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는 이곳 경찰에게 과속으로 단속된 적이 없지만, 미국에 온지 2-3년 사이에 과속으로 인해 경찰이 내 차를 세우는 일이 몇번 있었다. 미국에서는 거리에 과속 카메라를 설치해서 과속, 신호위반을 단속하는 경우가 많지 않고 대부분은 경찰관이 직접 단속 카메라를 "쏴서" 자동차 과속을 잡아 내곤 하는데, 그런 경찰관과 의도치 않게 몇번이나 대면 접촉을 한 것이다.
이곳 경찰들이 거리에서 어떤 식으로 과속 단속을 하는지에 대해 잘 모른 것이 가장 큰 이유였겠지만, 마음 속으로 은연 중 갖고 있었던 "미국은 자유의 나라다" 라는 생각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즉 이곳은 자유로운 나라 (free country)이니 거리에서 좀 빨리 달리는 것은 그런 자유의 상징이 아니겠냐는 엉뚱한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그런 나의 "긍정적 편견 (?)"은 잘못되어도 단단히 잘못된 것이었다. 카메라로 단속되는 것보다 확률은 적을 수 있어도, 그 비용 (과속 티켓은 꽤 비싸다. 보통 100불 내외 정도 되니...)이나 에너지 낭비를 생각하면 이곳의 과속 단속이 우리나라보다 절대 무르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미국에 오면서 갖고 있었던 또 다른 긍정적 편견은 바로 미국은 "풍요의 나라"라는 것이다. 미국에서 미국을 배경으로 만들어진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모두가 큰 차를 타고, 큰 집에 살고, 좋은 옷과 좋은 물건들을 쓰고 있는데, 그런 미디어에 많이 노출되어서 그런 그릇된 판단을 했는지 모르겠다. (미국에서 만들어진 것들을 다시 보면, 미국의 고질적인 사회 문제, 예컨대 범죄, 빈부 격차 등을 다루는 것들도 많았다. 왜 그런 것에는 관심이 잘 안갔는지...)
처음 미국에 왔을 때 그런 풍요에 대한 잘못된 생각을 확인하게 해 준 것은 바로 맥도날드나 버거킹 같은 패스트 푸드 가게에서 물쓰듯 펑펑 쓰는 일회용품 들이었다. 멀쩡하고 몇번이나 재활용할 수 있을 것 같은 컵, 나이프, 포크 등이 한번만 쓰여지고 버려지는 것을 보고 놀란 적이 적지 않았다. 거의 대부분의 가게에서는 냅킨도 맘대로 가져다 쓸 수 있고, 컵은 왜 그리 튼튼해 보이는지 처음 몇번에 집에 가져다가 물로 씻어 물컵이나 음료수 컵으로 쓰기도 했었다.
그러다가 이런 "풍요한 나라" 혹은 "자유로운 나라"에서 조금씩 살면서 나도 그런 "튼튼한" 일회용품을 낭비하기 시작했다. 캠핑을 가거나 집에 손님을 초대할 때 일회용품을 내 놓은 후에 한번 쓰고 버리는 경우가 늘어 났고, 그런 삶의 변화가 미국에 살면서 누리게 되는 "풍요"의 한 모습이라고 오인했던 것 같다.
내가 환경문제에 대단한 관심을 갖고 있거나, 그런 이슈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요즘 들어 조금씩 그런 것들이 "낭비"가 아닌가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둘러 보니, 미국인들 모두가 그렇게 낭비하거나, 환경에 대해 둔감한 사람들로 가득찬 것은 아니다. 자기 지역이나 도시의 환경 문제, 공공 장소의 환경 문제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고 사회를 변화시켜 보려는 사람도 적지 않다.
최근에 나의 삶에 조그만 변화를 생각해 본 것이 있다면, 가급적 많이 재활용하고, 가급적 낭비하지 않는 삶을 살아 보자는 것이었다. 콜라병, 음료수병을 그냥 쓰레기 통에 버리지 말고 조금 번거롭더라도 재활용통에 넣어 다시 쓸 수 있게 도와보자는 것이다.
<엊그제 맥도날드에서 아이스 커피를 먹고 남은 컵을 가져왔다. 도서관을 가거나 차를 타고 어딘가를 갈때 저 컵에 다른 음료를 담아 빨대를 꽂아 쓰면 꽤 편하다. 지금 글을 쓰면서 컴퓨터 옆에 놓고 마시는 저 음료도 커피나 콜라가 아닌 "아이스 홍삼차!">
우리나라에서는 오래 전부터 재활용이나 "아나바다"에 대한 인식이 자리 잡았다고 생각되는데, 가만 둘러 보니 이곳에서는 그렇게 살려면 노력을 해야 한다. 이것이 모두 "자유의 나라, 풍요의 나라"에 사는 수업료가 아닐까.
<이 동네에서는 2주에 한번 재활용품을 수거한다. 우편물로 오는 각종 전단지며 물병 등을 이 통에 넣어 길가에 내어 놓는데,
좀 거창하지만 이 지구를 위해 나도 뭔가를 하고 있다는 뿌듯함을 안겨 주는 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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