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MSL 얘기

Learning from Masters

남궁Namgung 2010. 9. 14. 13:26

 

월요일은 항상 피곤한 날이다. 일요일에 무엇을 했건 그렇다. 어디 여행을 다녀왔든, 그저 집에서 한가하게 빈둥대고 보냈든, 열심히 공부를 했든, 그 다음 날인 월요일은 아침부터 하품을 쏟아내곤 한다. 더구나 이번에 새로 시작한 월요일은 또 다른 일꺼리가 있어 몸과 마음으로 부담된다.

 

우리 학과 학부과정 통계과목 중 랩 (lab) 타임이 있다. 같은 박사과정생 중 티파니가 이 과목의 TA인데, 나도 그 랩타임을 돕기로 했다. 12시 반부터  한시간씩 두번에 걸쳐 있는 랩타임은, 그 수업 내용은 그렇게 어렵지 않더라도 괜히 피곤하게 느껴지는 일이다. 학생들은 컴퓨터 실에서 각기 컴퓨터 앞에 앉아 앞에서 티파니가 하는대로 통계 프로그램에 데이터를 입력하고, 실행시키는 아주 단순한 일만 하면 되는데... 문제는 어디에건 꼭 그 단순작업도 버거워하는 학생들이 있다는 것이다.

 

학생들이 손을 들면 자리로 가서 헤매고 있는 어린 양들을 구해주는 것이 나의 임무인데, 어렵지는 않아도 괜히 에너지가 소모된다는 느낌이 든다. 오늘도 두어명 그런 학생들이 있었는데, 힘들지 않게 가르쳐 주었어도, 그 두번의 랩타임이 끝나면 괜히 퇴근하고 싶어진다.

 

하지만, 오늘 월요일 저녁에는 범죄학 이론 수업도 있다. 내가 이곳에 온 첫번째 학기, 그러니 2년 전에 이미 수강한 과목이기에 더 이상 이 과목 학점을 딸 필요는 없지만, "착한 학생(!)"인 나는 이 수업을 듣기로 결정하고, 오늘도 저녁 5시 반부터 시작해서 8시가 넘어서 끝나는 이 수업을 마치고 돌아왔다.

 

사실, 이번 학기가 시작하기 전부터 이 과목을 청강(auditing)할 것인지 아주 많이 고민했다. 만약 내가 청강하기로 결정하면 그저 교수님께 찾아가서 청강하겠다고 말씀드리면 되고, 그럴 경우 거의 대부분의 교수님들은 (공부하겠다는 학생을) 만류하는 경우가 없다. 내가 이미 수강했던 과목을 다시 듣고자 한 것은, 이 과목을 가리치시는 교수님이 내가 수강할 때와 다른 분이시고, 학계에서 "거물" 혹은 "슈퍼스타"라고 할 수 있는 교수님(http://www.umsl.edu/~ccj/faculty/lauritsen.html)이 가르치시기 때문이었다. (이 교수님의 남편도 우리 범죄학과의 교수님(http://www.umsl.edu/~ccj/faculty/rosenfeld.html ) 이시고, 현재 미국에서 가장 큰 범죄학회 (American Society of Criminology)의 학회장일 정도로, 역시 "거물"이시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내가 오랜 고민을 했던 것은, 이렇게 뻔히 피곤할 것으로 예상되는 월요일, 그리고 랩타임을 도와주어야 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더 피곤함이 예상되었던 이번 학기에, 자발적으로 공부함으로 인해 집에서 편히 발뻗고 잘 수 있는 시간을 희생해야 할 것인가 하는 물음이 집요하게 나를 떠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 시간에 그냥 내가 혼자 책보면서 공부하면 될 것 아냐...", "내가 그 시간에 수업 듣는다고 해서 뭐 대단한 소득이 있겠어?" 하는 악마의 유혹과 함께, "그래도, 훌륭하신 분이 가르치시는 것은 뭔가 다를 것 아닐 것인가!", "복습한다고 생각하고 들으면 될것 아닌가!" 라는 천사의 유혹이 비슷한 비중으로 내 머리를 혼란케했다. 그래서, "청강을 해 볼까?"하는 생각은 학기가 시작되기 훨씬 전부터 가졌음에도, 정작 "그래 결심했어! 듣자!"라고 결정한 것은 학기가 시작되고도 첫 주가 지났을 때였다.

 

이 여자교수님으로부터 지난 학기에 통계 과목을 들으면서 이미 그 분의 교수법을 경험했기 때문에, 이해가 쉽게 티칭하실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고, 아무래도 많이 아시는 분에게 한번 더 듣는 것이 해가 될 일은 전혀 없다는 생각에 교수님 방에 찾아가 청강할 뜻을 말씀드렸었다. 당연히 OK하셨고, 첫 수업을 빠진 것을 제외하면 오늘로 두번째 수업을 마치고 돌아 온 것이다.

 

솔직히 말하면, 다른 수업과 해야 할 일들(이라는 핑계)로 인해 이 수업의 모든 리딩자료를 읽지는 못하고 수업에 들어갔다. 누가 가르치시든 원래 범죄학 이론 수업의 리딩 자료는 유명할 정도로 대단한 분량이기에 다 소화해서 들어가지는 못할 것으로 스스로 짐작도 했었다. 그래도 어느 정도는 훑어 보고 수업에 임하고 있는데, 역시나 잘한 선택이라는 생각이 든다. 첫 학기때는 모든 이론과 주장들이 생소해서 이해되지 못하는 점들이 더 많았다고 할 수 있는데, 그래도 그간 뭔가 좀 배운 것은 있는 것인지, 이번에는 이해되는 부분들이 더 많은 것 같다.

 

특히나, 예상대로 꼼꼼하게 가르쳐 주시고, (적어도 내게는) 이해도 쉽게 설명해 주셔서 도움이 많이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오늘 수업을 마치고 나오면서는 정말 고마워서 넙죽 (절까지는 아니어도) 인사 크게 드리고 나오고 싶을 정도였다. 이제 몇 주 지나지 않은 학기 초이기 때문에 속단할 수 없지만, 이번 학기가 끝날 때까지 정말 많은 것을 기대해도 좋겠다는 생각도 했고, 주저주저 하면서 결심했지만, 이번 학기에 내린, 그리고 남은 학기 동안 내릴 어떤 선택들 보다 가장 값진 선택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일전에 지금 지도교수님께서 내가 제출한 것에 코멘트를 많이 다셨기에 웃으면서 "감사하다, 나는 여전히 부족하고 배울 것이 많다"고 말씀드렸더니, "그게 교수인 내가 할 일이다"시면서 농담투로 "Learning from a master (넌 대가한테 배우고 있는거야)!" 하셨었는데, 이번 범죄학 과목도 바로 대가한테 배우는 값진 강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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