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가 끝나고 아내와 아이들과 같이 도서관에 다녀왔다. 헤드쿼터는 일요일에도 문을 열고, 집으로 오는 길을 약간만 돌면 되기에 일요일에는 종종 들르곤 한다. 질 좋은 책이 많이 있고, 대출 권수에도 제한이 없어 애들에게도 돈 들이지 않고 큰 인심(?) 쓸 수도 있는 "장점"이 있기도 하다.
약 열댓권 빌려서 나왔고, 나는 가족 모두를 다시 메이시스 (Macy's)라는 백화점에 내려주고 와싱턴 대학 (Washington University in St. Louis) 도서관에 들렀다. 클레이튼에 살 때 종종 갔었기 때문에 가는 길이나, 도서관 이용방법들을 잘 알고 있어서 오늘도 이용하는데 무리가 없었다. 다른 대학들은 몰라도 최소한 엄슬과 와슈는 입구에서 학생증 검사 같은 것을 하지 않기에 이용하는데 좋다. 특히, 우리 대학에 없는 책이 있을 경우, 인터넷으로 와슈 도서관 홈페이지를 검색해 봐서 이 도서관에 있으면 주말 등에 가서 훑어 본 적이 몇번 있다. 물론, 직접 대출은 되지 않지만, 그래도 도서관 내에서 읽을 수 있는 점 만으로도 만족스럽다
오늘 찾아 본 책은, 그냥 도서관에서 볼 시간적 여유도 없고, 자세히 봐야할 것이라서, 내 디카를 가져가 필요한 부분을 모두 사진 찍어 왔다. 1930년대 발간된 책인데, 아직도 상태가 괜찮다. 프로젝트 페이터를 쓰는데 있어야 할 것이고, 늦게 발견한 책이라서 지금 당장 심정적으로 매우 귀하게 느껴지는 책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해답의 실마리가 찾아지지 않았던, 이 과목의 페이퍼 구성에 대해서 갑자기 "아!" 하고 아이디어가 떠 올랐다는 점이다. 여기 사람들 말로 "아하 모먼트 (Aha Moment)"라고 해야 되려나... "맞다, 게보린!" 하는 정도의 강한 깨달음의 순간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아직 정확한 구성은 좀 더 생각해 봐야하지만, 그래도 내가 지금까지 수집했던 자료를 잘 엮어서 쓸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절박까지는 아니더라도, 참으로 답답했던 지금까지의 심정을 감안하면, 대단한 순간을 경험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아이디어대로 될 것인지는 좀 더 연구해봐야할 듯.)
집으로 돌아 오늘 길에 애들도 뭐가 좋은지 신났고, 유빈이는 벌써 책 한권 다 읽었다고 자랑이다.
어제부터 비가 꽤 많이 내리고 있다. 그 동안 꽃가루가 많이 날려 애들이나 나나 재채기도 많이 하고, 느낌상으로도 텁텁한 생각이 많이 들었는데, 이 비로 공기가 많이 시원해 졌으면 좋겠다.
특히나, 지금 내리는 비는 딱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비다.
"아하 모먼트 (Aha Moment)"도 경험했고 하니, 시원하게 맥주라도 한 잔 해야하려나... 일요일이라서 그냥 넘어가려했는데, 또 이렇게 핑계를 댈 수 있는 계기가 생겼으니... 맥주보다는 김치전이나 굴전, 파전 같은데다가 막걸리 혹은 소주로 비소리 들으면 최상일 날일터이지만, 그래도 괜찮다.
이렇게 다시 마무리 되는, 혹은 시작 되는 한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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