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버 (Denver) 정착기

Maxwell Falls

남궁Namgung 2014. 4. 27. 07:57


아침에 일어 났더니 아내가 가까운 곳으로 바람이나 쐬고 오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의한다. 아침부터 날씨가 좋고, 기온도 온화한데다 일주일 동안 집에만 있었으니 무료한 만도 했다. 그래서 매번 가던 가까운 공원으로 가려 했더니, 이전에 가보지 않은 곳으로 드라이브도 할 겸 다녀오는 것이 어떻겠냐는 또 다른 제의(?). 


잠시 인터넷을 뒤져 "맥스웰 폭포 (Maxwell Falls)"라는 하이킹 트레일을 찾아 냈다. 집에서 40분 정도로,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적당한 거리였고 인터넷에 올려져 있는 사진을 보니 괜찮아 보였다. 


애들을 데리고 도착하니 산 구석에 위치한 곳이었다. 오전 10시가 조금 넘어서 도착했는데도 날씨가 좋고 산책길이 좋아서인지 조그만 주차장은 이미 가득 차 있는 상태였다. 


천천히 애들을 데리고 올라가는데, 혜빈이는 입구를 걸어 들어가면서 부터 징징대기 시작한다. 이전부터 등산은 좋아하지 않는데다가 어제 체조연습을 하면서 무릎을 살짝 다쳤는지, 그 핑계로 계속 돌아 가자고 재촉한다. 


달래며 올라가는데 약 30분이 지나서는 아내도 피곤을 호소한다. 이 모든 계획의 시작이 아내의 제안이지 않았던가! ㅜㅜ 힘들어하는 아내와 혜빈이를 계속 데리고 갈 수 없어 이제 그만 돌아 가려고 했더니, 이번에는 유빈이가 꼭 폭포를 봐야 한다며 반발. 


결국 아내와 혜빈이는 그대로 두고, 나와 유빈이만 폭포를 보고 오기로 결정하고 헤어졌다. 




날은 정말 푸르고 푸르며 등산로도 그리 나쁘지 않았는데, 문제는 길을 가도 가도 폭포가 나오지 않는 것이다. 


올라 가는 사람, 혹은 이미 갔다가 내려 오는 사람들에게 얼마나 남았는지 계속 물어 보는데, 사람마다 의견이 모두 제각각이다. 어떤 사람은 1마일 남았다, 어떤 이는 반 마일 남았다. 어떤 등산객은 3/4 마일 남았다는 등등... 등산로에 제대로된 이정표나 남은 거리를 알려 주는 안내표가 있었으면 더 좋았으련만, 사전에 리서치를 많이 하지 않았더니 계속 "언제 나오려나..." 하는 기대만 갖고 걷게 되었다.  


아내와 헤어지고 40여분을 더 걸었는데 폭포는 나올 생각을 하지 않고, 유빈이도 지쳐가기 시작한다. 



계속 달래고 혼내며 결국 폭포까지 올라 갔는데, 아마도 주차장에서 3마일 정도는 족히 되지 않나 싶을 정도로 가까운 거리는 아니었다. 


또한, 기대와는 달리 아직 폭포는 그리 감탄할 정도의 위용(?)을 보이지는 않고 있었다. 이 위쪽 지대에는 계속 선선하거나 추웠는지 얼음이 다 녹지도 않은 상태였다. 



편히 앉아 폭포 소리를 즐길 여유도 없이 기다리고 있는 아내와 혜빈이 생각에 바로 방향을 돌렸다. 


내려오는 길. 유빈이도 제가 고집해서 올라 갔던 길이었지만, 내려오는 길에는 갈 수 없다고 징징대기 시작한다. 가까운 거리가 아니라서 이해가 되기도 하지만, 내려갈 길이 한참 남았고, 두고 온 아내와 혜빈이가 얼마나 걱정하고 있을지 알 수 없어 빨리 내려가야 했다. 


달래고 혼내며 내려오는데도 계속 붙어 있으면 투덜대는 소리를 계속 듣고 시간만 더 지체가 될 듯 싶어 내가 서둘렀다. 시야에서 내가 사라지면 저도 겁이 나는지 빠른 걸음으로 내려오는데, 나중에는 저를 버려 놓고 간다 (abandon)한다고 불평의 강도가 높아진다. ㅎㅎ



그래도 그렇게 해서야 내려왔다. 왕복 두시간이 더 걸렸으니 짧은 거리가 아니었는데, 유빈이도 투덜대기는 했지만 대견하게 잘 내려왔다. 오랜만에 운동을 해 보자는 의도보다는 애들과 한가롭게 숲속을 걷자는 계획이었는데, 나 혼자(?) 긴 거리 등산을 제대로 했다. 



내려 오는 길에는 새 소리, 물 소리, 바람이 나무에 걸리는 소리들을 듣고, 바닥에 떨어져 향긋한 내음을 풍기는 소나무 잎의 냄새를 맡으며, 청명한 하늘을 바라 보며 내려왔다. 유빈이를 기다리며 나무에 등을 기대보기도 하고, 나무를 만져 보기도 하면서 오랜만에 온 몸의 오감이 모두 열려 지는 느낌을 받았다. 




매주까지는 아니더라도 종종 집 밖으로 나와, 곳곳에 숨어 있는 보물 같은 자연에 몸을 담그는 일을 계속 해보자 계획하며 돌아 왔다. (물론 애들은 다시는 하이킹 가지 않는다고 엄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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