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lice News

Royal Commission 과 대한민국 경찰

남궁Namgung 2003. 2. 26. 22:18
최근에 강의를 들으면서 배운 것과 느낀 것으로 오늘 몇가지 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아래에 쓸 내용은 제 배움을 같이 공유하고자 하는 아주 순수한 마음에서 쓰는 것이지만, 혹 잘못된 내용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 점을 발견하시면 제게 가르침을 주시길 바라겠습니다.






지난 주 경찰학 강의(Contemporary Policing)는 영국의 경찰에 대한 전반적인 소개와 함께 20세기 영국 경찰의 변화에 큰 역할을 한 Royal Commission on the Police, 1962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1962년도에 최종 보고서가 나온 경찰에 대한 로얄 커미션 연구결과물입니다.





그 보고서에 대해 말씀 드리기 전에 우선 Royal Commission(로얄 커미션)에 대해서 설명을 해야겠네요. 1987년도판 The Blackwell Encyclopaedia of Political Science에 의하면 로얄 커미션은 다음과 같습니다.







로얄커미션은 정부의 특정 분야에 대해 조사하고 보고하도록 하기 위해 정부로부터 (the Crown) 임명되는 기관입니다. 이런 형태의 조사는 그 기원이 12세기로까지 거슬러 가는데, 영연방인 캐나다와 호주에서도 이 제도가 받아들여졌습니다.





영국에서는 특히 16세기와 19세기에 로얄커미션이 광범위하게 활용되었는데, 19세기에는 399개의 로얄커미션이 임명되었었습니다. 최근의 로얄커미션은 사법, 지방정부, 경찰 등 다양한 분야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1979년 대처 수상이 집권한 이후로는 단 한번의 로얄 커미션도 없었답니다. (이 사전이 1987년도 판 이므로 그 이후에는 있었을 가능성이 많습니다. )





로얄 커미션은 관계인(witnesses) 상대 조사와 서면 자료(written evidence)로 정보를 수집하며, 주로 판사나 원로 학자가 독립적인 대표로 임명되고, 다른 구성원도 독립적이거나 특정 이해나 관점을 대표하도록 임명이 된답니다.





로얄커미션에 의한 보고서는 정부에 보고되지만 정부가 그의 보고에 강제되는 것은 아닙니다. 한편에서는 특히 곤란하거나 어려운 문제에 대해서 정부가 많은 정보를 포함한 참고자료를 얻으려기 보다는 일을 지연시키거나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로얄커미션을 악용한다는 비판도 있다고 합니다.







위의 내용에서도 나왔듯이 Royal Commission은 정부의 정책이나 시책, 활동 중에서 특히 논란이 되는 문제 등에 대해서 객관을 보장할 수 있는 멤버들로 구성된 커미션이고, 그들은 배경이 된 문제에 대해서 모두 객관적이고 독립적인 조사를 한 후 정부에 권고(recommendations)를 하게 됩니다. 하지만 모든 구성원이 동의하지 못한 내용에 대해서는 각자의 의견을 따로 제기합니다. (마치 우리나라 대법원에서 전원일치하지 못한 판결에서 소수 의견을 제시한 대법관의 의견으로 함께 판시하듯 말이죠.)





아래에 보시는 사진이 제가 도서관에서 복사한 경찰에 관한 1962년도 로얄커미션 보고서입니다. 중간 보고도 있었지만, 그것은 아직 읽지 못했고, 1962년의 최종 보고서만 해도 약 200여페이지로 거의 책 한권 분량에 맞먹습니다.










위에 보시는 것이 로얄 커미션의 표지 사진입니다.







위 보고서에 의하면 로얄커미션 구성의 표면적인 이유는, 당시 급증하는 범죄와 각종 집회 등으로 인한 사회 혼란에 대한 우려였으나, Robert Reiner라는 경찰학자의 The Politics of the Police에 의하면 1958년 12월 한 경찰관이 유명한 연극배우를 과속으로 단속한 것이 계기로 다른 공무원이 개입하며 법정싸움까지 되었고, 그 후 의회에서 경찰의 책임 등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 등에 대한 논쟁끝에 당시 행자부 장관이라고 할 수 있는 Home Secretary가 로얄 커미션을 구성할 것을 제의했다고 합니다.






