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현 사는 법

LA? 체크! 지하? 체크!

남궁Namgung 2016. 7. 3. 02:16

한가한 토요일 아침이다. 


어제는 저녁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했는데 밤새 내렸는지 아니면 아침부터 다시 내렸는지 모르겠지만, 아침에 일어나면서도 빗소리를 들었다. 지붕을 치는 빗소리를 들으며 잠자리에 들었는데, 아주 기분이 좋았다. 이렇게 비가 내리는 소리를 들으며 잠에 들고 잠에 깬 것이 언젠지 아득할 정도로 오랜만인 듯 싶다. 며칠 동안은 앞뒷뜰 잔디에 물을 주지 않아도 될 것이고, 뒷뜰 구석에 조그맣게 만들어 놓은 가든에서 자라고 있는 깻잎들도 한이틀 정도는 목마르지 않고 싱싱한 잎을 달고 있으리라. 




토요일은 유빈이가 첼로 레슨을 받는 날이다. 그동안 특별한 다른 일정이 없는 한 아침 혹은 점심 경에 시간을 맞춰서 개인교습을 받아 왔다. 음악으로 살아 갈 정도의 실력은 아니라고 생각되지만, 그래도 아직까지는 레슨 가는 것이 싫다며 속을 썩이지는 않았다. 레슨 선생님한테서 배워 온 후 일주일 동안 집에서 연습을 시키는 것은 아직도 쉬운 일이 아니지만 외할머니가 오신 후로는 그래도 알아서 연습 하려고 하고 있다. 보이지는 않지만 악기를 연주함으로써 얻는 여러가지 이득이 있으리라고 본다. 특히 지금까지 다녔던 중학교의 오케스트라에서 다른 학생들과 음과 속도 등 보조를 맞춰서 연습하고, 콘서트에서 발표하는 것 등은 다른 친구들과 함께 일하고, 지휘자의 지시를 따르는 등 음악 이외의 것들을 배우는 기회가 되었었다고 생각한다. 


한시간 동안 레슨을 받으면서 처음 몇번은 옆에서 책을 읽거나 스마트폰을 보거나 컴퓨터를 하곤 했었는데, 지금은 레슨선생님 집 근처의 맥도날드나 스타벅스 같은 커피숍 혹은 패스트푸드점을 찾아 내 할일을 한다. 특히 오늘처럼 나 혼자 유빈이를 데리고 오는 날은 오랜만에 나 혼자의 시간을 갖는 여유를 만끽(?)하기도 하는 기회이다. 레슨선생님이 최근에 집을 이사해서 이 지역은 아직 낯선데, 집을 나오기 전에 찾아 보니 집근처에 맥도날드가 하나 있다. 들어 와서 1불짜리 커피 한잔을 시켜 자리에 앉아 이렇게 한가로운 시간을 갖고 있다. 





벌써 7월이다. 1년의 절반이 지났고, 나와 애들의 여름방학도 벌써 한달 넘게 흘렀다. 방학 전에 계획한 것들 중의 몇몇은 아직도 조금씩이나마 지켜 나가고 있고, 어떤 것은 좀 흐지부지해지지 않았나 싶어 재정비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해 봤다. 


애들을 데리고 LA를 포함한 몇몇군데를 돌아 보고 온 것은 이미 마쳤다. 쉽게 말해 놀러다니는 것이니 대단한 것을 성취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방학 전 몇개월 전부터 하나씩 하나씩, 조금씩 조금씩 계획하고 준비한 것들을 큰 탈 없이 해 놓고 왔다. 특히 LA에서 친구 집에 묵었던 것이 우리가 세운 일정을 무리 없이 소화해내는데 큰 몫을 했다. 친구 부부에게는 부담을 준 것이 아직도 미안하지만,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의 대화도 즐거웠고 애들도 저희들이 좋아하는 것을 하게 하니 무척 만족해 하면서 다녔던 여행이다. 오랜만에 우리 가족을 방문하시는 장모님도 LA 공항에서 만나서 모시고 왔는데, 연세에 비해 건강하시게 다니시고 지금 집에서 잘 머무리고 계셔서 다행이다. 


