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2주 전이었던가. 학교에 갔다 온 유빈이가 보드를 하나 사와서 우리 가족 family tree를 만들고 싶다고 졸라대기 시작했다. 그러지 않아도 고모, 이모, 사촌, 큰 아빠와 같은 우리식 호칭에 익숙하지 않아서 가르쳐야 겠다고 생각을 하기는 했었다. 근데, 유빈이가 원하는 것은 가족 사진을 붙여서 만들자는 것이어서 좀 번거롭다고 생각되어 계속 미뤘었다. 그러다가 하루 날 잡고, 컴퓨터 구석구석에 저장된 가족 사진을 찾아 프린터로 인쇄하고, 오려서 보드에 붙이기 시작했다.
최근 사진은 많지 않아 어떤 것은 10년 가까이 된 것들도 있었지만, 그래도 제대로 된 패밀리 트리를 위해서 인쇄하고 오렸다.
어찌 생각하면 서구식 호칭은 아주 간단하다. 외가 친가 쪽의 사촌은 모두 cousin으로, 외가 친가 쪽의 삼촌, 이모 고모도 모두 uncle 혹은 aunt면 된다. 그에 비해 우리는 얼마나 복잡한지... 고모가 없는 나는, 어렸을 적 고모가 무엇을 뜻하는지를 몰랐고, 그 뜻을 알게 된 것도 국민학교 5, 6학년 때 쯤에나 되어서 였던 것 같다.
아무튼, 애들은 몇년 전에나 봤던 가족들 (혹은 한번도 뵙지 못했던 할아버지, 외할아버지)의 사진이 무척 신기한지 제 사촌들 이름은 몇번씩 되묻기도 한다. 그리고 모두에게 영어 이름도 하나씩 만들어 주었다. 나의 이름은 숀 (Sean), 아내는 루나 (Luna), 할머니는 루시 (Lucy) 하는 식이다.
나중에는 제대로 된 사진들로 다시 만들어 볼 기회가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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