그 계기가 어떻게 되었든 이 보고서에는 1960년경까지의 영국 경찰의 발전과정과 역할, 지위, 통제, 경찰위원회(the Police Authority), 경찰과 대중과의 관계, 경찰에 대한 불만 처리(complaints against the police) 등 거의 전반적인 분야에 대한 설명과 분석, 그리고 정부에 대한 권고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위의 보고에 따라 1964년 경찰법 (the Police Act 1964)이 통과되었고, 이는 현대 영국 경찰의 구성에 큰 역할을 했다고 강의를 한 교수가 평가했습니다.










보고서 내용 중의 일부입니다. 국가경찰을 도입하면 경찰국가(police state)가 되는 것 아닌가에 대한 우려를 설명하고 있는 부분입니다.








아직도 200여 페이지 다는 읽지 못했습니다만, 지금까지 상당 분량을 읽으면서 저는 경찰 자체에 대한 것 보다는 이런 시스템의 운용이 놀랍고 부러웠습니다.





물론 나라마다 정치적인 발전의 차이가 있게 마련이고, 특히 영국은 근대 의회정치의 본산이라고도 평가를 받는, 민주주의 발전 국가이므로 우리나라와 영국을 수평 비교하는 것은 무리일 것입니다. 또한 이 보고서 하나로 이 나라의 수준 자체를 평가한다면 제 무지의 바닥을 꺼내 보이는 것이라고도 비웃으실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이와 비슷한 객관적이고 불편부당한 보고서를 보았거나 들은 적이 없는 저로서는 부럽기만 할 뿐입니다. 우선 영국경찰에 대해서 많이 알지 못한 제가 읽으면서 대략이라도 영국경찰의 역사를 대충 훑을 수 있을 정도로 상세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문제를 바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그 문제 대상의 역사, 발전과정 등 기본적인 배경부터 접근을 한다는 것이죠.





또한 보고서에는 구성원들이 경찰고위층, 경찰과 관련한 단체 등과의 면담이나 제출받은 자료 등으로 분석하고 나름대로의 권고를 하고 있어, 앞으로의 발전 방향에 대해 유추를 할 수도 있습니다.






저는 이 보고서를 읽으면서 영국 경찰이 예전의 Bobby의 명성을 잃은지 오래고, 다른 나라와 같이 급증하는 범죄를 주체하지 못하며, 이제는 최소한 경찰이 나라의 자랑(pride)이 되지 못하는 곳이라는 편견을 씻어버렸습니다. 외양이야 어떻든 이렇게 건전하고 발전적인 제도가 있는 한, 영국경찰이 언제 어떻게 추락하려 한다면 그냥 봐주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입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경찰과 관련한 최대의 이슈는 뭐니뭐니 해도 '수사권'과 관련한 검찰과의 의견대립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당선으로 경찰에서는 공약 실현 여부에 대해 큰 기대를 하고 있었으나, 최근 신문 보도에 의하면 경찰의 기대는 또 다시 기대로 끝날 가능성이 높아진 것 같습니다.





이런 생각을 해 봅니다. 수사권과 관련해서, 같은 대상을 놓고 국가기관간에 큰 의견대립이 있고, 그것이 국민에게 큰 영향을 끼칠 수 있음에도 정부나 국회 등 영향력이 있는 누구하나 그에대한 진지하고 객관적이며 포괄적인 분석을 제안하지 않고, 그저 뜨거워지려면 덮어 놓으려고만 한 것은 아닌가...





현재 우리나라의 수사권의 배분의 기원은 어떻고, 그 과정은 어떠했으며, 실제로 어떻게 실현되고 있고, 국민은 수사권의 현실화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또한 법조계의 판사와 학자들의 의견은 어떠한지 등에 대해서 정치적으로 공정하며 객관을 유지할 수 있는 구성원들로 구성된 기관에서 연구하고 분석해서 바람직한 방향을 제시해 줄 수는 없는지...





너무 바쁘신 의원님들과 너무 힘겨워하시는 경찰의 높은 분들과 너무 가소롭게 보시는 검사님들...





우리 경찰이, 아니 더 나아가 우리 사법체계 자체가 전반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형사사법의 출발점인 경찰의 수사에 대한 전반적인 연구 없이는 먼 훗날 일일 뿐이라는 버릇없는 생각이, 저 보고서를 읽으며 불현듯 떠 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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