03.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