방학 전에 세웠던 또 다른 큰 계획 중의 하나는 집의 지하를 꾸미는 일이다. 우리 가족이 지금 살고 있는 집으로 이사할 때 지하실이 있었지만 마무리가 되지 않은 상태였다. 이 지역에 사는 어떤 사람은 지하를 꾸미지 않고 그저 창고로 쓰는 사람들이 있고, 혹 어떤 사람들은 방과 화장실을 별도로 만들어 추가적인 공간을 갖기도 한다. 집을 사기 전에도 지하가 꾸며지지 않은 상태임을 잘 알고 있었고, 이사하면서 장기 계획으로 방이나 다른 공간으로 꾸며도 좋겠다는 생각을 아련하게(?) 가졌었다. 


그러다가 올 여름이 되기 전에 본격적으로, 구체적으로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제일 먼저 한 것은 전문업자를 불러 가격을 알아 보는 것이었는데, 이미 벽과 천장 쪽으로 나무 골격이 되어 있음에도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비용이 요구되었다. 사실 지하를 완성하려던 (finished) 계획도 그런 골격이 있기에 훨씬 더 저렴할 것으로 생각해서 가졌던 것인데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복잡한 작업이라는 것이 업자의 의견이었다. 


아내와 그렇게 많은 비용을 들여서 할 정도로 집의 공간이 필요한 것은 아니니, 나중에 생각하자고 일단 생각을 접으려다가... 


혹시나 해서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하나 싶어 구글로 좀 검색을 해보니 완벽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쓸모 있을 정도로 지하를 꾸미는 방법이 몇가지 있었다.그 중에 나와 아내가 직접 할 수 있는 것은 지금 있는 골격에 천이나 커튼 등으로 벽을 둘러 방과 같은 효과를 낼 수 있게 "흉내내는" 방법이 있었다. 일전에 애들 친구가 왔을 때 나무 골격 위에 천을 박아 영화 스크린으로 사용한 적이 있어, 그런 방법으로 나무 위에 천을 둘르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찾아 본 것인데, 실제로 그런 방법으로 지하를 꾸미는 사람들이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지난 주 초에 커튼으로 둘를 것을 결정하고, 일전에 위층에 나무 바닥으로 깔면서 버리지 않고 걷어 두었던 카펫을 바닥에 깔기로 했다. 카펫 사이즈가 맞지 않아 비슷한 색깔로 좀 더 사야했고, 아내는 아이키아 (IKEA)에 가서 적당한 색깔의 커튼을 사왔다. 스테이플러 (stapler)와 같은 도구도 사야했고, 카펫을 붙이는 테이프며 벽의 커튼을 다는 봉과 걸이도 사야했다. 특히 지하에서 1층으로 이어지는 계단에 카펫을 까는 작업이 약간 힘들기는 했지만 다행이 모든 작업이 내가 소화해 낼 정도의 난이도여서 큰 탈 없이 마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전문가들이 제대로 된 벽으로 설치하는 것보다는 훨씬 싼 (1/4 혹은 1/5 정도) 비용으로 완성할 수 있었다.  


원래 계획으로도 천장은 그대로 두는 것이었기 때문에 아직도 완공된 상태가 아니라는 느낌이 들기는 하지만 애들이 영화를 보거나 유빈이가 첼로 연습을 하거나, 혹은 애들 친구들이 놀러 왔을 때 놀이방 등으로 쓰기에는 전혀 무리가 없다. 특히 계단으로 내려가는 카펫은 내가 내려갈 때마다 흐뭇할 할 정도로 잘 깔린 것 같다. 물론 전문가들이 보기에는 한참 모자랄 정도겠지만 생활에는 아무런 표도 나지 않고 전문가가 아니라면 아주 세밀하지 보지 않는한 흠을 찾기도 쉽지 않을까 생각될 정도다. 


항상 생각하지만, 이런 작업을 해 놓으면 나의 노력이 바로 눈에 보이기 때문에 만족도가 높다. 이제는 해도 눈에 잘 띄지 않는 계획들을 마쳐야 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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