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이면 이번 학기 (2015년 봄)의 마지막 주가 시작된다.
16주 (기말고사 학기를 포함하면 17주)의 학기가 이렇게 마감이 되는 것인데, 이 학교에서 "교수"라는 새로운 직업을 갖고 "새 삶(?)"을 시작한 후로 네번째 학기를 마치게 되는 것이다. 지난 주는 한 학기를 마무리하면서 그간 배운 것을 정리하는 시간이었다.
이번 주는 학교 전체적으로 기말고사 기간이기 때문에 학생들은 시험만 치르면 되고, 토요일 (5월 16일)에 있는 졸업식만 마치면 공식적으로 학사 일정은 끝나게 된다. 6월초부터 8월초까지 여름학기가 있고, 우리 과도 꽤 많은 과목들이 오픈되어 있어서 방학동안에도 수강하는 학생들도 꽤 많지만 대부분이 온라인 강의라서 가르치는 사람도, 배우는 사람도 부담이 덜한 편이다.
돌이켜 보면 처음 이 학교에서 강의를 시작할 때 가졌던 그 부담감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대학원 과정때 배운 과목들을 가르치는 것이기는 했지만 좁은 범위의 것을 심도있게 배우는 것과는 달리, 넓은 범위의 것을 학부생에 맞게 가르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더구나 학생들이 적응하기 쉽지 않은 나의 특이한 영어 액센트로 가르쳐야 했으니 첫학기, 두번째 학기때는 여러가지 이슈들이 한꺼번에 나를 도전했던 시기였다.
대학원 과정을 마치고 박사논문을 쓰고, 학위를 받았다고 해서 학생들을 잘 가르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정말 큰 착오라는 것을 깨닫게 된 시기이기도 했다. 수년 전 대학원생 신분으로 잠시 가르쳤던 것이 큰 도움이 되기는 했지만, 그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수업 준비량 때문에 주중이건 주말이건 오로지 노트북 컴퓨터 앞에서 강의 준비를 위해 시간을 보낼 수 밖에 없었다.
지금까지 몇 학기 보내면서 깨닫게 된 것은, 가르칠 내용만큼이나 가르치는 방식이 아주 중요하다는 점이다. 학생들에게 어떤 과제를 어떻게 주고, 어떤 방식으로 평가하며, 수업 중에는 학생들과 어떻게 의사소통을 하는가가 어찌보면 가르치는 내용보다 중요할 수 있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첫 학기 때에는 무조건 많은 내용을 준비해서 학생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생각했었는데, 대단히 큰 판단착오였다.
여러가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과의 다른 교수들의 도움도 받았고, 인터넷과 도서관에 교수법 (pedagogy)에 관한 많은 자료들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시간 날때마다 자료를 찾아 읽고, 도서관에서 교수법에 관련한 책도 대출해서 읽어 본 후에 다른 교수들이 사용해서 효과를 봤다고 알려진 것들을 내 교실에서도 시험해 봤다.
<도서관 목록을 검색해 보니 교수법에 관련한 책들이 정말 많다. 이번 방학 동안에도 부지런히 읽고 생각해서 다음 학기에 시도할 새로운 방법을 생각해 내는 것이 방학 목표 중의 하나다.>
특히 내가 지난 학기에 새롭게 시도했던 것은, 매 시간마다 짧은 양이라고 하더라도 강의 내용과 관련한 학생들의 생각을 글로 표현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최신 뉴스 자료나 동영상, 다큐멘터리를 보여 준 후 강의 내용과 접목시킬 수 있도록 했고, 교과서 뿐 아니라 일반 논픽션 책에서도 강의 내용과 관련한 것들을 찾아 학생들에게 읽도록 했다. 학교 경찰서의 간부에게 연락해 초청 강의 (guest lecture)를 부탁하기도 하는 등 내 나름으로는 한 학기 동안 학생들이 다양한 내용에 노출되도록 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평가하도록 노력했다.
이전에 비해 강의의 내용보다는 강의의 방법 (logistics)에 사용하는 시간과 에너지가 더 들기는 했지만, 학생들의 수용도는 이전보다 나은 것 같다. 나도 같은 과목을 몇 학기 계속해서 강의하다 보니 처음에 할 때보다 한결 편하다는 것을 느끼게 되고, 최신 자료로 업데이트 하는 시간도 전보다 적게 드는 듯 싶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역시 선생님이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구나 라는 생각을 할 때가 많았다. 학생들이 도전을 받으면서 스스로 연구하고 자료를 찾게 하며, 비판적으로 생각하고 그런 생각을 글과 말로 표현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대학 교육 (higher education)의 큰 부분 중 하나일 텐데, 누군가 나에게 그 임무를 잘 수행해 내고 있느냐고 묻는다면 자신있게 긍정의 표현을 하지는 못할 것 같다. 아직은.
하지만 다른 이의 강의를 보면서 좋은 점을 배우고, 아쉬운 점은 시도해 보지 않는 등 꾸준히 노력을 계속하겠노라고 생각하고 있다. 남을 가르치는 일을 타고난 사람도 분명 있겠지만,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면 부단히 공부하고 노력하면 최고의 선생은 될 수 없더라도 좋은 선생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 이번 학기의 큰 수확 중 하나라면 하나다.
이제 어느 정도 학교 생활에 익숙해졌으니, 선생 (teacher)의 일과 함께 학자 (scholar)의 일에도 더 신경을 써야 하겠다는 다짐도 하면서 이번 학기를 마친다.
<마지막 시간에 학생들의 의견이 궁금해서 한 학기 동안 좋았던 점과 아쉬웠던 점을 써서 제출하도록 했는데, 전반적으로 만족스럽다는 평에 안심했다. 교수에 대한 예의로 좋은 얘기만 썼을 수도 있지만 적어도 어떤 점들이 좋았는지는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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