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현 사는 법

새 학기

남궁Namgung 2016. 1. 21. 07:05

새 학기가 시작되었다. 


다소 피곤하기는 하지만 직장인이 이런 최소한의 노력 없이 사무실로 오는 사람이 있을까. 알람 기능이 있는 라디오를 아침 (혹은 새벽?) 6시에 맞춰 놓고 일어 난다. 여전히 따뜻한 이불에서 나오기가 쉽지 않고, 침대에 앉아서 잠시 고뇌(?) 하다가 일어나서 출근 준비를 시작한다. 아직 밖은 깜깜하지만 가만 귀를 기울이면 이미 저 밖에는 분주히 출근하는 차들의 소리가 조그맣게 들리고 있다. 


지난 학기와 같은 과목을 가르치고 있기 때문에 겨울에 수업 준비를 할 때도 이전보다 훨씬 수월했다. 좀 시간이 지난 듯한 내용이나, 이전 학기에 학생들의 반응이 시큰둥 했던 사례와 읽을 거리들은 제하고 최근의 것들, 좀더 흥미로울 것 같은 것들로 업데이트 하는데 시간을 많이 보냈다. 


이번 학기가 벌써 6번째 학기이고, 만으로 3년을 채우게 되는 학기이다. 이미 수차례 다른 학생들과 수업을 해 보았기 때문에 이제는 수업을 준비하면서 학생들의 반응이 어떨지, 어떤 과제를 어떤 방식으로 낼지를 머리속에 그릴 수가 있었다. 


월요일은 마틴루터킹 기념일이어서 콜로라도는 공휴일이었고, 어제 화요일부터 새 학기가 시작되어 오늘이 학기의 두번째 날이다. (2016. 1. 20.)


새로운 학기의 가장 첫 시간에 긴장이 되는 것은 유독 나만 겪는 일은 아닌 것 같고, 심지어 나처럼 개강 전날 잠을 설치는 사람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아침 9시 반에 시작하는 어제와 오늘의 첫 수업은 한 학기의 강의 계획서를 훑는 것으로 보냈다. 


거의 대부분은 착하고 열심히 하는 학생들이지만, 간혹 자신의 사소한 이익을 위해 교수의 실수를 악용하는 학생이 어쩌다가 있다. (나는 다행이 소위 "진상"이라고 할 수 있는 학생을 아직 만나지 못했다.) 꼭 그런 최악의 경우를 대비하기 위해서만은 아니지만, 강의 계획서를 꼼꼼히 같이 살피는 것이 꽤 중요하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게 되었다. 말하자면 학생과 교수 간의 계약이라고 할 수 있는데, 나 스스로 이 계약에 충실하고자 노력하기 위해서라도 학생들 앞에서 한 학기 동안의 나의 "구상"을 공개한다. 


어제와 오늘 수업에서는 지난 학기에 만났던 학생들도 일부 있었지만 거의 대부분은 초면인 어린 학생들이다. 노트북 컴퓨터와 다른 수업 준비물을 갖고 교실에 들어가면, 마치 내가 중고등학교때 담임 선생님이 누구인가를 기다렸던 그 눈빛들로 나를 맞아 준다. 학생들도 거의 대부분 초면인지라 서로 대화도 하지 않고 있는 고요한 교실에서 수업을 시작하는데, 이전보다 훨씬 덜 긴장된다는 것을 느꼈다. 내가 실전에 다소 강한 점이 있기도 하지만 (?), 지난 몇학기 동안 경험한 것들이 그래도 헛된 것들은 아니었나 보다. 


어느나라, 어느 교실에서도 마찬가지지만, 대다수의 반짝이는 눈빛들과 아주 소수의 몰롱한 눈빛들도 있다. 이제 이 한 학기 동안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내가 수행해야 할 임무 중 가장 큰 것 중의 하나는, 저렇게 무관심 무표정한 학생들까지도 열심으로 만들 수 있도록 열정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겠다. 



<이제 갈 수록 책상 위가 더 지저분해지겠다. 한 학기 동안 열심히 연구하고 "잘" 가르치는 사람이 되어야 할텐데 말이다.>



<수업 중인 시간이라 학생들의 모습이 잘 보이지 않는다. 북적한 모습의 캠퍼스도 보기 좋지만 한가한 교정 또한 그 나름으로 보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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