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월 7일. 새해도 "벌써" 1주일이 지났다. 설날에도 하지만, 우리도 꼭 양력으로 1월 1일이 되면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는 덕담을 지인과 나누곤 한다. 물론, 이곳 애들도 "Happy New Year"라는 말을 아주 자주 쓰고 있는 것 같다. 나도 종종 쓰곤 있지만, 과연 "복"이 무엇이고 "happy"한 한해가 무엇일지는 잘 모르겠다. 사람마다 그 의미가 다 다르겠지.
다른 것은 몰라도, 저무는 한해를 글로 정리하는 습관, 시작하는 한 해를 글로 계획하는 습관을 가져야겠다는 것을 한참 전에 생각했는데, 잘 지켜지지 않는다. 1년 단위로 정리하고 계획하는 것 뿐만 아니라, 5년 10년 20년 단위를 글로 정리하고 계획하는 것은 더 바람직할 터인데, 거기까지는 시도해 보지도 않았다. (가끔 머리 속으로 생각을 해 보지만...) 지난 12월 초까지만 해도, 2012년을 쭉 정리하면서 내가 1년동안 잘 한일, 못 한일, 아쉬운 일, 행복한 일 등등을 글로 정리하고 나중을 위해 남겨보자고 다짐했었는데, 결국 2012년은 그냥 지나갔다.
하지만 올 새해 계획은 세워 보는 것이 좋겠다고 오늘 아침에 운동하면서 문뜩 생각하게 되었다. 한 철 유행처럼 운동을 하자, 살을 빼자는 등 형식적인 다짐을 하자는 것이 아니라, 이런 계획도 습관처럼 해 보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즉, 연초에만 큰 맘 먹고 할 것이 아니라, 매 3개월 (분기) 혹은 6개월 (반기), 아니 그 보다 더 자주 (매월?) 해 볼 수 있는 일일 수도 있지 않을까 싶었다. 계획은 수정되고, 추가되고, 어떨 때는 백지화될 수도 있겠지만, 눈에 그려지는 계획을 갖고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삶은 분명 차이가 있을 것이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휴직 전 직장에서는 직장 "대장님(?)"이 바뀔 때마다 "화려한" 구호가 바뀌고, 그럴 때마다 건물 앞의 "간판"도 그 구호를 바꿔 다느라 돈 낭비 많이 했었다. 실질과 전혀 상관없이 형식에만 얽매일 때는 그것이 문제가 될 수 있지만, "구호" 혹은 비전을 항상 간직하고 염두에 두면서 운영되는 조직과 그렇지 않은 조직과 개인은 분명 차이가 있을 것이다.
오늘 생각한 나의 올 한 해 몇몇 계획.
1. 가족에게 친절하자.
결혼해서 아내와 함께 살면서, 애들을 키우면서 내가 그 이전 30년 가까지 동안 전혀 보지 못한 나의 모습을 스스로 보면서 깜짝 놀랄 때가 있다. 나의 "선한(?)" 모습 때문이 아니라, 나의 "악한(?)" 모습 때문이다. 나는 착하고, 나는 합리적이고, 나는 사려 깊다고 생각했었는데, 충동적이고, 개념 없고, 성격 불 같은 나의 모습을 발견할 때가 많다. 애들이 잘못했거나, 혹은 잘못했다고 생각할 때 애들을 혼내면서 보이는 나의 모습은 항상 나를 비참하게 만든다. 아내에게 나만의 주장을 하면서 보이는 나의 모습은 합리가 아니라 똥고집과 이기심으로 가득차 있을 때가 많다. 내가 그렇게 비합리적이고 무대포적인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는데는 내가 그런 행동을 하고 나서 숨을 고르고 난 후 30분도 채 걸리지 않을 때가 많다.
그러니, 올해는 가족에게 친절하자. 뭔가 내 뱉을 때, 심호흡 한번 (혹은) 두세번 더 해보고, 가급적 흥분했을 때는 내가 나서지 말자.
애들과도 조금 더 시간을 보내보자. 유빈, 혜빈이 보다 더 큰 자녀를 두신 분들이 항상 하시는 말씀: 그래도 그때가 좋지 더 크면 같이 다니려고 하지도 않아! 나와 아내에게 따라 다니는 것을 감사해 하고, 이런 시간을 더 소중한 것으로 생각하고, 같이 책 읽어 주고, 같이 워크북 하는 시간을 더 가져보자.
2. 나에게 엄격하자.
스스로 게으르다, 게으르다 자조적으로 말할 때가 많지만, 생각해 보면 정말 게으르다. 조그만 더 부지런하면, 조금만 더 열심이면 삶이 더 풍성해질터인데 가만 앉아 있는 것을 좋아하고, 어디 움직이는 것을 싫어해서 단조로운 삶을 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을때도 있다.
