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와서 책에 밑줄 긋고, MS Word에 안되는 영어로 타닥거리기를 4년 넘게 하고 있다. 하지만, 여기 오기 이전의 머리 속과 지금의 머리 속이 큰 차이 없는 것으로 느껴지고, "학문적으로 내가 성장했나?" 하는 질문을 스스로 할 때마다 좀 회의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편이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내가 "성장(!)"했다고 느끼는 것이 하나 있는데... 바로 프리젠테이션 준비 기간이 대폭 줄어 들었다는 점이다.
매년 11월, 추수감사절 전 주에는 미국의 가장 큰 범죄학회인 American Society of Criminology가 열린다. 나는 지난 2010년부터 참가해서 시덥지 않은 주제로 발표를 해 왔다. 우리 과에서는 이 학회에 참석해서 발표하는 박사과정생, 그 중에서도 자기의 발표 내용을 미리 동료 박사과정생과 일부 교수님 앞에서 시연하는 학생에게 일부 학회 참가비를 보조해 주고 있다. 그러기에 이미 연구 주제를 갖고 있는 학생들은 이 practice부터 참석을 해서, 과의 친구와 교수님의 검토를 받는 편이다.
막상 학회에 가보면, 워낙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주제로 발표를 하고 있고, 또 같은 세션에서 발표하는 사람들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에 솔직히 말해 학회 당일 "실전"에서는 실수하더라도 그 때 한번 창피를 당하면 되기 때문에 차라리 마음이 편하다. 하지만, 그 학회에 가기 전에 우리 과의 다른 동료와 교수님들 앞에서 하는 발표는 그 중압감이 대단하다. 속된 말로, 나의 실력이 과내 다른 사람들에게 "뽀록"날 수 있고, 부정적으로 찍힌 "낙인"은 쉽게 지워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재작년과 작년 모두, 실제 학회에서의 발표보다 과 자체에서 하는 연습 프리젠테이션에 더 공을 들이고, 더 신경이 쓰였었다.
그래서, 그에 따른 준비기간도 길었었다. 일단 데이터를 갖고 있고, 그것을 분석했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어떻게 논리적으로, 순서에 잘 맞게 발표하는가는 당연히 중요하다. 거기에 약간의 애니메이션과 이미지를 활용해서 과의 다른 사람들에게 "나는 이런 사람이야!" 라고 의도적으로 알리려고 노력했었다.
올해의 "예행연습"은 이달 말에 3일정도에 걸쳐 있다. 이번에 준비하면서 느낀 것이, 그래도 올해는 이전에 비해서 준비하는 과정이 꽤 수월하다는 생각이다. 뭐, 아직까지 다 정리가 되지는 않았고, 일부 분석 결과와 내용을 정리해서 파워포인트에 잘 넣어야 하는 과정이 남아 있기는 하다. 그래도, 작년 재작년에 했던 시간과 노력에 비하면 쉽게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은 특별한 일이 없어 학교에 나가지 않고, 근처 공립 도서관 구석 자리에 앉아서 자료를 준비하고 있다. 별로 배운 것 없는 것 아닌가 생각했더니, 그래도 이런 "기술"은 늘었나 보다....
(*올해의 학회는 11월 14일부터 시카고에서 열린다. 그러고 보니, 한달 정도 남았나 보다. 계속 가족과 함께 다니고 있는데, 나도 그렇기는 하지만 애들도 시카고 간다고 하니 "호텔"에서 잔다고 좋아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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