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현 사는 법

정신 똑바로 차리기

남궁Namgung 2017. 4. 7. 05:23


며칠째 정신없이 살고 있음을 깨닫게 하는 일이 몇번 있었다. 정신없이 바뻐서가 아니라, 말 그대로 정신이 없어 뭔가를 잊거나, 두고 오는 일이 잦았다. 며칠 전에는 아침에 출근하는 길에 유빈이를 학교에 내려 놓고, 평소 다니는 길에 교통체증이 있는지 아니면 다른 길을 가야 하는지 찾기 위해서 내 전화기를 보려는데 보이지기 않는다. 가만 생각해 보니, 아침에 유빈이랑 바쁘게 나오면서 내 책상 위에 그대로 두고 온 기억이 났다. 충전을 마치고 충전 케이블에서 빼 놓기까지 했으면서도 마지막에 가방만 챙겼지 핸드폰까지는 눈길이 미치지 못한 것이다. 


평소 화요일에는 출근하지 않는데, 엊그제는 일이 있어서 학교에 출근했었다. 아침부터 이것 저것 챙길 것을 챙기고 일을 마친 후에 유빈이 학교가 끝나는 시간에 맞춰 데리러 가기 위해서 2시가 조금 넘어 사무실을 나섰다. 그리고 유빈이를 픽업했고, 이 날은 유빈이 오케스트라 연습이 있는 날이어서 학교 근처에 있는 도서관에 같이 들러 두어시간 정도 기다렸다. 그런데, 아뿔싸... 생각해 보니 워크 스테이션이 끼워져 있는 내 노트북 컴퓨터를 꺼내 오지 않았다! 다행히 다음 날 수업을 위해 준비해야 할 것들을 다 마쳤었고, 저녁 사이에 특별히 처리해야 할 것들이 없었으며, 수업 때문에 수요일 아침 일찍 사무실을 나가야했기 때문에 크게 당혹스러운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어서 벌어지는 이 같은 건망증이 신경쓰이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어제(수요일)는 다시 유빈이를 차에 태우고 집을 나서서 동네를 나서면서 차에서 교통량을 체크 해 보려고 핸드폰을 찾았더니 다시 없었다. 다행 집에서 100여미터 밖에 운전하지 않았기에 다시 돌아가서 금새 가져오기는 했지만, 이 정도면 중증이라고 봐도 좋으려나... 


지난 학기까지만 해도 학교의 내 사무실 열쇠를 집에 두고 출근을 해서 학과장이나 사무실 행정보는 직원이 올때까지 기다린 적이 간혹 있었다. 그래도 그런 일이 자주는 아니었고, 한 학기에 한번 정도(자주인가?)였는데, 이번 주에는 그런 비슷한 일을 몇번째 한꺼번에 몰아서 경험하고 있다. 나이탓이라고 생각하기에는 아직 젊은 것 같고, 건망증이 심해지고 있다고 하기에는 최근의 생활이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았다. 그저 순간 딴데 정신 팔리거나 급하게 움직이느라 꼼꼼하지 못한 것이라고 일단을 가볍게 치부하고 넘어간다. 


(다행 오늘은 아무 일이 없었다. 아직까지는...)



아내는 한국에 잘 다녀왔고, 이곳에서의 시차도 잘 적응하고 있다. 오랜만에 한국에 가서 가족과 친구들을 만나고, 또 한국에서 계획하고 원했던 일들을 대부분 다 처리하고 와서인지 기분도 좋아 보인다. 애들도 제 엄마까지 있는 가족완전체에서 더 활발하고 생기가 있는것 같다. 


아무래도 음식의 질이 크게 나아졌고, 다른 가정의 소소한 것들, 하지만 엄마가 없으면 당장 표가 나는 것들이 잘 처리되고 있다. 예를 들어, 아내가 없는 동안 설거지를 하루에 몰아서 한번만 했기에 부엌에는 설겆이꺼리들이 높이 쌓여져 있는 경우가 많았는데, 당장 그런 것들이 시야에서 사라졌다. 빨래도 일주일에 한번 모아 거창하게 치루는 행사처럼 되었었는데, 이제는 애들이 입을 옷을 찾기 위해 다시 빨래통을 뒤지는 일(!)이 없어졌다. 


아내가 이번에 한국에 다녀오는 것을 보면서, 매년까지는 아니더라도 2-3년에 한번 정도는 한국에 가서 하고 싶은 것들을 하고, 먹고 싶은 것들으르 먹고, 보고 싶은 분들을 볼 수 있게 해줘야겠다는 생각을 해봤다. 그리고 애들도 학기를 피해 번갈아 가면서라도 종종 데리고 가서 저희들 모국이 어떤지를 보여주고, 한국이 어떻다는 것을 (다시) 실감할 수 있는 기회도 줘봐야겠다는 생각까지 했다. 나야 앞으로 이런 저런 일로 출장 갈 일이 있을 것 같지만 아내와 아이들은 일부러 일정을 만들어 줘야 할 것이다. 



오늘도 수업은 없는 날이지만 학교의 인터내셔널 오피스 (Office of International Studies)에서 점심을 주면서 짧은 프리젠테이션을 하는 행사가 있었다. 꼭 참석해야 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혹시나 배울 것이 있나 궁금하기도 했고, 또 오피스 디렉터한테 눈도장이라도 찍으면서 내가 열심히 참여하고 있다는 것을 보이면 다음에 내가 뭔가를 계획할 때 좀 더 지원해 주지 않을까 싶어서 일부러 다녀왔다. 


솔직히 말하면 행사 자체는 그리 만족스럽지 못했다. 점심으로 시킨 닭고기 메뉴도 시원치않았고, 이 행사를 위해 앞에서 발표하는 외부 강사도 시덥지않은 주제로, 시덥지 않은 농담을 던지며 말을 하는데, 다 듣지 않고 중간에 나왔다. 그래도 그런 발표를 보면 "나는 저러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을 하기 때문에 아주 배우는 것이 없는 것은 아니다. 


또, 그 강사의 발표에 앞서 디렉터가 지난 한해의 성과를 발표하는 것을 보니, 학교 전체적으로 다른 나라 학교와의 교류가 꽤나 활발하고 인터내셔널 오피스의 관심이나 지원도 적극적인 것을 알 수 있었다. 앞으로 한국이나 다른 나라와의 교류나 학생들을 위한 스터디 어브로드 (Study Abroad)를 계획할 때 참고할 만한 점이 되었다. 


내가 있는 학과 사무실에서 행사가 있는 호텔(학교에서 운영하는 호텔인데, 시설이 꽤 괜찮다)까지 좀 떨어진 곳이다. 그래봐야 걸어서 10분 정도 밖에 되지 않는데, 오늘 날씨가 정말 기가 막혀서 날씨를 즐기면서 다녀왔다. 





호텔 밖을 나와 주차장으로 가는 길도 오랜 만에 좋은 날씨를 즐기면서 천천히 걸었는데, 이곳이 며칠 전에 눈이 왔던 곳인가 싶을 정도로 화창하고 봄의 기운이 사방에서 완연했다. 


벌써 4월 초다. 다음 주에 플로리다로 학회 출장을 가게 되었는데, 다녀 오고 조금 더 있으면 5월이 될 것이며, 곧 여름방학이 되겠다. 다시 되새기지만,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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