지금보다 훨씬 더 엄격해지도록 노력하자. 한밤 중 배고파 기름기 묻은 튀김과 맥주가 당기는 때가 있어도 매번 그런 유혹에 굴복하지 말고 참고 넘기는 것을 연습해보자. 콜라가 먹고 싶다면 큰 것이 아니라 작은 것으로 사고, 웬만하면 물이나 좋은 차로 마시자. 잘 시간이 아닌데 무척 졸리면, 침대가 아니라 소파에서 잠시 눈 붙이는 것부터 시도해 보자. 해야 할 것, 계획해 놓은 것이 있는데 내일 하고 싶다면, 당장 오늘 조금 시작해 놓자.
3. 나에게 투자하자.
어떨 때는 많지도 않은 나이에 "아... 아직도 공부하고 있나..." 하는 생각을 갖기도 하지만, 늦은(?) 나이까지 공부를 하니 "학습의 즐거움"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되는 이점도 있다. 어릴 때 한탕에 성취하고 놀고 먹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고 생각될 정도이기도 하다. 더욱이 내 전공 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비전문가들의 글과 영상들을 읽고 보면서 많은 것을 배우게 된다.
올해는 내가 공부하는 것 분야만이 아니라, 다른 많은 것들을 더 공부하고, 연구하자. 숱하게 인터넷에서 보내는 시간들, 그 중 일부라도 빼어내서 훌륭한 강의들에 시간을 좀 투자하자.
꼭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만 아니라, 숲길을 걷고 산책을 하고, 달리기를 하고, 줄넘기를 하면서 나의 몸과 정신이 맑아지는 일에도 신경을 쓰자. 하늘도 자주 쳐다 보고, 꽃에 가까이 코를 대어 보기도 하자.
나와 아이들이 땅을 밟을 수 있는 시간을 더 많이 주도록 하고, 흐르는 물에서 물장구 치는 시간도 더 많이 갖도록 하자.
4. 착한 일을 자주 하자.
아직도 엉성한 인격이지만, 그래도 가끔씩 스스로 철이 들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나와 내 가족이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 (미국이든 한국이든, 세인트루이스든 대전이든)서 쓸모 있는 사람이 되도록 하자는 것이다. 그래서 해보는 결심이 "착한 일"을 자주 하자는 것이다. 어려선 착한 일이란 무거운 짐을 들고 가시는 어르신의 짐을 들어 주거나, 버스에서 임산부와 노약자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것으로 대표되는 것으로 배웠는데, 사실 아주 사소한 것부터도 착한 일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종이든 플라스틱 병이든하나라도 더 재활용하려고 노력하고, 가급적 개솔린 경제적으로 쓰려고 하고, 물과 전기를 아끼는 것... 이런 것들은 나를 위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결국은 더 큰 지역을 위한 것이리라.
무엇이든 되도록 아끼고 필요한 만큼만 먹고 마시고 사용하자. 아이들에게 물건 소중한 것 가르치고, 하지만 남에게 인색하지 말자. 나에게 조금 피곤하고, 나의 시간이 조금 사용되더라도 나를 필요하는 일이 있으면 주저하지 말자. 이곳에 있는 가족 뿐 아니라 한국에 있는 가족들도 자주 생각하고, 자주 연락드리자. 내가 갖고 있는 사랑하고 감사하는 마음을 가급적 자주 표현하자.
5.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하자.
사람은 죽을 때까지 배워야 함에는 틀림 없다. 좋은 책과 잡지를 찾아 읽고, 여러 분야의 글과 그림과 음악들을 골라 읽자. 읽으면서 생각하고, 좋은 것들은 꼭 밑줄 귿고 적어 놓자. 내가 직접 써보고 그려 보려고 노력하고, 내가 보고 듣는 것들에서 의미를 찾고, 남과 함께 생각을 나누는 일을 자주 하자.
6. 좋은 것을 먹고 마시자.
역시 현대를 살아 간다는 것은 여러가지 "치명적인" 음식 유혹을 헤쳐 나가야 한다는 것과 비슷한 말일 것 같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좋은 음식, 나쁜 음식에 대해서 큰 개념이 없었다. 그러다가 애들을 키우면서, 그리고 나의 몸이 조금씩 이전과 다른 모습으로 변해가는 것을 지켜 보면서 나의 몸 속으로 들어가는 음식물들에 대해서 자주 생각하게 된다. 오죽하면 You are what you eat! 이라는 말까지 있을까...
단것, 짠것 등 자극적인 것을 줄이자. 콜라 대신 물을 마시도록 노력하고, 라면대신 밥을 먹도록 노력하자. 아이들에게도 좋지 않은 음식에게 노출 될 수 있는 기회를 줄이고, 좋은 것들을 함께 먹고 마시는 일을 자주 갖자.
계획한 것들을 종종 다시 돌아 와 체크하고, 주기적으로 나 스스로를 되돌아 보며 "세뇌"하는 일도 필요하겠다. 좀 지났지만, 2013년, 또 다른 다이나믹한 한 해가 되길 소망한다...
<책상에 앉아 뭔가를 끄적이더니 유빈이가 그럴싸하게 마친 색칠 종이를 자랑스럽게 내민다.
저렇게 화려하게까지는 아니더라도 즐거운 일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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