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저널"하면 대단한 학술지나 잡지 등이 제일 먼저 떠오르는데, 얘네들은 꼭 그런 것은 아닌가 보다. 엊그제 유빈이 학교에서 저널로 쓸 공책을 스프링으로 된 것 (spiral notebook)으로 두권 보내라는 쪽지가 왔는데, 오늘에서야 보냈다. 항상 저널이 뭔가 궁금하면서도 '뭐, 일기 비슷하겠지...' 했는데, 사전에도 "journal"을 찾아 보면 1번으로 가장 먼저 나오는 뜻이 그런 기록 (a daily record, as of occurrences, experiences, or observations) 이라고 말하고 있다.
오늘 그간 써 왔던 저널을 학교에서 보내서 가져 왔는데, 말 그대로 그림과 글로 그날 그날의 기록을 남기고 있다. 누굴 닮았는지, 공책이 다 너덜너덜 해지도록 험하게 써서, 선생님이 왜 스프링 노트를 보내라고 했는지 이해가 되기도 했다. 어떤 부분은 그림과 글 모두 깔끔하게 적었는데, 또 어떤 부분은 심사가 좋지 않았는지 지저분하게 낙서를 해 놓기도 했다.
대충 훑어 보니, 제 친한 친구 이름이 종종 등장하는데, 오늘 그 중 보리스 (Boris)라는 친구가 우리 집에서 플레이데이트 (playdate)를 하고 좀 전에 돌아갔다. 러시아인 부모를 둔 아인데, 좀 전에 집에 다녀간 그 엄마의 말로는 자기들은 10년 전에 왔고, 보리스도 여기서 낳았다고 한다.
작년에 플레이데이트가 도대체 뭐하는 것인지 몰라 황당해 했던 경험이 있는데, 이제는 제가 친한 친구와 플레이데이트 하고 싶다고 해서 그 부모와 통화해서 오늘로 날을 잡았다. 일전에도 주말에 토마스라는 친구 엄마가 전화해서 플레이데이트를 할 수 있냐고 물었었고, 그 날은 다른 약속이 있어서 하지를 못했었다. 애들 놀게 하는데도 서로 조심스럽게 부모끼리 미리 약속 잡고, 데려다 주고, 다시 픽업하는 이런 과정들 자체도 이 사회의 한 모습을 보이는 것 같다는 생각이지만, 그런 생각과는 별개로 아무튼 친구들과 잘 지내면서 서로 집에까지 초대하고 초대 받고 하는 것을 보니 대견하다.
집에 왔던 보리스. 무슨 놀이가 그렇게 재밌는지, 별것 하는 것 같지도 않은데, 신나게 잘 놀았다며 다음 플레이데이트에 보자고 인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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