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현 사는 법

Too Much Information

남궁Namgung 2018. 7. 10. 12:50

한국 TV를 보다보니, 요즘에 한국에서도 젊은이들이 TMI라는 말을 종종 사용하는 모양이다. 바로 Too much information 이라는 구절을 앞글자만 따서 사용하는 것인데, 잘은 몰라도 미국에서 문자를 보내면서 줄여서 쓰는 구절 중의 하나인 것으로 알고 있다. 예컨데, For your information 을 FYI라고 줄이거나, 웃기다는 것을 표현하는 Laugh out loud를 LOL 이라고 사용하는 것과 비슷한 방법이겠다. 


오늘까지 총 나흘간 컨퍼런스를 지내면서 갑자기 이 표현이 떠 올랐다. (2018. 7. 7.-7.10) 


내가 너무 열심히 듣는 것인지, 아니면 그동안 모르는 것이 너무 많았는지는 모르겠지만 뇌 세포가 반짝반짝 해지는 느낌을 들을 정도였다. 피곤하기는 했지만 유쾌한 피로감이라고 표현해야 더 정확할 것이다. 




작년에 처음 와 보고 그 참가 규모에 크게 놀란 것이 기억나는데, 올해는 작년보다 더 많은 사람이 참석한 것이 아닌가 싶다. 주최하는 측에서 홍보하기로 18,000 여명이 참석하고 있다는데 어마어마한 크기의 행사장에 들어 와 있는 사람을 눈대중으로라도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다. 


작년과 마찬가지로 온 참석자들을 모아 놓고 회사의 비전이나 새로운 상품 등을 소개하는 세션(plenary session)에서 이 회사의 대표와 직원들이 나와 부지런히 뭔가를 설명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나는 교육분야 종사자들을 위한 특별 세션 때문에 지난 금요일 저녁에 와서 토요일과 일요일의 특정 프로그램에 참석했었지만, 정식적으로는 이날(7/9) 본격적인 행사가 시작되는 것이다. 시간과 여러가지 다른 여유가 있으면 며칠 더 있으면 좋을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지금까지도 충분히 많이 배웠다는 뿌듯함이 있다. 


"정식 첫날"에 아침 8시 반부터 시작된 세션은 점심 경이 다 되어서 끝났다. 이 회사에서 인정하는 기관이나 회사, 정치인 등에게 이런 저런 명목으로 상을 주는 행사에 이어 대표가 앞으로의 회사 비젼을 설명하는 것이 주였다. 점심 시간에도 들어 볼 만한 세션이 있어 가볍게 점심을 해결하려고 호텔 옆에 마련되어 있다는 푸드트럭에 가 보았는데 줄이 한참이나 길게 늘어져 있다. 


점심을 건너 뛸까도 생각했지만 너무 이른 아침 식사 때문에 꽤 허기진 상태였고 오후에도 계속 들어야 할 것들이 있어서 어떻게라도 끼니는 때워야 한다는 생각을 하던 참에 갑자기 작년에 점심을 먹었던 서브웨이(Subway)가 떠올랐다. 


행사장에서 걸어서 10분 정도 밖에 걸리지 않을 정도로 멀지 않고, 빠르고 간단히 점심을 해결할 수 있는 곳이었기 때문에 서둘러 그곳으로 가서 항상 먹던 것을 먹고 다시 행사장으로 돌아 왔다. 



오후에 모두가 참석하는 세션 이전에 프리젠테이션 잘하는 방법에 대한 워크숍이 있었다. 


점심을 먹고 가는 바람에 12시 반에 시작하는 이 프로그램 10분 전 경에  도착했는데 (즉, 늦지도 않았는데), 왠걸... 벌써 좌석이 모두 차 있고 뒤쪽에도 꽤 많은 사람들이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맨 뒷줄에 서 있는데도 나보다 늦게 도착한 사람들은 방으로 들어오지 못하고 문 밖에서 기다리고 있을 정도였다. 너무 복잡하기도 하여 시작한지 1-2분 정도 지나 그냥 나왔지만, "아... 사람들ㅇ리 이렇게도 프리젠테이션에 대한 욕망들이 대단하다..." 는 큰 배움을 얻고 나왔다. 


나 같은 사람들이 대학에서 가르쳐야 할 가장 큰 것 중의 하나도 바로 이런 프리젠테이션 스킬이 아닌가 싶기도 했다. 사기업이건 공기업이건 뭔가를 발표할 일이 갈수록 늘고, 이에 따라 "제대로" 발표해야 한다는 중압감을 갖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을 이 작은 세션에 참석한 사람들의 열의를 통해서도 알 수 있었다. 


 

오후에 있던 세션에는 하버드대학 출신의 교수(Juan Enriquez)가 나와 컴퓨터와 유전자와 컴퓨터의 코딩이 지금까지의 세상을 바꾸었지만, 앞으로는 그 변화의 속도와 유형이 지금까지의 것에 비교하지 못할 정도로 대단할 것이라는 요지의 프리젠테이션을 했다. 작년의 강의자(key note speaker)는 다소 지루해서 많은 사람들이(수천명?) 우루루 행사장을 빠져 나갔는데, 이 교수의 프리젠테이션의 슬라이들의 활용이나 시간 분배, 유머 사용 등이 아주 적절해서 참석자들의 호응이 아주 높았다.


그러고 보니, 프리젠테이션을 어떻게 잘 할 것인가에 대한 대답은 바로 이 교수가 갖고 있었다. 이 교수를 통해 배울 수 있는 것은, 우선 발표하는 주제에 대해서 확실하게 알고 있어야 하고, 조급하지 않게 차근차근 한 속도로, 듣는 사람들의 수준에 맞춰 이해하기 쉽게 말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아주 단순하고 눈에 띄는 슬라이드를 사용하면 플러스. (물론 남이 잘하는 것을 보는 것은 쉽지만 내가 그처럼 잘하기가 쉽지 않다. 다만 잘하는 사람들의프리젠테이션을 가만하 뜯어서 분석하는 것은 좋은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저녁에 돌아 오는 길은 다소 피곤했다. 행사장이 아주 넓어 이곳 저곳 다니면서 많이 걸어야 했고, 오랜만에 뭔가를 집중해서 수시간 동안 듣고 생각하는 것도 꽤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는 것 같았다. 


이제는 며칠을 이곳에 있었다고 전철을 타고 다니면서도 굳이 노선표를 볼 일도 없고, 다니면서도 주위를 자주 둘러 볼 일이 없다. 며칠 살았다고 이곳 주민처럼 행동하는 이 친숙함... 하지만 이제는 돌아가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