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토요일은 학교 졸업식이었다. (2015. 5. 16.)
많은 사람들이 대학교육을 마치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미국 내 학사 학위 이상을 소지한 사람은 약 30%가 조금 넘는다. 이것도 많이 높아져서 그렇지, 1990년대에만 해도 대학을 졸업하는 사람은 20% 초반대에 머물렀었다. 가장 최근 통계를 찾아 보니 2013년 기준으로 대학 학위 이상을 소지한 사람은 33.6%라고 한다. 대학을 졸업하지 않아도 찾을 수 있는 일이 많다는 의미가 될 수도 있을지 모르겠다.
아무튼, 대학을 졸업한다는 것은 아직도 특별한 의미를 갖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특히, 여러가지 지역, 사회적 문제로 대학 교육을 받을 수 없었던 소수 인종 (특히 흑인이나 히스패닉 등)의 경우에는 졸업식에 가보면 이제사 가족 중 첫 대학졸업자가 있을 정도이다. 또한, 나이가 든 후 늦게 대학에 입학해서 졸업하는 사람들 중에는 졸업장을 받고 내려오면서 감격에 겨워 눈물 흘리는 모습을 보는 것도 어렵지 않다.
졸업식 날이 가까워 오면 졸업식을 담당하는 부서에서, 각 과의 교수들에게 졸업식에 참석해 자원 봉사를 하겠는지 의향을 물어 본다. 자원 봉사라고 해서 대단한 것은 아니고, 박사 학위 받을 때 입었던 옷을 입고 식장 안에서 학생들을 단상으로 인도하거나 단상에 내려와 각자의 자리로 이동시키는 아주 단순한 일이다.
우리 학교의 경우 많은 교수들이 참석하는 것 같지는 않다. 5월에 봄학기가 끝나면 한번, 12월에 가을 학기가 끝나면 다시 한번 해서 1년에 총 두번의 졸업식을 갖는데 대부분 젊고, 임용된지 얼마 되지 않은 신참 교수들이 참석하는것 같다. 나는 처음에 의무감으로 참석했다가 앞으로는 웬만한 일이 없으면 참석해서 학생들을 축하해 주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특히 우리 과 (Department of Criminal Justice and Criminology)는 학교 내에서 (학생수를 기준으로 했을때) 규모가 큰 편이다. 따라서 졸업하는 학생들의 숫자도 많은데, 올해 졸업자 명단을 보니 250명에 가까웠다.
지난 해 처음 졸업식에 참석했을 때는 아는 학생들도 없고, 잘 아는 교수들도 없어 무지 썰렁하고 심심했는데 참석할 수록 아는 얼굴도 늘어나고, 특히 내가 교실에서 만났던 학생들이 감격에 겨워 졸없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아주 기분 좋은 일이다. 초중고등학교의 졸업식이 그러하듯, 이곳의 대학 졸업식에서도 가장 주된 행사는 학생들의 이름을 부르며 일일히 단상으로 오르게 해서 졸업장을 주는 것이다. 우리 학교는 매번 졸업식마다 2천여명 (정확한 숫자는 찾아 봐야겠다)의 학생들이 졸업하기 때문에 이름을 불러 졸업장을 주는 시간이 세시간 가까이 걸릴때가 많았다.
지난 번에 참석했던 졸업식도 가장 힘든 것은 학생들이 모두 단상에 올랐다가 내려오는 것을 지켜 보며, 제 자리로 보내는 일을 하는 것이었다. 올해부터는 그런 점 때문에 장소를 옮겨 실내에서 했고, 단과대 2-3개씩 묶어 오전과 오후에 나눠서 치렀다.
우리 단과대는 오후에 있어서 점심 경에 행사장에 갔는데, 두시반에 시작한 행사가 네시 반이 약간 되지 않아 끝났으니 지난 번에 비하면 (소요된 시간면에서 볼때) 아주 양호하다고 할 수 있다. 실내 체육관에서 했기 때문에 학부모들이 졸업하는 자녀들을 좀 더 가깝고 잘 볼 수 있었던 점도 아무 이번 졸업식에 대한 평가를 좋게 내리는 이유인 듯 싶다.
졸업식 장에 앉아 있을 때마다 여러 생각이 드는데, 그 중에 하나는 "내가 지금 선생님이 되어 있구나..." 하는 점이다.
아주 어릴 적 꿈은 선생님이 되는 것이었는데, 이곳에 와서 이렇게 선생님이 되어 학생들 졸업하는 모습을 보는 위치에 와 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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