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전 대학원을 다닐 때만해도 모든 면에서 돈을 절약해야 했기에 휴대폰도 가장 저렴한 것으로 사고, 요금제도 내가 사용하는 만큼만 내는 것으로 선택했다. 연락해야 할 사람이 많지 않았기에 쓰는 만큼 지불하는 그 사전 지불제 (pre-paid phone)이 내게 제일 적합했다. 한참 학생들이 아이폰이며 다른 스마트폰을 구입해서 쓰기 시작할 때도 그런 폰에 관심을 가질 여유도, 필요도 없었다.
그러다가 지금 다니는 직장에서 오퍼를 받아 덴버로 이사하기로 결정한 후로는 스마트폰을 하나 사게 되었다. 이제 직장인이니 "번듯한(?)" 폰 하나를 가지고 다녀야 하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하고, 여러가지 업무를 처리하는데 꽤 쓸모가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구입한 것이 삼성 갤럭시 노트 2였는데, 처음 사서 손에 쥐었을때 무척 감격스러울 정도로 좋아 보였다. 물론 보이기만 좋았던 것이 아니라, 전화기의 기능을 하나씩 하나씩 알게 되면서 그 편리함에 여러번 놀랐다. 전화와 문자를 송수신 하는 전화기의 전통적 기능은 당연히 유지하고 있고, 와이파이나 데이터 서비스를 이용해서 각종 뉴스와 인터넷 사이트를 확인할 수 있고 이메일을 보내고 받는 기능도 손바닥 안에서 모두 해결할 수 있었다. 여러가지 앱을 설치하면 은행 일은 물론, 영화관 예매와 음식 주문 등도 모두 마칠 수 있고, 음악을 들을 수 있으며 전자책도 다운 받아 읽을 수 있었다.
이제는 거의 대부분의 성인들이 스마트폰을 갖고 각종 업무를 매우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 일정을 입력하면 내게 시간에 맞춰 알려 주고, 중요한 이메일이 도착했을 때도 바로 알려 준다. 손에 책을 쥐고 다닐 필요 없이 전화기에 다운 받아 놓으면 대중 교통을 타고 다닐 때나 누군가를 기다릴 때 종이 책을 읽을 때처럼 글과 정보를 읽으면서 시간을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중요한 정보나 기억해야 할 것이 있을 때는 따로 수첩에 메모할 필요 없이 스마트 폰에 내장된 카메라로 찍으면 그만이다.
이같은 많은 기능 중에서 내가 가장 편리하게 생각되었고, 자주 이용하는 기능은 당연 지도이다. 구글 맵을 설치해 놓으면 내가 있는 위치에서 제일 가까운 맥도날드나 서브웨이 (Subway) 같은 음식점은 물론 학교, 도서관, 월마트, 주유소 등을 자동적으로 검색해서 위치를 알려 준다. 그래서 어디에 있던지 스마트 폰을 꺼내 검색하면 내가 찾고 싶어 하는 곳을 알려 주고, 그곳까지 가는 제일 빠른 길과 교통 정보까지 표시해 준다. 나같은 길치에게는 이런 기능이 얼마나 많은 시간과 분노를 절약해 줬는지 모른다.
하지만, 이 같이 수많은 유용한 정보를 가진 스마트폰을 사용하면서 기억해야 할 것이 있는데, 적지 않은 기능은 와이파이나 무선 데이터를 수신할 수 있을 때만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덴버라는 적지 않은 도시에 살고 있었고, 그간 여행이나 출장을 다녔던 곳들도 대부분 도심지라서 이런 사실을 잊고 있었다. 그러다가 이번에 네브라스카 (Nebraska)와 사우쓰 다코타 (South Dakota), 와이오밍 (Wyoming)을 걸쳐서 운전하면서 데이터를 수신할 수 없는 지역을 여행할 때는 어떠해야 하는지 절감하고 왔다.
출발하기 전에 여행지가 도심이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내 스마트폰으로 무선 데이터를 수신하지 못할 것이라고는 생각을 못했다. 그래서 출발전 노트북 컴퓨터로 내가 가야할 길을 대략적으로 확인한 것이 전부였다. 그러다가 덴버를 벗어나 북쪽으로 북쪽으로 올라갈 수록 스마트폰이 데이터를 전혀 수신하지 못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물론, 내가 자주 애용하는 구글맵 기능을 이용할 수 없었다. 중간에 휴게소 (Rest Area)도 들르지 않아 지역 지도를 구하지도 못했는데, 다행히 이전에 사용하다가 더 이상 쓰지는 않지만 혹시나 몰라 차에 두었던 오래된 내비게이션 시스템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리고 더욱 다행인 것은 이 장치가 여전히 작동하고 있었다.
다른 휴게소에 들러 이 내비게이션으로 목적지를 확인해 보니 내가 빠져야 할 길을 한참이나 지나 (약 1시간 정도) 다른 길로 가고 있었다! 그나마 그때라도 발견한 것이 다행이라 생각하고 그때부터는 내비게이션을 이용해 다녔고, 중간에 지도를 구할 수 있어서 지도를 보며 다녔다.
마운트 러시모어에서 제일 가까운 도시인 래피트 시티 (Rapid City) 다운타운 지역 이외에는 스마트폰으로 데이터를 받을 수 있는 곳이 거의 없었다. 그래서 저 지도들을 꽤 유용하게 사용하고 여행했다. 그러고 보니 지도를 보고 여행을 하는 것은 그 나름의 재미가 있다. 구글맵에서는 잘 확인하지 않는 전체적인 그림을 볼 수 있고, 내가 가야할 방향 (동서남북)을 정확히 알 수 있으며, 주위의 산과 강, 다리와 작은 동네들도 좀 더 꼼꼼히, 재밌게 확인할 수 있다. 구글맵을 볼 때는 별로 확인하지 않는 길의 번호, 다른 동네의 이름, 지형의 특이함 등도 더 세심하게 관심을 갖게 된다.
문명의 발전 (스마트폰의 등장을 그렇게 간주할 수 있다면)이 주는 생활의 편리함은 굳이 말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불과 몇년전에 우리가 살았던 그 오래된(?) 방식도 그렇게 나쁘거나 크게 불편한 것은 아니었고, 가끔은 그런 생활을 경험해 보는 것도 즐거운 일이라는 것을 절감하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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