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있는 5층이 조용하다. 평소에도 조용하기는 하지만, 오늘은 더 그렇게 느껴진다. 화장실을 다녀오느라 지나온 철학과 쪽 복 도에는 몇몇 교수님들이 대화를 하거나 자기 사무실에서 뭔가 일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여기 범죄학쪽은 조용하다. 내가 있는 사무실이 구석진 곳이라 다른 학생과 교수님들 방의 얘기까지는 잘 들리지 않아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오늘은 옆옆 사무실을 쓰는 Tim이란 친구도 나오지 않아 더 조용하게 느껴진다. 이제 목요일인데 벌써 주말 느낌이다.
아 침에 천천히 나와서 책을 좀 읽다가, 인터넷 서치 좀 하다가, 오랜 만에 밥으로 싸 온 도시락을 먹고, 그러다가 다시 책을 좀 뒤적이다가, 프로포절을 다시 손을 대 고쳤다.이 한 페이지짜리를 도대체 몇번째 고치고 고치기를 반복하는지 모르겠다. 어떤 교수님의 말씀대로 그렇게 짧은 공간에 자기가 하고자 하는 내용을 간결하고 정확하게 쓰는것 자체가 실력일지도 모르겠다. 하긴, 두서없고, 정처없이 동분서주 하는 스타일의 내 글쓰기만 봐도 그런 말에 수긍한다.
혹 (아니, 확실히) 있을수 있는 문법적 실수를 위해 온라인으로 학교 롸이팅랩 (writing lab)에 문서를 전송했다. 다른 학교와 비교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이 학교의 롸이팅 랩도 지금까지 내가 덕을 많이 본 시설 중의 하나다. 내가 원하는 식으로 쏙 맘에 들게 글을 봐 준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치명적 실수"는 찾아내 주고, 거기에다 다른 사람이 내 글을 읽고 어떤 생각을 할 수 있는지 알 수도 있으니,그 정도면 어딘가! 거기다 무료이기도 하니... (하긴 수업료에 다 포함된 것이다. 내가 수업료를 내지 않으니 무료지만...)
<롸이팅 랩에 온라인으로 화일을 전송하면 언제까지 피드백 해 주겠다는
확인 메일을 보내준다. 참, 편해졌다>
원래 계획은 이번 주 중으로 나의 프로포절을 제출하는 것이었는데, 아마도 그렇게는 어려울 듯 하고, 지도교수님과 상의해서 다음 주 중에 제출 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 후에 심사 위원회 (이름이 좀 거창하다)의 피드백을 받아서, 통과되면 바로 글쓰기 시작, 그렇지 않으면 재작업...
두 페이퍼 중에, 데이터를 분석해서 써야 하는 페이퍼 하나 때문에 최근 신경이 많이 쓰이고 있다. 웬만한 데이터는 다 구했는데, 딱 한 가지 변수 (variable)에 해당 할 수 있는 자료가 구하기 쉽지 않다. 인터넷을 찾아 보니, 상업용으로 되어 있어서 꽤 큰 돈을 주고 구해야 한다. 혹시나 싶어 학교 도서관의 사서 중 이런 자료 찾는 일을 도와주는 분에게 이메일을 보냈더니...
<더 좋은 학교들은 도서관 서비스가 우리 학교보다 훨씬 더 좋겠지만, 이곳 도서관도 학생들에게 유익한 많은 서비스를 해 주고 있다.
학생들이 찾기 어려운 자료는 전문적으로 찾아 주는 사서가 있어, 이렇게 이메일로도 상담을 해 준다>
돈을 내고 구하거나, 그 CD가 있는 도서관을 찾아 대출 신청을 해야 한다고 하는데... 내가 보기엔 사실상 불가능이다. 내가 몇백불을 내고 구입하지 않는한은... 그래도, 일찍이 그 데이터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을 알게 되어 다행이다. 괜히 또 수시간을 인터넷과 도서관 책들을 뒤적이면 시간을 허비했을 수도 있는데... 다행인것은, 이렇게 어떤 자료는 인터넷으로 찾고, 어떤 자료는 책으로 찾고, 또 어떤 자료는 포기하면서, 머리 속으로 천천히 자료 정리가 되어 가고 있다는 점이다. 아직 입력하고 데이터를 합치는 작업들이 약간 남아 있기는 하지만, 내가 자주 쓰는 표현, "와꾸"가 머리 속에서 천천히 짜 지고 있다는 점은 아주 바람직한 현상이다.
내일은 금요일, 토요일, 일요일... 이렇게 다시 한 주가 지나고 있고, 다음 주면 9월의 마지막 주다. 아마 다음 달이 되면 약간 조바심이 날지도 모르겠다. 11월 중순에 있는 학회 발표를 위한 준비도 해야하고, 학과 친구가 자기 수업에 부탁을 한 "경찰관련" 수업 준비도 해야 하고, 페이퍼도 어느 정도 진척이 되어 있어야 하고...
이렇게 천천히 지나가는 나의 서른 몇번째 가을 날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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