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 동안 손꼽아 오던 봄방학이 바로 이번 주다. 지난 금요일부터 수업이 없었으니, 그때부터 편한 마음으로 쉬고 있다. 다행히(!) 애들 봄방학은 다음주 인지라 애들을 학교에 데려다 주고, 오후가 되면 애들을 데리고 오는 일이 하루 중 제일 특별한 일일 정도로 별다른 일 없이 집에서 소일하고 있다. 책꽂이에 꽂아 놓고 한참 동안 읽지 않았던 책도 들쳐 보고, 네플릭스 (netflix.com)에서 이 영화 저 영화 골라 보기도 하고 있다. 오늘이 화요일이니 내일부터는 다시 다가 오는 수업이 천천히 부담되겠지...
밖에 있긴 약간 쌀쌀하기는 하지만 다행 날씨도 화창해서 뒷뜰에 나와 앉아 아침에도 잠깐 책을 뒤적이고, 점심을 먹고도 이렇게 나와 여유롭게 컴퓨터를 만지작 거리고 있다. 저녁에는 우리 집에서 지인과 함께 저녁을 먹기로 했는데, 오랫만에 와인 한잔 할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ㅎㅎ
아침 일찍 애들을 학교에 데려다 주고 아내와 집 근처 H-마트에 가서 장을 봤다. 여기 저기 기웃거리다가 아내에게 "너구리" 라면과 "짜파게티"를 사자고 말하고 카트에 넣었다.
아내에게는 너구리 얘기를 몇번 했지만, 나에게는 너구리 라면이 무척 친숙한 라면이다. 아버지께서는 내가 어려서부터 너구리 라면을 꼭 박스로 사셔서 빈방에 넣어 두시고 자주 끓여 드셨다. 지금 생각해 보면 장사를 하시면서 빨리 드실 수 있는 음식 중 하나였기 때문에 라면을 자주 드셨기도 했겠지만, 아버지도 원래 면 종류 음식을 좋아하셨던 것 같다.
여름이면 아버지를 따라 집 근처 냉면집이나 콩국수집을 종종 갔었던 기억이 있고 중국음식도 정말 자주 먹었다. 그래서 내가 면을 좋아 하는 것이 환경 때문인지 유전때문인지는 정확히 구분할 수는 없었다. 그러다가 유빈이가 요즘 자라면서 음식을 찾아 먹는 것을 보면, 분명 유전적인 영향이 훨씬 더 컸었음을 알 수 있다.
아무튼, 오늘도 라면을 사온 김에 점심에는 라면을 끓여 아내와 나란히 앉아 먹었다.
아주 특별한 일이 아니면 우리 집에서 라면은 무조건 내가 끓이는데, 오늘도 물론 내가 작품을 만들어 봤다.
아마도 저렇게 매운 "너구리 라면"은 최근에 나온 제품이 아닐까 싶다. 어렸을 적에 먹었던 것은 이렇게 매운 것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래도 아무 맛나게 먹었다. 여기 와서 자주 가는 중국집 짬뽕과도 비슷한 맛이 나고, 어렷을 적 생각도 나게 하는 그런 맛이다.
라면을 먹고 아내에게도 얘기했지만, 어릴 때 종종 듣던 말, "등 따숩고 배 부르면 그게 행복이다"라는 말에 크게 공감이 가는 그런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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