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운동 몇달 했다고 체력이나 기력이 갑자기 좋아질 것이라고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골골 앓는 것은 별로 없을 것으로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그저께 저녁부터 나오는 제채기의 소리와 그 질감이 예사롭지 않더니, 아니나 다를까 어제 일어나니 몸을 제대로 가눌 수 없을 정도였다.
콧물이 계속 나오고, 두통이 심한데다, 몸에 열도 있었다. 그동안 크게 무리한 것도 없었는데, 그 이유를 잘 모르겠다. 다만 지금까지 여기에 와서 환절기마다 가볍게 혹은 심하게 앓은 것을 보면, 이것도 철이 바뀌면서 나타나는 "의례적인 질환"이 아닐까 생각해 봤다. 어제 한 과목의 수업이 있었는데 도저히 참석할 수 없을 듯 하여, 미리 교수님께 이메일을 보내 양해를 구했다. 당연 학교 사무실도 나가질 못했고, 하루 종일 침대에 누워 잠자고, 일어나 먹고, 다시 잠자기를 반복했다.
오늘 아침에는 약간 증상이 가벼운 듯 느껴졌지만, 여전히 두통이 있고 몸도 무거워서 학교에 나가기를 포기했다. 대신, 이왕 이렇게 앓게 된 것, 오랜만에 아무 걱정없이 푹... 쉬겠노라 생각을 했다. 참, 스스로도 간사함을 다시 느끼는 것은, 이렇게 몸이 아프니, 더 잘먹게 되는 것이, 아주 본능처럼 움직인다. 평소보다 한두 숟갈이라도 더 먹게 되고, 오이나 다른 풋풋한 채소, 고기를 골라서 먹게 되며, 밥을 먹은 후에는 과일도 챙겨서 먹어지게 된다. 아... 생존하고자 하는 나의 본능은 정령 나이가 들수록 더 굳세지고 노골적이 되는구나...
점심을 먹고 좀 쉬고 나니 그래도 몸이 많이 나아 진것이 느껴진다. 아침 기분 같아서는 오늘 저녁에 있는 수업에 참석 못할 것 같았는데, 몸이 많이 나아져서 학교에는 갈 수 있을 듯 싶어 세시 넘어서 집을 나와 학교로 갔다.
이번 학기에는 두 과목을 수강하는데, 어제 (수요일) 있었던 수업은 오후 두시에 있고, 오늘 (목요일) 수업은 저녁 다섯시 반에 시작하는 것이다. 이전에 한 학기 세과목을 수강하던 것에 비하면 수월하겠으나, 수업계획표를 보니 모두 만만치 않게 생겼다. 읽어야 할꺼리도 많고, 써 내야 할 것도 많이 요구하고 있다. 이전에 모두 살아 났는데, 이번 학기도 생존 못할쏘냐마는, 그래도 빡빡하게 적힌 수업계획서는 새롭게 다짐하게 만든다.
학교에서 나오기 전에 도서관에 들러, 학교 도서관에 없는 책들을 다른 도서관에서 신청한 것을 픽업 해 왔다. 지금 수강하는 과목을 위해 있어야 할 책들인데, 구입하기 부담되는 것들이라 모조리 도서관에서 빌렸다. 학생이 이런데서는 돈을 아끼면서, 맥주값은 쉽게 줄지 않으니, 이거 정신차린 학생인지 스스로도 좀 갸우뚱되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부지런하게 책을 대출받는 것도 어딘가...
코스웍 이외에도 이번 학기에는 다른 교수님의 티칭과 리서치를 돕게 되었다. 이번에도 아주 단순한 데이터 엔트리부터 돕게 되었는데, 아주 단순하고 지루하면서도 시간이 많이 걸리는 작업이 될 것 같다. 그래도 이런 일하라고 돈 주는 것인데 불평할 수는 없는 일이고, 이왕 해야 하는 일이니 (기쁘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불평하지 말고, 빨리 끝낼 수 있도록 하겠노라 계획하고 있는 중이다.
학교에서 보내는 이메일들을 보니, 우리 대학 (UMSL)에서 이번 학기에 등록한 대학생 수가 다시 최고치 기록을 갱신했다고 한다. 학생수가 많아진다는 것이 학교 입장에서는 절대적으로 좋은 소식이겠으나, 나 같은 학생들 입장에서는 당장 주차장에서 전보다 더 북적이는 것으로 표가 나고, 도서관을 가든, 식당을 가든, 컴퓨터 랩을 가든 이전보다 더 많은 학생들과 부디쳐야 하니 반드시 좋은 소식만은 아니다. 그래도,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만 "반짝" 붐비는 것이겠고, 내가 이들로 인해 큰 불편을 겪는 것은 아니니 학교 규모가 커진다고 해서 개인적으로 일희일비 할 것은 아니겠다.
<학교 뉴스 블로그에 실린 기사: http://blogs.umsl.edu/news/2010/08/23/enrollment/>
<UMSL 졸업생들에게 보내진 이메일. 학생들 많으니, 기부 좀 많이 하라는 아주 경제적인 발상의 메일이다.
나도 여기서 석사 받았다고 졸업생들에게 보내지는 메일도 받게 된다. "죄송합니다, 기부는 나중에 형편이 되면 할께요...">
이제 몸이 "완쾌"되면 방학동안 크게 해이해진 나의 생활습관도 원상복귀시키고, 마음가짐도 가다듬어야 하리라. 책도 열심히 읽고, 글도 열심히 쓰고, 공부해야 할 것도 열심히 찾는, "착한 학생"으로 돌아가리라.
'UMSL 얘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Subway is open! (0) | 2011.11.04 |
---|---|
Learning from Masters (0) | 2010.09.14 |
의식적 행위, 감사 (0) | 2010.08.01 |
차별(?)에의 면역 (0) | 2010.07.29 |
학위위조논란 불식용 자료 (0) | 2010.07.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