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버릇이 언제 시작되었는지는 모르겠다. 아마 어렸을 적 가게에서 쉽게 볼 수 있었던 수 많은 책들 때문일지도 모른다.
언젠가부터 서점이나 도서관에 가면 내가 그 책들을 읽는가와는 상관없이 책을 뒤적이다가 "충동적으로" 사오는 경우가 적지 않고, 특히 도서관에 들렀을 때는 책가방 (tote bag)이 무거워서 들기 어려울 정도에 이를 때까지 책을 담아 오는 일이 적지 않다. 아쉬운 것은 그렇게 책상과 책장에 책을 꽂아 놓고 쌓아 놓아도 책 전체를 읽는 일은 그리 흔한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렇더라도 책의 저자에 대한 설명과 저자가 설명한 책을 쓰게 된 동기 등은 읽는 편이니 그리 나쁜 "버릇"만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싶다.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이곳의 책값도 아주 비싼 편이이다. 표지가 딱딱한 하드커버 책들은 거의 20달러가 넘는 편인 것 같고, 소프트커버 책들도 10불 아래인 것들은 찾기가 쉽지 않으니, 괜찮아 보이는 것들이나 읽어 볼만하다고 생각되는 것들을 서점에서 모두 집어 오기는 여간 부담이 되지 않는다. 실제, 서점을 들르는 주 목적 중의 하나는 신간을 뒤적여 본 후 그 책들을 도서관에서 빌리기 위함일 정도다.
그래서 세인트루이스 있을 때부터 자주 가게 되는 곳이 중고책 가게이다. 아니, 책을 주로 파는 곳이 아니니 중고책 가게라고는 할 수 없을 것 같고, 중고물건들을 모아서 파는 가게의 책 섹션을 자주 찾는다. 세인트루이스에 있을 때는 굳윌 (Goodwill)이라는 곳을 자주 갔었고, 이곳으로 이사 온 후로는 굳윌도 가끔 가기는 하지만 Thrift Store라는 곳을 종종 들르는 편이다.
중고품 가게이니 판매를 위해 진열된 책들은 모두 중고이고 주민들이 기증한 것 중 상태가 좋은 것들을 전시해 놓았다. 그러니 책장에 꽂혀 있는 것들은 발간된지 수개월이 지난 것부터 심지어 수십년이 지난 책들도 많다.
책은 1불 미만에서부터 비싸봐야 4-5불 정도이니 재수만 좋으면 내가 이전부터 봐왔던 책들을 아주 헐값에 살 수 있다. 그래서 이곳에만 가면 품에 가득히 책을 사오는 경우가 적지 않다.
<집에서 가까운 Thrift Store의 북 섹션. 이곳에서도 충동구매의 유혹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래도 다른 곳에서의 충동구매와는 달리 후회라는 후유증이 별로 남지 않는 것이 장점이라면 장점이다.>
지금 책장에 꽂아 놓은 책들 중의 상당수는 이렇게 해서 모아진 책들이다. 일부는 나의 전공과 관련된 것들도 있고, 내가 학교에서 가르치는데 유용하게 사용된 책들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최근에 발간된 책들보다는 종이가 누렇게 바래진 책들을 좋아한다. 특히, 사회과학 서적인데 하드커버이고, 사용한 활자나 인쇄 방식도 이전의 것이며, 그 "나이(?)"도 40-50년 된 책이면 몇번씩 더 들여다 본 후에 사오곤 한다.
구입한 책 안에 이전 주인의 것으로 보이는 서명이 있거나, 수십년 된 듯한 영수증 혹은 다른 책갈피 같은 종이 같은 것들이 끼어 있으면 그것들도 웬만하면 그냥 꽂아 두는 편이다. 다른 징표들도 그 책의 역사를 보여주는 좋은 자료가 될 것 같기 때문이다.
오늘도 낮에 한가이 시간을 보내다가 이전에 사 놓은 책을 꺼내 보았다. 글쓰기를 잘하고 싶어서 글쓰기에 관한 책들이 있으면 꼼꼼히 본 후에 샀던 경험이 많은데, 이 책은 1960년에 발간된 것이니 50년도 넘은 책이다. 소프트커버이고, 지질이 좋지 않아 보관 상태가 좋다고 할 수는 없지만 저 오래된 종이에서 나는 냄새가 꼭 책의 권의의 냄새인 듯 싶어 더 정이가는 스타일의 책이다.
학기말이 되면서 이런 저런 계획들만 머리 속에 계속 떠오르는데, 물론 그 중 가장 큰 부분의 하나는 독서다. 직업의 한 부분은 독서라고도 할 수 있으니, 책을 수집하는 것도 어찌 생각하면 내가 먹고 살기 위해 하는 일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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